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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Jun 04. 2020

느린 날

[은평글방] 33. 오후 4시


민이는 소리를 내며 길게 기지개를 켜더니 왼쪽 팔을 베개 삼아 엎드렸다. 눈은 감은 상태로 나를 바라봤다.

"갑자기 졸려"
"그럼 자"
"그건 싫어"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맨날 일기 써 "  틈틈히 다이어리를 쓰는 나를 민이는 신기해 했다.

"할 말이 없는 날도 '할 말이 없다'라고 쓰는거야"
"그럼 할 말이 없는게 아니잖아"

민이를 쳐다봤다. 눈을 감았지만 깜빡이는 눈, 졸릴때면 까딱이는 발, 살짝 얼굴을 가린 긴 머리, 잔잔한 숨소리, 가장 좋아하는 티셔츠를 입은 너를 보는 나. 이 순간이 천천히 가지말고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늦은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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