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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r 31. 2016

다시 만난 아비야 누나

반가워 누나!

2014년 6월, 히브리어를  2학기째 배우고 있을 무렵, 이스라엘에서 유대인 누나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의 스승이신 이환진 교수님의 소개로 같이 밥을 먹게 되었는데  이때 아비야 누나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코셔라는 것을 지키기 때문에 냄비도 따로 쓰고 음식도 조리과정을 보지 않으면 안 먹을 만큼 까다로운 사람이라길래 굉장히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만나고 보니까 그냥 좋은 유대인 누나였다.

아비야 누나를 강남역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마침 그 해 여름 이스라엘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아비야 누나한테 물어볼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남역 파리 크루아상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누나를 다 쳐다보았다. 유대인 여자는 한국에서는 드문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스라엘이나 타국에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한두 번은 괜찮지만  계속되면 불쾌해졌다.  그때 아비야 누나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불편했을 것이다.


2014년에 가려던 이스라엘은 비행기 티켓팅까지 했지만 취소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문제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안 가기로 했던 것이다.(사실 여행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긴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이번에는 이스라엘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비야 누나를 만났다. 

나는 아비야 누나를 따라 이스라엘 관련 유적이 있는 박물관에 갔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쿰란 사본과 알레포 사본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진작 봤던 것이지만 알지 못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행복했다. 히브리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직독직해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전쟁으로 인해 흩어졌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역사가 있는 곳에 가서 구경하였다. 각자 다른 형태의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유대인들의 흔적이 보인다. 결혼할 때 혼수 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계약서에 쓰고 결혼하고, 이혼할 때는 이를 찢어버리는 형태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시나고그는 참 흥미로웠다. 뒤, 혹은 중앙에 비마(유대 회중석)가 있고 정면에는 토라가 든 두루마리 통과 양 옆에 비석 형태의 말씀이 보인다. 제단 위에는 메노라도 보인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피곤이 쏟아지는 바람에 설명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비야는 군복무를 박물관에서 가이드로 활동해서 참 실속 있고 좋은 설명이었는데 그게 좀 아쉽다.

아비야 누나는 히브리 대학교를 다닌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훌륭한 유대인들이 세운 이 학교. 한 번쯤 와 보고 싶었다. 히브리대학교 도서관에 한자랑 일본어로 된 책 밖에 없다 한글책은 고작 두줄. 속상하다. 신기한 건 그 와중에 성경이 있다. 분위기가 서울대학교와 비슷하다. 공부하는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공부하고 있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도서관에 꽤 있다. 학교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딱 적당하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사실 우리 학교 도서관과 비교해서 그렇게 뭔가 달라 보이는 분위기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우리 학교가 학교가 좀 작고 애들이 공부도 안 하고 시설도 좀 안 좋긴 하지만 누군가는 무언가 홀린 듯이 공부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학교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기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누군가는 시설에 상관없이 자신이 알아서 복지를 누리고 있다.

학교 핑계를 대는 것은  무의미한 듯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 갔을 때도 그렇게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듯이 공부는 개인의 집중력과 하고자 하는 열정에 따른 것 같다. 조금 부러운 것은 캠퍼스의 낭만이다. 펼쳐진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나누고 공유한다는 것이 참 부럽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참 부럽다. 예컨대 유학을 가고 싶다 해도 지원해주지 않는 학교가 미운 반면에 어떤 학교는 정기적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유학 코스를 밀어주는 학교가 있다. 열정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럼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던가.

히브리대는 등록금이 1년에 300만 원이란다. 근데 여기 오려면 일단 히브리어는 물론이고 영어를 자유롭게 해야 할 것 같다. 영어를 못한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문법이 어눌하여 어떤 단어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불분명함이 느껴진다. 히브리 대학교 사람들의 집념이 학교 안에 담겨있음을 본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묶여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참 부럽다. 히브리대 시나고그(채플)에 들어가면 큰 유리창 정면에 황금돔이 보인다. 언젠간 황금돔을 되찾겠다는 그들의 집념이 돋보인다. 히브리 대학교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토라'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를 나와 야외공연장을 구경했다. 공연장을 구경하고 학교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자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듯 길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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