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연중행사처럼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는다.
월정사는 절 자체도 아름답지만, 계곡과 물이 특히 좋다. 입구에는 계곡물을 담은 물그릇이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독경과 목탁 소리를 듣고 해탈을 기다리듯 자유롭게 헤엄친다. 절은 대찰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법당 앞 팔각 구 층 석탑의 정교한 조각은 선조들의 예술성을 보여 주는 문화 유물이다.
선재 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오르다 보면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 작은 골짝을 흐르는 물줄기, 온갖 나무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냄새까지. 길가에는 먼저 온 탐방객들이 쌓아 놓은 작은 돌탑도 부지기수다. 사람마다 소원을 담아 쌓아 놓았을 것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며 상원사 입구에 다다른다. 오르막길 양쪽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세월의 장구함을 말없이 전한다. 경사가 있는 계단을 올라 전각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 거울에 자기 얼굴과 하늘의 부처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상원사에는 대웅전 대신 문수전을 모신다. 문수보살은 석가여래 좌측에서 지혜를 담당하는 보살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불전에 예배드리고, 카페 청량 다원으로 향했다.
다원은 조용하다.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세상 모든 색이 초록으로 이루어진 단색처럼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전나무의 짙은 녹색, 떡갈나무의 옅은 녹색, 소나무 새순의 밝은 녹색 등 다양한 색이 공존한다. 카페는 나무 본래의 모습으로 단청을 칠하지 않아 아늑함과 멋을 준다. 나는 커피를, 아내는 대추차를 주문했다.
내부를 둘러보면, 불교적 색채의 그림과 조각품이 눈에 띈다. 특히 들보에 걸린 청동 관음보살의 미소가 눈길을 끈다. 누군가 생명 없는 조형물에 생명을 불어넣듯 조각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십여 년 전 로마 바티칸의 웅장함과 비교하게 된다. 대성당 안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인물이 돌무더기에서 걸어 나온 듯 생생했었다.
바티칸은 종교의 위대함을 작품으로 설명 없이 전한다. 다원의 조각과 동일 선상에 놓기는 어렵지만, 종교가 가진 힘을 떠올리게 한다. 뭇 중생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힘이 종교에 있다.
독경과 목탁 소리가 흘러나오고, 천장 서까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무 냄새도 기운을 더한다. 박하 향처럼 코끝이 시원해지고, 오감으로 느끼는 선선함이 몸과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더운 여름날 산사 카페, 청량 다원은 초록 그늘 속에서 뭇 중생에게 쉬어가라고 권하는 듯하다. 쉼은 더 힘차게 일하기 위한 멈춤임을, 말 없는 손짓으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