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입국심사관

너 여기서 나쁜 짓 할 거야?

by 이서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안관이 내게 와서 취조를 했다. "너 어디서 왔어? 왜 왔어? 와서 무슨 일 할 거야? 범죄 경력 같은 거 있어? 여기서 나쁜 짓 할 거야?" 비행기에서 막 내린 나는 귀도 먹먹하고 잠에서 덜 깬 상태라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보안관은 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몰아붙였다. 나는 보안관에게 무례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보안관은 내게 화를 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이곳에 여행을 왔다. 당신이 내게 이렇게 근거 없이 몰아붙일 수 있는 자격은 없으며 더 이상 무례하게 행동하면 정식으로 대사관을 통해 항의하겠다."(사실 이렇게 유창하게 말하진 못했다. 나도 갑자기 당해서 흥분 한터라 이렇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보안관이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거라고 말하며 내게 화를 냈다. 나는 "당신하고 말이 안 통하니 다른 보안관 데려오던가 태도를 정중하게 바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보안관은 궁시렁거리면서 다른 사람을 데려왔다. 새로운 보안관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국가 보안 때문에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IMG_4920.JPG

지난 이스라엘 여행 때 입국하는데 나만 혼자 일행 중에 입국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며칠 있을 거야"(how many days?)라는 말에 내가 days를 theys라고 착각해서 우리 일행 숫자를 말했다. 입국심사관은 내게 뒤로 물러서서 다른 검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나 때문에 약 40명이 기다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마음의 부담이 컸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하는데 내가 선 줄 앞에 사람들이 한 사람당 10분-15분이 소요가 되는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이대로 정면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옆줄에 설 것인가.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이대로 정면돌파를 하기로 결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섰는데, 입국심사관이 숙소 어디에 정했냐고 물어본다. 근데 난 숙소를 안정했다. 큰일 났다. 첫 질문부터 막혔다. 근데 문득 생각이 났다. "아비야라는 친구가 예루살렘에 사는데 그 친구 집에서 머물 거야. 그 친구가 동아시아학을 전공해서 한국에서 사귀게 되었거든" 입국 심사관은 바로 도장을 찍어주었고 나는 드디어 이스라엘로 들어가게 되었다.

IMG_5104.JPG

텔아비브에서 노란색 택시를 탔다. 안식일이기에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황량한 벌판이 보였다. 이스라엘스러운 꽃들과 나무, 벌판이 내게 이스라엘에 왔다는 것을 조금 실감 나게 해주었다. 이스라엘에는 계획이 없이 왔다. 무계획 여행이다. 이스라엘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막막한 심정뿐이다. 드문드문 읽히는 히브리어가 반갑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읽는데 오래 걸린다. 발음은 읽을 수 있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답답하다.


처음부터 당해서 그런지 한국인을 못 만나서 그런지 마음 맞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지 외롭다. 스페인쯤 가면 더 외롭겠지. 무엇이 있을까 기대되는 마음도 있지만 이젠 두려움보단 외로움이 앞선다. 여행이야 뭐 하다 보면 다 되는 거겠지. 한인교회에 가서 한국 사람들을 좀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여행이 끝나면 난 또 보잘 것 없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