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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성 소피아 성당에 앉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복자들은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야 소피아가 위대한 건축물인 이유는 한 세대에 머무르다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여러 정복자에게 감동을 주고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줄을 서서 들어온 이곳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붐빈다. 그나마 아침에는 한적했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온다. 한적한 곳에 앉아 글을 쓰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서 황제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서 글을 써본다. 전망이 좋다.


정복자들은 이곳에 앉아서 자신이 이룬 업적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미래를 꾸렸을 것이다. 리더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리더뿐만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해온 것들을 보고 앞으로의 것들을 계획한다. 그러나 인간의 계획은 허망하다. 아야 소피아를 지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테오도시우스 황제도 (아기야 소피아라는 이름의 건물은 유스티아누스 혹은 저스틴 황제가 지었다고 한다. ) 그렇게 죽을 줄 누가 알았으랴? 

흔히 이곳을 천국으로 비유한다.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이곳을 정복하고 표현한 비유 때문일까. 실제로 이곳에 와보면 파라다이스와 같은 천국의 느낌보다는 경건하고 웅장한 역사의 세월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 든다. 망가지고 부서진 지금도 그런데 예전에는 어떠했으랴.

황제들은 천국에서 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영원히 살기를 원했고, 완벽하고 대단한 것들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들도 죽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아야 소피아 안에 돌아다닌다. 히잡을 쓴 사람, 나시를 입은 사람, 슬리퍼를 신은 사람, 머리를 묶은 사람, 선글라스를 낀 사람, 수염을 기른 사람.


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 온다. 바닥에 깔려 있는 대리석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망가지고 찌그러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대리석의 역할은 바닥을 지탱해주는 일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대리석의 모습은 울퉁불퉁하지만 오히려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한 곳에서는 보수공사를 한다. 시끄럽고 흉물스럽지만 건물 전체를 위해서 사람들은 이를 감수하고도 본다. 또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완공이 되면 아야 소피아의 완성된 모습을 다시 봐야지.' 이렇게 아야 소피아는  또다시 다른 사람의 손을 타고 보수된다. 100년 후에 아야 소피아가 남아있다면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여기가 100년 전에 보수했던 곳 이래' 아야 소피아가 담고 있는 세월의 모습이 좋다.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도, 파괴시킨 흔적도, 낡아서 벗겨지고 색 바랜 흔적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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