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카페

by 서장석


비가 내린다.

낮에 후텁지근하더니 결국 비를 뿌린다. 유월 중순인데 벌써 제주에는 장맛비가 내린다고 캐스터가 전한다.

보강토 옹벽 위에 세워진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꾸미려 애쓴 티가 나지만 어딘가 어설프다. 차라리 옹벽 아래 풍경이 더 볼만하다.
옹벽 아래에는 작은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지름이 칠십 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잎을 바람에 맡기고 하늘거린다. 밤의 심장이 두근대듯, 그 진동을 전해 받은 수만 개의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한꺼번에 나풀거린다.

한밤중 내리는 비는 간판에도 부딪혀 빛을 흩뿌린다. 노란 네온등이 흐린 연무 속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대부분의 도심 카페는 자연환경보다 접근성을 우선해 자리 잡는다. 그런데 이 카페는 영리하다. 마당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건물만 덩그러니 올려놓았다. 도로 쪽은 벽으로 막고, 천변 쪽은 통창을 내어 풍경을 들였다. 녹색 정원을 실내로 끌어들여 손님들이 누리도록 권장한다. 똑똑한 선택이다.

개천가 정원에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산책길이 놓였다. 그 주변엔 버드나무와 느티나무가 자라고, 기세 당당한 전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다. 전나무잎이 빽빽이 들어서 햇빛을 가리고 길을 어둡게 만든다.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가려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달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비 오는 밤이면 맹꽁이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지, 밤마다 내 수면을 방해할 만큼 요란하다.
그만큼 이곳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본래 이 땅의 주인은 녀석들이었다.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옹벽을 쌓아 경계를 만든 것이니, 어쩌면 그들은 자기들의 땅을 돌려 달라고 울부짖는 것인지도 모른다.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려 꽈배기를 베어 물었다. 씹으면서 입가에 묻은 설탕을 손등으로 쓱 닦는다. 눈은 허공에 멈추고, 한밤의 고요는 적막하다. 검은 침묵에 잠긴 가로등 불빛이 한 뼘만큼의 공간을 밝힌다. 그 작은 공간을 스쳐 가는 빗줄기가 세차다. 빛이 반사되어 허공으로 퉁겨 나간다. 침묵은 소리마저 눕혀 놓아 숨소리조차 조심스럽다. 오직 마음만이 공간을 떠돈다.

여름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피부에 닿아 소름이 돋는다.
비 내리는 밤, 카페 안에는 노란 조명이 켜지고 드문드문 사람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옅은 카키색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홀짝이며 블루스를 듣는다. 가볍게 몸을 흔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간 퇴폐적인 냄새가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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