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하는 化身(화신)

by 서장석


혼자여도 괜찮다. 여럿이어도 좋다.

카페는 나만의 공간일 수도, 당신만의 공간일 수도 있다. 커피를 마시러, 책을 읽으러, 시간을 보내러, 이야기를 나누러…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갖고 이곳에 온다.
나는 오늘, 생각을 정리하려고 자리를 잡는다. 글쓰기가 막혀 머리를 쥐어뜯고 체머리를 흔들 만큼 답답할 때, 커피를 찾는다.
창밖을 우두망찰 바라보다가, 틈틈이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 가며 생각의 골을 메운다.
언제나 반짝이는 문장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가뭄처럼 며칠이고 생각이 메말라 입속에서 마른침만 삼킬 때면, 나는 기우제를 지내듯 비를 기다린다.

오늘처럼 단비가 내리는 날, 그 기다림이 통했구나 싶다.
누군가는 노력만이 결과를 만든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사람은 노력만으로 살 수 없다. 기도와 기원은 앞으로 내가 키워야 할 꿈의 씨앗이고 종자다.
풍요로운 꿈을 흙에 심고 물을 주어 키우고 하늘 향해 두 손을 모아야 한다.
농부가 그렇듯, 글 쓰는 사람도 그렇고 누구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스스로 기쁨을 찾고자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난관과 고통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분석하고 결단해야 한다.
우리는 날마다 선택해야 하는 존재다.
맑은 날과 궂은날 사이에서 언제 우산을 쓸지 가늠하는 일도 결국 경험이 알려주는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음악을 듣는다.
잔잔한 건반 소리와 부드러운 색소폰은 귀를 편안하게 하고, 조급한 호흡을 가라앉히며
깊은 생각으로 나를 인도한다. 마음이 이렇게 힘을 얻는다. 그 힘을 키우는 장소가 바로 카페다.

생각이 깊어진다고 해서 지혜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노력이다.
노력은 지혜를 낳는다. 지혜는 다시 꿈을 위한 제단을 세운다.

카페는 내게 그 제단이다. 나는 이곳에서 꿈을 올리고, 환상과 이상을 향한 의식을 치른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너와 함께. 생각의 의식은 절제되고 엄숙하다.
우리는 함께 그 의식에 참여해 서로의 지혜를 돕는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마음으로 이어진 지혜는 우리 삶을 느긋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카페는 그 지혜의 化身(화신)이 된다. 생각을 정리하는 나의 분신이 된다.
그곳에서 나는 공평해지고, 평화를 얻는다.

숨겨 둔 지혜는 더 이상 지혜가 아니다. 내가 얻은 지혜는 세상에 흘려보내야 한다.
자유도 그렇다. 노력 없이 주어지는 자유는 없다. 힘듦을 기꺼이 감내하며 구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생각의 화신이 꼭 카페일 필요는 없다. 내가 머물고, 내 생각이 머물며 정리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또 카페를 찾는다.
날아다니는 생각을 붙잡고 조심스레 책상 위에 펼쳐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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