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카페

by 서장석


광교 OO VIEW LAKE TOWER는 수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카페를 품고 있다.
지상 41층, 해발 175m에 위치해 발아래 펼쳐진 멋진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문을 열면 바로 카페가 나온다. 뷰가 예사롭지 않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는다. 코끝을 스치는 커피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통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시각을 깨운다. 목으로 넘긴 커피는 쓴맛과 단맛을 동시에 전하며 뇌를 자극한다. 모든 감각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한 신호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방어기제를 풀어놓고 긴장을 내려놓는다.


호수공원의 윤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드러운 호수의 곡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이곳은 내가 어릴 적 ‘원천유원지’, 또는 ‘원천저수지’라 불렀던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 소풍 때 이곳에 와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뚝 길을 따라 달리던 기억이 난다. 그 길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었고, 놀이기구도 몇 개 있었는데 바이킹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오리배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어린 시절의 장소가 변한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감회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때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없었기에 더 특별하다.


카페에 앉아 둥글게 이어진 호수 언저리를 바라보며 호수 전체를 한눈에 담는다. 지금은 이곳은 ‘광교 호수공원’이라 불린다. 공원 곳곳에 금강송과 활엽수를 심고 벤치를 만들었다. 물가를 따라 산책길도 조성해 시민들이 호수를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맑은 날에는 멀리 영통 시가지와 오산 근처까지도 시야가 트인다.


카페의 압권은 단연 ‘풍경’이다. 둥근 유리창을 따라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통로 쪽 테이블은 단을 높여 앞자리의 시야 방해를 막았다. 이곳이 뷰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혼자 와서 사색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주변의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가끔 들러 생각을 정리하거나 멍하니 앉아 있기 좋은 곳이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눈을 열고 귀를 닫는다면 꽤 합리적인 공간이다. 무엇보다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늘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은 흔치 않다. 다만 이용 시간의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 9월의 밤에 바라보는 호수 풍경은 정말 남 주기 아깝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과 주변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전경이 환상적이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각각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책을 펼치고 글자를 읽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창밖 먼 곳을 바라본다. 특별히 어디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진다.

멀리 항공기 경고등 불빛이 깜박이고, 발아래엔 사람들이 드문드문 걷는다.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즐거움은 덤이다. 카페의 매력은 다양하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마력을 즐기며 행복할 수 있다면, 작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소중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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