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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31. 2016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잊어버린 가슴의 두근거림

일을 마치고 분당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와 밥을 챙겨 먹고 자는 생활을 하다가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나니 한결 낫다. 뭔지 모르겠지만 왁자지껄 떠들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린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금요일 날 사람들이 금요예배를 가지 않는 것은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원한 맥주 혹은 사이다 한잔이 교회에서 하는 예배보다 그들의 삶 속에 필요한 것을 채워주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현대인의 마음속에 있는 근심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곳은 교회가 아니라 다른 곳이다.

내가 여행 중에 예수를 찾게 될 때는 다름 아닌 절박할 때였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 하루 종일 굶으면서 빵 조각하나 와 초코바 하나, 그리고 물 몇 모금으로 뜨거운 광야에서 길을 잃었을 때, 터키 남부에 있는 고속도로에 잘못 내려준 버스 기사 때문에 해가 지는데 잘 곳을 못 찾고 있을 때, 열악한 인도 기차에서 예약을 하지 않고 타는 바람에 18시간 동안 바퀴벌레와 그 친구 벌레들이 득실 거리는 화장실 앞에서 쪼그려서 자고 서서 잤을 때,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서 숙소에서 아무 곳도 나가지 못하고 숨어만 있을 때. 그때 예수를 찾았다.  

갈릴리의 언덕으로 예수를 찾아온 사람들도 그랬다. 절박했다. 먼 시리아 땅에서부터 여기 이스라엘 갈릴리까지 병든 부모님을 수레에 태우고 끌고 온 아들, 반복되는 사회적인 따돌림에 찌들어있는 매국노와 같은 세금징수원,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을 판다고 더럽다며 손가락질받는 창녀. 그들은 마음속의 절박함을 갖고 예수를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천 년 전, 외국인들의 마음만 절박함이 있고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절박하지 않은가? 아니다. 그들은 마음속의 절박함을 항상 안고 산다. 출근길의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근심이 가득하고 퇴근길의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한숨이 가득하다. 근심과 한숨이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절박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절박함을 풀어줄 교회가 없다. 교회 안에 예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가 있는 교회. 그 교회는 정말 파라다이스일까? 이 땅에서는 과연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사실 예수가 있는 교회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예수가 있는 교회는 당장의 기쁜 것, 행복한 것, 편안 것을 생각하고 가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이 아니다. 기쁨과 행복과 화평은 다르게 생각하면 무거운 책임이 수반된 것들이다.

고생 없이 얻어지는 돈이 금방 날아가버리듯 희생과 수고 없이 얻어진 기쁨과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는 작업, 그 작업이 교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마음 벽을 두텁게 다지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기쁨만 찾으려 하니 공허한 것이다.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금요예배에 가지 않고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것은 마음의 벽을 두텁게 하지 못해서이다. 사람들의 유대감의 부족, 교회는 점점 커지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 한 가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계. 성경 말씀은 강조하지만 성경 말씀을 같이 살아갈 사람들의 부재함이 사람들을 금요예배보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있는 호프집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 언젠가 성령의 불타는 금요일이 예수를 믿는 사람과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상식으로 통용되는 세상이 오는 날이 올까.

노래를 듣는데 가사가 귀에 날아와 마음에 꽂힌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잊은 듯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가슴속의 두근 거림이 다시 살아나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밥이 먹고 싶어서 초밥을 샀다. 내 손으로 번 돈으로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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