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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Oct 17. 2016

해봤자 안될 텐데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칠 때가 있었습니다. 가이드 회사와 여행사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 항공사 사무장에게 취직 권유를 받기도 했습니다. 몇몇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의도 받았고 여행 강연 요청도 여기저기서 받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내 여행을 다닌 것뿐인데 사람들이 주목해주니 말입니다. 주목받는 것은 달콤한 일이더군요.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싶었습니다. 여행으로 유명해져서 유명세로 먹고살아야겠다! 그래서인지 교만해졌습니다. 넘치는 자신감은 저를 교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지금까지 제 모습을 돌아보니 실패 투성이더군요.  


-외국인 가이드 사업 추진 실패
-풍등 장사 실패
-블루투스 키보드 모델 제안했으나 차단당함
-즉석사진 모델 제안했으나 1년째 무소식
-여행가로서 유명해지는 것 실패
-출판사에서 사기당할뻔함
-항공사 취업 실패

-첫사랑에 실패


저는 찌질해서 하나를 실패하면 그 후유증 꽤나 오래갑니다. 그래도 꾹 참고 계속해서 견뎌왔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게 하기 싫은 순간이 오더군요.

'해봤자 안될 텐데'


잦은 패배감은 회의감으로 번졌습니다. 패배감은 저로 하여금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보고 아무것도 안 하는 잉여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꽤 괴롭더라고요.

그러다가 친구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교회 와서 강연해 줄 수 있어?" "미안 친구야 내 인생이 시궁창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라고 답변하기엔 미안해서 알았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 가운데 성경을 보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더군요.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고린도후서 12장 9절 중

그래서 저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습니다. 물론 재밌는 여행 얘기와 함께요.
강연이 끝나고 지금은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포항에 내려가고 있습니다. '해봤자 안될 텐데'가 아니라 '안되면 될 때까지'를 다시 새기고 오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려간 김에 국내여행을 하며 보고픈 사람들을 만나고 오려고 합니다. 또 지금 쓰고 있는 책의 결말을 이번 여행 중에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적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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