안녕, 예상보다 빨리 일이 이렇게 되었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사를 남기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써봐.
나는 너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
근데 기대치를 낮춘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없다는 내 편견을 넌 와장창 깨 줬어.
처음 널 만났을 때 니 겉모습은 타고나지는 않아도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었어.
완벽하지는 않아도 내가 노력하면 맞춰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진짜 나의 오만이었어.
최선을 다할수록 내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
맞아, 널 만나고 몇십 년 동안 잠복해 있던 새치들이 독립만세를 외치기 시작했어.
고마워.
그 덕에 내 삶이 유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새길 수 있었어.
사실 너를 만난 거의 첫 순간부터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몰라.
너와 함께할수록 나는 벗어나고 싶었거든.
첫인상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마저도, 니 영혼을 끌어올린 상태였다는 걸 알아버렸거든.
내가 병들어가는 순간에도 너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
그 점에서 나는 너한테 매우 질려버렸어.
그래도 고마워.
만약 네가 안락했다면, 낯선 지역의 터미널 인근 모텔에서 한 달 살이는 못했을 거야.
말하자면 네가 나의 주거에 대한 저점을 다시 찍어준 덕에 난 유연해질 수 있었어.
이제 나는 타협의 기준을 다시 잡았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들과 맞춰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재발견했지.
그래도 고슴도치처럼 숨고 싶은 나의 시간들을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견뎌준 너에게 말하고 싶어.
Goodbye.
나의 작고 온전치 못했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