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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May 22. 2020

염치

[은평글방] 22. 치졸하고 더러운


너는 한 달에 한번씩 꼭 내게 글을 보여줬다. "이번 글도 너무 좋다"라고 말하고 속을 막 찢어냈다. 카페에 앉아 습관처럼 컵홀더나 휴지를 뜯는 것과는 다르게 너무 잘 붙어서 뗄 수 없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뜯다가 다 찢어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네 글을 두 번은 보지 않았다. 돈이 많은 사람은 좋겠지, 하지만 내가 부러운 건 글을 잘쓰는 너라는 걸. 그래서 밉다는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유명한 작가들은 부럽지 않다.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니까. 하지만 넌 나와 같은 세상에 사니까, 너보다 내가 더 잘 써야 하는데. 게을러서 글 한 자도 안쓰는 날이 대부분이면서 너를 부러워하고 미워하기 바빴다. 글 쓸 시간에 너를 부러워하다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절여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 너는 평생 모를테고 항상 나보다 잘 쓰겠지.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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