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 NVot

by 서장석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TV를 보다 문득 아내에게 말했다.
“초계탕 먹고 싶다.”
“그럼 세마대 초계탕 집 갈까?”
“좋지. 씻고 1시쯤 출발하자.”

차로 30분쯤 달려 OO오리에 도착했다.
초계탕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 1년에 두세 번은 오는 것 같지?” 하며 웃었다. 잠시 후, 시원한 국물이 담긴 초계탕이 나오고 우리는 코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이 집은 메밀 전도 일품이다. 얇고 바삭하게 구워져 입안에서 사각사각 부서진다.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배가 부르고, 포만감이 몰고 오는 나른함에 기지개를 켜고 하품도 크게 한 번. “집에 갈까?” 아내와 이야기하며 차에 올랐다.

도로 양옆 은사시나무가 흠뻑 물기를 머금고 짙은 녹색과 은색 손을 흔든다.
바람에 은빛 잎 뒷면이 반짝이고, 우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독특한 이름의 카페 NVot이 보인다. 짙은 검은색 외벽과 통유리 창이 시원하게 공간을 열어준다. 안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가볍게 목례하며 환하게 웃는다.
캠핑 감성을 담았다는 설명 그대로, 초입에 작은 텐트가 펼쳐져 있다.

나는 커피, 아내는 대추차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이 집은 또 어떤 개성을 담았나, 자연스레 내부를 둘러본다. 지름 20cm쯤 되는 자작나무 기둥이 곳곳에 서 있다.
숲 속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 나무를 손바닥으로 만지자 부드러운 감촉이 전 해진다.
하얀 껍질은 갓난아기 피부처럼 매끄럽다. 의자는 캠핑장에서 쓰는 낮은 의자,
탁자는 투명 유리 아래 장작을 쌓아 불멍 하는 듯한 분위기를 냈다. 낮은 의자라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리를 꼬고 앉아도 편하다. 통유리 창 너머로 대나무 무드 등이 보인다. 낮인데도 운치가 있는데, 밤이 되면 얼마나 멋질까? 상상해 본다.

모든 장식은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다. 화려하지도, 지나치게 단출하지도 않다.
주인의 감각이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나는 소품이 지나치게 많은 카페에선 머리가 무거워져 오래 앉아있지를 못한다. 하지만 너무 비어 있는 공간은 또 허전하다. 이곳은 그사이 어딘가, 딱 좋았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향이 코끝으로 올라와 몸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통창 건너편 작은 산은 녹음으로 빽빽하다. 숲은 새들을 불러 모아 쉼터를 만들고,
아무 과장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피아노 소품곡이 잔잔히 흐른다. 나는 의자에 몸을 묻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야말로 마음을 살찌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후각과 청각만 남겨 두자. 커피 향을 맡고, 음악을 듣고, 그 외의 감각은 잠시 쉬게 하자.

오랜만에 충분히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약간 차다.
집으로 돌아와 나른한 몸을 침대에 눕히고 낮잠을 즐겼다.
잠에서 깨어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을 되새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를 위해. 그리고 함께해 준 아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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