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글방] 31. 여름
여름이 오면 다른 계절 이야기를 했다. 가을이 좋고 봄이 좋고 겨울은 너무 춥지만 여름이랑 겨울 중에 고르라면 겨울을 선택할 것이라고. 여름을 겪으면서 "이럴거면 겨울 내놔!!!!!!" 라고는 하지만 눈보라 치는 겨울에 꽁꽁 언 손을 녹이며 "여름은 절대 안돼, 겨울은 껴입을 수 있지만 여름은 벗어도 덥다고" 아직은 무덥지 않은 이 날씨가 좋다. 간간히 비가 와준 덕에 아침 저녁으론 시원한 바람, 낮엔 건조한 날씨라 그늘에서 쉬면 더위가 가신다. 시간이 지나면 참을 수 없는 습기가 나를 감싸겠지만 지금 좋으니까 됐다. 올해는 이상하게 봄이 달갑지 않았다. 꽃은 예뻤지만 마음이 일렁이지 않았다. 날이 더워지면서 푸른 나무들이 흔들릴 때 들떴다. 산과 바다중에 평생 바다만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산이 더 좋아졌을 때처럼 여름도 그 가운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