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것이 있었다. 자유와 편안함의 상징 같은 곳, 바로 노천카페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유럽 갈 때면 길가나 광장에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던 노천카페가 떠오른다. 한낮에도 의자와 탁자를 정갈하게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든 종업원이 다가온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나누는 그 짧은 순간이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미소는 가식적이지 않다. 다만 내 미소에는 약간의 쑥스러움이 묻어 있다. 언어가 달라 생긴 어색함 때문이다. 사실 불편한 건 서로 마찬가지일 텐데, 괜히 나만 더 유난스러운 것 같아 머쓱해진다.
낮에는 한산하지만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붐비기 시작한다. 그래도 손님들의 얼굴에서 피곤함이나 짜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천천히 에스프레소를 음미하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여유롭게 보낸다. 그들에게 광장은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중요한 문화의 무대다.
베네치아에 간 적이 있다. 볼로냐에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 역에 내려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산마르코 광장에 닿는다. 광장은 넓고, 사람들로 가득하고, 비둘기들이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방은 아치형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거대한 무대 같았다. 그곳에는 18세기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이며, 괴테가 찾아 유명해진 곳이다. 바이런과 카사노바도 이곳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괴테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생각의 그림자라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앉았다. 잠시 후 젊은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다준다. 진하고 쌉싸래한 향이 올라온다. 작은 잔에 담긴 진한 맛을 천천히 음미한다. 석양이 지며 광장과 건물이 붉게 물든다. 여행자의 마음에도 노을빛이 번지고, 해넘이가 시작된다.
체코 프라하의 기억도 즐겁다. 프라하성 밖 광장 노천카페에서 동행들과 쉬어 갔다. 가볍게 맥주 한잔하기로 하고 병맥주를 주문했다. 웨이터가 가져온 맥주를 따도 되겠느냐 묻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는데 친구가 잔은 없냐고, 안주는 없냐고 묻는다. “그냥 마셔. 여긴 한국이 아니잖아.”라며 웃었다. 그제야 ‘안주’를 영어로 뭐라 했더라 생각해 보지만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계속 안주 이야기를 하기에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매대에 컵에 담긴 땅콩이 놓여 있었다. 파는 거냐 묻고 주문했다. 잠시 후 웨이터가 땅콩을 가져오자 친구가 “있잖아!” 하며 웃었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미안해. 그냥 귀찮아서 그랬어.”
맥주는 독일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체코 사람들 말로는 체코 맥주가 세계 최고라 한다. 쌉싸래한 맛과 보리와 밀의 잘 숙성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맛있다. 땅콩과 함께라 더 좋다. 그곳에는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다가와 무언가 묻는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것 같았다. “코리아”라고 답하니 고개를 갸웃한다. 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듯했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국력이 더 커져야 한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귀국해 일에 치이다 보면 가끔 그리워진다. 노천카페의 노을, 광장, 사람들의 여유롭고 자유로운 표정이 다시 보고 싶다.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해방감이 내 안에서 다시 일렁인다. 노천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었다. 나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앉히고, 다른 이들과 교류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 확실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 곳. 그곳은 내 마음속 영원한 노천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