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팠다. 감기에 장염에 수족구까지 쓰리 콤보. 밀린 일을 쳐내야 하는데 아이를 돌보느라 며칠 연속으로 반차를 쓰는 사이, 업무부담이 큰 자리로 인사발령까지 났다. 정신없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고 돈다.
이 모든 것은 남편 덕분이었음을 안다.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애는 누가 봐?”였고, 다음은 “남편 진짜 착하다.”였다. (만약 남편이 혼자 여행 다녀온다 했으면 그때도 사람들이 애는 누가 보냐고 물어봤을까 하며 심술이 비집고 올라온 적도 있긴 하다.)
누구보다 나를 간절히 기다렸을 아들과 남편, 그리고 나보다 남편에게 더 미안해하며 나의 빈 자리를 채워주려 애썼던 우리 엄마. 환대 중의 환대로 맞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챙겨주었던 내 친구 이히와 그 가족들.
지난 여행을 돌아본다. 아름답다. 좋고 좋았다. 피곤하고 지치는 감각은 잊혀지고 두 눈 가득 담아온 찬란함이 남았다. 필요한 시간이었고 용기내어 다녀왔다. 그리고 가족에게 지지받고 친구에게 지원받았다. 어느새 성큼 자란 우리 아들도 잘 견뎌주었다.
더 어린 나이에 못 오고 이제야 와서 아쉬울까 싶었지만, 나이먹은 만큼 차분하게 정돈된 마음으로 그땐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보고, 다른 결을 느끼고 왔다.
이 책을 쓰며 파리에 다시 한번 다녀온 듯 했다. 새삼 파리가 진하게 그리워졌다. 안 되겠다. 파리, 너 내 인생에 한 번 더 등장해줘야겠어. 한 번 더 프랑스에 간다면 그 땐 오페라 가르니에, 모네 정원, 몽마르뜨 언덕을 다녀올테다. 그리고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로댕 미술관을 또 다녀와야지. 알면 알수록 다시 갈 이유가 늘어난다.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은 가족들과 함께이리라.
파리, 너 아직 거기 있지?
기다려줘.
그대로 거기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