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카페

by 서장석


오늘은 금요일. 카페에 갔다.

마주한 키오스크는 언제 봐도 어렵다. 커피 종류를 누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뜬다. 핫커피를 누르는 방법은 모르겠다. 지켜보던 매니저가 와서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나이 먹은 게 자랑은 아니지만, 죄도 아니지 않은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TV에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달리는 차에 튀는 빗방울이 사방으로 퍼진다.

아래 꽃밭에서는 연잎이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 이파리 위로 내린 빗물을 모아 구슬을 만들고, 크기가 일정해지면 땅바닥으로 내려놓는다. 잎과 줄기를 흔들며 무거움을 덜어내듯 반복한다. 그 곁의 장미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카페 옆길로 차 한 대가 들어온다. 깜빡이를 켰는데, 왼쪽 깜빡이를 켰으면서 우측으로 들어온다. 비 오는 날은 정신이 흩어져서 그런 걸까?

나는 비 오는 날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우산에 후드득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때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나를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아스팔트에 부딪혀 튀는 빗방울이 종아리에 닿을 때 전율이 오기도 한다. 신발이 젖든 말든 상관없다. 튄 빗방울이 서늘하게 피부를 스치며 즐거움을 준다.

또 다른 즐거움은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차 천장을 두드리는 소리는 장관이다. 라디오도 꺼 두고, 열린 귀와 온 정신을 집중해 숨죽여 들어야 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차 안 공기를 가른다.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비를 시각과 청각으로 느낀다면, 후각으로는 어떤 냄새일까? 아마 계절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봄비는 달콤하고, 여름 장맛비는 시큼한 땀 냄새, 가을비는 바짝 마른빨래 냄새, 겨울비는 구워진 군고구마 냄새일 것 같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으면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파의 편안함이 머릿속 생각들을 끄집어내도록 재촉한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샘솟듯 올라오는 생각을 적기만 해도 된다.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향을 맡는다. 따뜻할 때도 좋지만, 온기가 빠진 커피의 향이 바깥공기에 퍼지며 코끝을 간질이는 느낌도 좋다.

비 오는 날에도 새들은 날아다닌다. 매일 먹이를 찾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처럼 냉장고나 창고에 음식을 저장할 수 없으니, 몸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 인간은 때때로 욕심을 부려 시간을 낭비한다. 새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성가신 일이지만,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고 욕심내는 것도 미련한 일일지 모른다.

사람은 먹는 것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다. 마음 닦음도 필요하다. 마음이 가난하면, 불쌍한 사람이 된다. 나는 가진 게 없는 서민이지만, 비 오는 날 책 한 권과 반바지 차림, 깃 없는 남방을 입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즐길 여유는 있다. 나이를 먹으면 감상적인 사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느낌이 있고 사색적인 삶을 살고 싶다.

아내가 마트에 가서 쌀을 팔아왔고, 김치도 담가 놓았다. 국도 만들어 놓았으니 데우기만 하면 된다. 매일 작은 휴식을 모아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삶. 편안한 팔자에 커피까지 누릴 수 있으니 더 바랄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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