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상호대차 신청한 책을 찾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연대기 2》를 대출 신청한 뒤 밖으로 나왔다. 햇볕이 쨍쨍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만사 불여튼튼이라 생각하고 채워 두었다.
오늘의 목적지, M*** COFFEE.
며칠 전 아는 분께 커피 이용권을 선물로 받았기에, 드디어 쓸 때가 왔다.
요즘 카페는 대부분 키오스크로 주문하지만, 이용권을 쓰려면 매니저와 직접 대면해야 했다. 그녀는 혼자 일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나는 휴대폰 화면에 이용권을 띄운 채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드디어 그녀와 시선이 닿았다.
겸연쩍게 웃으며 “너무 바빠 보여서 말 걸기 미안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도 웃었다. 바코드를 찍고, 매장 이용인지 테이크아웃인지 묻는다. 매장에서 마신다고 답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가게는 사거리 모퉁이에 있다.
손님이 많은 편이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도 매장 안은 늘 손님들로 북적였고, 매니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번호표 109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준비됐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컵에는 얼음이 수북하고, 온도 차로 맺힌 물방울이 반짝인다.
오른손으로 살짝 감싸 쥐자, 손바닥에 시원함이 스며든다.
창밖을 본다. 녹색 신호등이 켜지고 사람들이 바쁘게 사거리를 건넌다.
한낮의 열기 속,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가 뛰어다니고, 엄마는 애를 다독이느라 분주하다.
나 같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애엄마는 오히려 웃는다. 햇볕 내리쬐는 이 시간, 웃을 수 있는 여유라니. 나는 그 장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얼음보다 빨리 사라진다. 잔엔 얼음만 남고, 얼음 한 덩이를 입에 넣어 와그작 깨문다.
물보다 더 날카로운 시원함이 이빨로, 잇몸으로, 머릿속까지 전해진다.
아스팔트 위로 펄펄 끓는 열기가 올라온다. 그냥 그 뜨거움 자체를 보고 있다.
이윽고 다시 신호등이 바뀌고, 나는 커피숍을 나와 자물쇠를 푼다.
자전거 안장은 이미 한낮의 열기로 달궈져 있었다. 페달을 밟고 올라타니 엉덩이가 화끈거린다. “그늘에 세워둘걸.”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달린다.
그래도 챙 넓은 모자가 직사광선을 막아준다.
커피 쿠폰을 쓰고 나니 미뤄둔 숙제를 마친 기분.
숙제 점수는 A+.
덥지만, 잠시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조그만 기쁨을 가슴에 담아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