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4 물이란다.
집사람이 새우젓이 떨어졌다고 소래 포구에 가잔다. 아침을 먹고 10시에 출발, 11시 20분쯤 도착했다. 차를 대고 캐리어를 꺼내 끌고 간다. 빈 수레가 덜컹덜컹 요란하다.
전철역 주변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호객 행위가 시작된다. 나는 이런 걸 질색한다.
필요하면 들여다보고 살 테니, 손까지 잡아 이끄는 건 사양이다. 결국 곁눈질로 어물전을 구경하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생새우는 포구 안쪽에서 판다.
어떤 놈이 좋은 놈인지 매번 헷갈린다. 나는 그저 마님 모시고 온 짐꾼일 뿐.
아내가 싱글벙글 웃는다.
“뱃전에서 올라온 놈이래. 7kg에 6만 원.” 껍질이 희고 통통한 오젓이 봉지 가득 담겼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오다 보아 둔 식당에 들러 광어와 우럭회를 시켰다. 식당 안은 평일 낮이라 그런지 어르신들뿐. 네 명이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학교 시절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 광경을 보며 기다리자 주문한 회가 나온다. 아내와 마주 앉아 오랜만에 회를 먹는다. 한 쌈 싸서 아내에게 건넨다. 덥석 받아먹고, 눈으로 씩 웃는다. 겸연쩍어 나도 웃는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말한다.
“안산 별망 어촌문화원에 가자. 거기 황석어 젓갈이 있어.” 운전대를 누가 잡을지 말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안산부터 내가 한다.”로 타협하고 출발.
국도를 달려 오이도를 지나고, 거북섬을 지나, 반달섬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라이슬리 베이크.
내가 지난 1년 반 동안 매주 금요일 직장 동료와 커피 마시던 곳이다.
오십 대 초반의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여사장님은 미술학원을 했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실내 장식이 자연스럽다. 쌀 빵을 직접 구워 진열대에 놓아두었고, 무심한 듯 따뜻한 인테리어가 편안하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정면으로 시화호가 보인다는 것.
비 오는 날,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세상 어떤 쉼에도 견줄 수 없는 선물이다.
나는 지난 2년 3개월 동안 반달섬 현장에 출퇴근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걸리는 곳.
2022년 6월부터 2024년 9월까지. 그곳은 OO건설이 짓고 있던 대형 현장이었다.
내 업무는 감리. 아침 7시에 작업 시작, 11시면 점심. 이른 아침, 이른 점심.
조금 늦으면 줄이 길어 10분 넘게 기다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식사 후엔 산책길을 걸었다. 반달섬에서 거북섬까지 이어진 시화호 산책로. 자전거도로와 나란히 나 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이 길은 전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직선, 완만한 곡선,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 흙길 구간까지 있어 더할 나위 없다.
길가에는 자라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중간중간 정자가 있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겨울 눈 오는 날은 장관이다.
눈으로 뒤덮인 바다는 하늘과 구분이 어렵다. 눈송이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 물이 되고,
나는 그 깊이를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바다가 이럴 때 숨을 쉰다.
동료와 카페에서 나눈 대화들도 그렇게 스며든다.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덥히던 시간들. 아내와 아이들 이야기, 늙은 부모 이야기,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이야기들.
때로는 카페 사장님도 합석했다. 셋이서 세상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는 계절마다 표정을 바꾼다. 봄이면 가로수 초록 잎이 먼저 오고, 여름은 불쑥,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가을이면 갈대가 누렇게 변하고, 겨울이면 바람이 차서 카페 안이 더욱 포근해진다.
시화호는 조수 간만의 차로 얼굴을 바꾼다.
물이 빠지면 바다는 텅 빈 갯벌로 얼굴을 바꾸며, 물이 차오르면 금세 포만감으로 으르렁댄다. 그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부리는 조화를 볼 수 있다. 마음은 늘 변하지만, 그 변화를 억지로 붙잡을 수 없으니 자연에 맡기고 순응하며 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