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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하필이면 샤바트!

길거리에서 하는 찬양보다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

우르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스라엘에 도착하는 그 날이 하필이면 샤바트(안식일)이다. 토라에 쓰여있듯이 샤바트(안식일)를 지키기 위해 유대인들은 금요일 저녁 7:30부터 토요일 저녁 8:30까지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 그 일에는 장사를 하는 일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업무도 하지 않는다. 버스도 다니지 않고, 트램도 다니지 않는다. 어른 세대에게 샤바트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때 문을 닫는 일 조차 하지 않기에 아랍인을 고용해서 문을 열고 닫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었는데, 유대인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스마트폰도 샤바트 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샤바트 때문에 밥을 못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다. 점심에는 한인교회에 갔었는데 뭔가 환영하는 분위기보단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말로는 환영하는 것 같은데 처음 보는 사람이 수염까지 덥수룩하고 교회에 와서 앉아있으니 별로 달갑진 않았나 보다. 아무튼 나는 예배하려고 왔으니 구석진 곳에 앉아서 기도부터 했다. 예배가 끝날 무렵 목사님이 새로 온 사람 없냐고 물어보다가 내가 일어나서 내 소개를 해야 할 차례가 왔다. 나는 여행객이라고 짧게 소개했고 몇몇 어르신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스라엘에 가기 전 학교에서 어떤 구약학 교수님이 내게 "무계획으로 가는 이스라엘도 참 멋져"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무계획으로 왔다. 한인교회에서 선교사님, 목사님들이 "궁금한 거  없어요?"라고 물어보셨는데 뭘 알아야 궁금한 게 생기지, 교회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를 말씀드렸더니 내게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샤바트(안식일)가 끝난 예루살렘 거리는 활기차다. 원래 돼지 같이 먹는 나인데, 샤바트 내내 교회에서 주는 카레  조금밖에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먹고 싶은 음식을 나열하며 투덜거리다가 샤바트 시간이 끝난 것을 보고 숙소에서 나왔다.

샤바트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거리에 나왔는데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여기저기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가게들이 하나 둘 씩 문을 열고 나는 제일 푸짐해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 먹었다. 으아! 배부른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나. 

길을 걸어가는데 길거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로 된 교회 찬양을 하고 있다. 또 어떤 외국인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또 어떤 노인이 길가에 누워있다. 많이 굶주려 보인다. 근데 바로 그 순간 어떤 사람이 와서 자신의 샌드위치를 나누어준다. 길거리에서 하는 찬양보다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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