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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Apr 17. 2018

79만원으로 세계일주

5대륙 38개국 258개 도시 1948일을 여행한 '권용인' 작가의 책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1시간 단위로 쪼개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 나라의 전반적인 것들을 공부하고 떠나는 계획적인 여행을 좋아했다. 그런데 스페인을 여행하던 어느 날, 내가 묵는 도미토리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같이 방을 쓰고 있던 사람들끼리 육탄전이 벌어졌고, 나는 괜히 휘말리기 싫어서 무작정 숙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는 분에게 추천을 받아서 한인민박에 묵게 됐다.

그렇게 무계획 속에 도착한 한인민박에는 용인이형(저자)가 있었다. 그렇게 용인이형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모여든 다른 여행자들과 계획에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꿈에 그리던 피카소의 작품을 보는 것보다, 프라도 미술관의 명작들 앞에서 느끼는 전율보다, 웅장한 톨레도 대성당의 건물의 감동보다, 그냥 이 작은 방구석에서 웃고 떠든 시간이 가슴속에 오래 남아있다. 

나는 ‘얼마로 며칠 동안 세계일주를 했습니다!’라고 자랑하듯 자기 무용담을 펼쳐놓는 사람들을 대체로 멀리한다. ‘주변 사람들 힘들었겠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용인’은 조금 다르다. 분명 돈도 없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닌데, 옆에 있으면 즐겁다. 그리고 그의 여행 얘기를 듣고 있으면 돈키호테가 생각난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잘못을 고칠 줄 알며,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돈 키호테의 impossible dream 中         


“사람들은 정말 불가능한 것에는 ‘불가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자기가 할 수 없거나 혹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할 때,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쓴다. 절대 그 말에 쫄지 마라.”      


                                                                                                                    -권용인의 79만원으로 세계일주 中  

이 책을 읽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다짐보다는 되려 삶의 전반적인 용기를 얻게 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잘난 자신의 인생 무용담을 풀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깨지고, 망가지고, 실패하고, 사기당하고, 아픈 민낯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불가능’을 대하는 그의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피식 웃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져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텅 빈 잔고로 독자들을 걱정하게 만들지만, 그의 꿈은 부자니까.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이 생긴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여행을 하고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여행의 가지 수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별들은 서로 질투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는다. 그저 어두운 밤하늘에 홀연히 빛나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갖는 것이다. 내 여행에 대한 믿음. 나는 이 책이 그 믿음의 빛을 충실히 비춰낸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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