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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1. 2016

이번 여행은 먹다가 끝날 거야

시카고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웅기를 만나서 펜케이크를 먹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일주일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웅기의 모습이 피곤해 보였다. 차 안에는 에너지 드링크 몬스터가 있었다. 피곤함을 이끌고 우리를 마중 나오러 온듯했다. 사실 이 친구는 지금 병원에서 사람들을 상담해주고 돌봐주는 인턴과정을 하면서 학교 공부와 교회 사역을 같이 하고 있다. 일주일에 본인이 정말 가질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바쁜 스케줄에 우리를 만나러 공항으로 마중 나와준 것이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서 마중을 웅기의 모습이 참 고마웠다.

웅기를 따라가서 펜케이크를 먹었다. 펜케이크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펜케이크를 먹은 후에 숙소에 짐을 풀었다. 웅기 집에 내가 머물고 나머지 친구 두 명은 기숙사에 머물기로 했다.

짐을 풀고 나와서 우리는 웅기가 다니는 게렛 대학교와 노스웨스턴대학교를 구경했다. 게렛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감리교신학대학교보다도 작았다. 상상했던 캠퍼스 라이프는 여기에도 없었다. 노스웨스턴 학교는 꽤 규모가 컸다. 하버드, 스탠퍼드만 아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생소할지 몰라도 미국 내에서는 꽤 알아주는 대학교라고 했다. 우리는 학교 내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저녁 메뉴는 그 유명한 시카고 피자. 진짜 시카고 피자였다. 맨날 인터넷에서 시카고 피자 시카고 피자 하는 걸 보면서 먹고 싶었지만 여자친구가 없어서 가질 못했다. 혼자 가서 먹기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자주 갔던 오리역에 있는 피자헛 같은 분위기와 같은 피자집이었다.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자연스럽게 시카고 피자를 시켰다. 피자를 먹기 전에 샐러드가 나왔는데 샐러드의 양이 꽤 많았다. 그러나 샐러드는 닭강정의 채소처럼 많아 보였지만 금방 사라졌다. 샐러드를 다 먹을 쯤에 시카고 피자가 나왔다. 비주얼이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위에 올려진 토핑은 토마토소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햄 토핑이었다. 햄, 불고기 토핑이 넓게 2-3겹이 쌓여있었다. 사실 이 피자는 피자라기보다는 파이에 가까웠다. 두꺼운 도우와 푸짐한 재료는 한두 조각만 먹어도 배를 불리기에 충분했다.

피자를 먹고 나오니 밖에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내렸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집을 향해 뛰었다. 집을 향해 뛰고 있는데 웅기가 잠깐 멈춰보라고 했다. 그리고 들어간 곳은 아이스크림가게. 비가 오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는 분주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아이스크림 이길래?

기다려서 먹은 아이스크림은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명하기 조금 어렵다. 그냥 아이스크림이 맛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비가 그쳤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마침 또 비가 내렸다. 비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모양도 영화에서 인공으로 쏟아붓는 형태였다. 뭔가 수상했지만 우리는 그냥 숙소로 달렸다.

웅기 집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돌아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먹었다. 자기 전에 웅기가 내게 말했다. "이번 여행은 먹다가 끝날 거야."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말이 그렇게 무서운 말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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