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디자이너, 생성형 AI
주말 밤 잠들기 전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가 멋진 건축물을 보았는데 알고 보니 생성형 AI로 작업한 이미지였다.
생성형 AI가 처음 세상에 등장하고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인테리어, 건축 관련 AI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몇몇 서비스들을 찍먹 해보긴 했지만.. 불과 몇 개월 전과 비교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결과물의 퀄리티가 확 올라간 게 보였다. 순간 깜짝 놀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미드저니를 구독 결제 했다.
인터넷 시대의 유명 디자이너, 핀터레스트
AI에 대해 말하기 전에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비슷한 포지션의 비교 대상을 먼저 언급해야겠다.
바로 인터넷 시대의 유명 디자이너, 핀터레스트.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디자인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사람의 손이었고 손으로 직접 그리고 지울 수 있는 연필, 펜과 같은 도구들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 시절 그때의 디자이너들은 직접 손으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면서 최종 결과물로 만들어낼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손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하던 과정을 검색 기능과 스크롤을 내리고 올리는 동작으로 간소화시킨 것이 바로 핀터레스트이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핀터레스트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룰 줄 아는 마우스와 키보드의 사용법을 그대로 디자인 전개 방식에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디자인 기획, 컨셉, 개발 등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기 전 모든 단계의 작업들은 최종 디자인을 설득하고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설명을 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마디로 "요청하신 프로젝트를 우리가 디자인한다면 이런 모습의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를 설명하는 것.
이 과정에서 설명 혹은 설득을 하기 위해 예시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이들 대부분을 핀터레스트에서 찾는다.
(하고자 하는 디자인이 있고 그 디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미지를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수많은 이미지들을 뒤져보면서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 게 좋을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핀터레스트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 검색하는 과정은 일종의 낚시와 같아서 인터넷이라는 물속에 검색어로 통칭하는 단어나 문장을 던지면 연관성이 높은 정도, 사용자의 검색 기록에 따라 결과물들을 쭈욱 나열해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이 결과물들에서 원하는 것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히 필요한 모습의 이미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검색 결과가 원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검색어를 입력하고 새로고침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디자이너, 생성형 AI
인터넷 시대를 넘어 다음의 그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지금, 생성형 AI는 핀터레스트의 검색+스크롤 방식을 다시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 미드저니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계정을 만들고 로그인하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터넷의 검색어 입력하기, AI의 프롬프트 입력하기.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기에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검색을 하는 것이 인터넷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가장 흡사한 것을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라면, 생성형 AI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에 가깝게 결과물을 새로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이 포인트가 중요하다.
생성형이라는 단어가 AI를 수식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생성형 AI는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검색 기능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 중에서 딱 맞아떨어지거나 최대한 유사하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핀터레스트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디자인 사전 단계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생성형 AI는 검색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결과물을 새롭게 생성하기 때문에 생각의 과정을 정리하고 탐색하는 과정은 물론 사용자의 상황에 최적의 답, 디자이너에게 최종 결과물까지 만들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 소프트웨어들은 어디로..?
생성형 AI에서 프롬프트의 입력은 텍스트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손으로 선을 그으며 이미지를 만들어가던 과정을 텍스트를 입력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치환했다고나 할까. 마치 텍스트로 결과물을 빚어내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부터 핀터레스트를 너머 디자인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프로그램들 '디자인 툴'의 포지션과도 경계를 맞댈 수 있게 된다.
핀터레스트는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여 검색을 하는 것과 사용법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따로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사용하기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아질 수 있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요령과 환경을 설정하는 방법과 같이 일정 수준의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배우는 것에 시간이 들지 않을까?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배우는 시간과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짧거나 같다면?
한 가지 프로그램을 배워서 탐색 과정과 최종 작업 과정을 모두 한 번에 끝낼 수 있다면? 그리고 더 많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면?
이제 생성형 AI로 인해 디자인의 전 과정을 통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디자인 작업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디자인 소프트웨어들의 위치가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Adobe(어도비) 사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그래픽 디자인, 사진 작업, 영상 편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 배포하는 회사인 어도비의 미래 전망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AI 기업들 대비 회사와 자금의 규모도 작아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는 AI와 그 개발사들을 따라잡는 것이 어도비 입장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한 단계 더 새로워진 흐름의 전초전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상황일 뿐일까?
2022년, ChatGPT가 처음 세상에 등장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 AI는 또 한 번 소리 없이 다가와 일상을 놀라게 하기 시작했다.
미드저니를 처음 구독 결제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미 빠른 사람들이 보기엔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1년 정기구독을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을 한켠에 쥐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