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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05. 2016

부자유속의 자유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잠을 잤는데 휴게소에 도착할 쯤에는 목이 너무 아팠다. 잠을 자면서 고개가 여기저기 흔들렸나보다. 휴게소에서 내가 친구들에게 목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더니 주찬이가 내게 목베게를 빌려주었다.

목베게를 빌려주면서 주찬이가 내게 말했다. 야 이거 되게 처음엔 불편한데 나중엔 되게 편해. 억압속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 '뭔소리 하는거지' 하면서 웃으며 목베게를 받았다.

목베게를 하고 한시간쯤 가고 있는데 목이 너무 편하다. 처음엔 갑갑하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목이 고정되서 편하고 좋다.  

내게 있어 하나님의 말씀, 율법이 그런 것 같다. 말씀없이 살 때는 자유로운 듯 싶으나 삶에서 어딘가 자꾸 느껴지는 불편함이 쌓여가고 계속되는 삶의 불편함은 후에 내게 어떤 장애로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말씀이라는 목베게가 내 목을 감싸고 있으면 처음에는 불편하더하더라도 나중에는 편하다. 오히려 자유롭다. 주찬이가 말한 억압 속에 자유라는 말이 퍽 어울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율법도 있다. 이 율법이 정말 내게 선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아직 내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목을 뻣뻣이 굳이고 있어서 더 불편한 걸수도 있겠다. 억압 속의 자유. 그 자유로움을 삶의 전반에서 느끼고 싶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진리가 너희에게 있을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라는 말씀은 이런 뜻이 아닐까. 목베게를 베다가 진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버스 위로 창문이 나있는데 비행기가 지나간다. 밤하늘이 아름답다.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 이곳이 서현이고 야탑인것 같다. 어디에 있느냐 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있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동훈이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는데 보고 싶다. 동훈이가 이 자리에 없으니 뭔가 허전하다. 다른 친구들도 보고 싶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함께하는 사람들이 귀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특히나 배우자의 경우에 그렇다. 나는 아직 멍청한건지 순수한건지 영화 같은 로맨스를 믿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삶과 같이 있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상관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믿는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그런 사랑이 찾아올까.

다시 밤하늘을 보니 캄캄하다. 아직은 아닌가보다. 뭐 아침이 밝아오면 하늘이 파래지는 것 처럼. 내게도 그런 하늘이 찾아오겠지. 하며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했는데 고층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ABC 방송사의 생방송을 하는 건물도 보인다. 얼리샤 키스 누나의 'empire state of mind'
(사실 노래 후렴구인 '뉴욕~' 밖에 부를줄 몰라서 그 뒤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가사를 제대로 외워서 불러보는게 목표이다. 근데 나 같은 사람이 많나보다. 네이버에 '노래 뉴욕' 이라고 치니까 나랑 비슷한 분류의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다.)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올것만 같다.

순식간에 초등학생 때 태우와 삼성 코엑스에 가서 '우와 여기 장난아니야' 했던 기분으로 돌아간다. 나는 여기서 촌놈이 됐다. 촌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다.

주찬이가 여기 소녀시대가 뉴욕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소녀시대를 만나서 밥한끼 같이 먹는걸 목표로 해야겠다. 근데 누구랑 같이 밥을 먹지? 뭐 만나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행복한 고민이다.

다운타운 내로 들어오니 자동차 경적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빵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엄청 막힌다. 4-5시간 걸린다고 했던 버스일정이 6시간도 넘게 걸렸다. 미국의 버스는 인도의 기차와 같아서 연착은 기본으로 계산하고 타야한다. 근데 길이 막혀서 난 더 좋다. 뉴욕시내를 천천히 돌아보는게 2층버스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잡았다. 맨하탄 옆에 루즈벨트 아일랜드라는 곳에 위치한 숙소인데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넓고 아늑하다. 같이 룸을 쉐어링하는 중국인 친구들이 참 친절하다.

내일은 주찬이 바지가 없다고 해서 쇼핑을 하러 갈까 하다가 소녀시대, 빈지노 등등이 나오는 콘서트가 내일이라고 해서 고민 중이다. 아 졸리다. 벌써 새벽 세시다.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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