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준 Jan 08. 2017

책의 초고를 완성하다.

교정교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며칠 전, 출판하고자 하는 책의 초고를 완성하고 같이 한국어 공부를 하던 선생님 (윤재연 (Jaeyeon Goznuk Yun) 잘 부탁 드립니다!) 에게 교정교열을 부탁했다. 끊임없이 굴러가는 시지프스의 바위와 같은 수정 작업에서 잠시나마 해방됐다는 사실이 제법 후련하다.

처음 내가 쓴 글을 볼 때는 스스로 위로가 많이 됐다. ‘와 내가 어떻게 이런 글을 썼지?’ 나는 우습게도 내가 쓴 글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같은 글을 얼마나 보았을까. 슬슬 내 글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여행, 더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다른 여행가들의 글들이 더 재밌고 신선해 보였다. 갓 뽑은 커피의 맛과 같은 타인의 새로운 글들이 이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있을 때, 빛바랜 내 글들은 낡은 원두 자루처럼 구석에서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출판 날짜를 앞당기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보이는걸 어떡하랴. 쓰고, 지우고, 고치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하다 보니 글과 나 사이에 깊은 권태기가 찾아왔다.

‘우리 잠시 떨어져 있자.’ 나는 글쓰기를 멈췄다. 그토록 좋아했던 내 글이었는데, 그 글이 지겨워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글에 대한 자존감은 떨어졌고, 책을 내지 말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가득해졌다. 그렇게 무의미한 하루가 지날 즈음, 한 여행가의 강연회에서 먼저 책을 쓴 작가를 만났다. 내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자 작가는 내게 살진 조언들을 해주었다. “어느 순간 제 글이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래도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글과의 권태기는 당연한 것이라며 공감해주었던 작가의 말에 힘을 얻었다.

그렇게 다시 용기를 내어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글은 제법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그렇게 초고를 완성했고, 이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고치는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바로 그때, 브런치 독자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작가님 글이 많이 그립습니다. 출판까지 힘내주세요!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이 났다. 고마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서 책을 만들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좁은 길이 항상 옳은 길은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