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 Jan 13. 2024

써야만 하는 사람

쉽게 스트레스를 받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모른다. 유일하게 써먹던 방법은 잠을 자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잠도 안 온다. 크게 소리를 지른다던지 노래방에 간다던지 어딘가 훌쩍 떠난다던지 친구들을 만난다던지.. 그런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아무도 없는 곳에 꽁꽁 숨어버리고 싶다. 지독한 회피형인가? 너무 지독해서 스트레스마저도 회피하고 싶은..


언젠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에 올렸는데 기분이 좋았다. 꼬인 구석 없이 내 생각대로 잘 정렬된 문장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잘 쓰고 못쓰고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각이 문장으로 잘 정리되었다는 그 자체에 뿌듯함을 느꼈다. 


잔잔한 동굴로 들어와 불을 켜고 자리에 앉는다. 가만 벽을 보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펜을 들었다 놨다 한다. 나도 누군가를 찾지 않고 누군가도 나를 찾지 않는 이 시간 속에서 먹먹함을 즐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나는 써야만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게임에서 열심히 싸우다 피가 떨어지면 포션을 먹는 것처럼 나의 에너지는 글로써 채워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육하원칙을 따르는 글쓰기. 약속을 지키는 글쓰기. 글 쓰는 '약속'이 필요하다. 


써야만 하는 사람.. 써야만 하는 사람.

쓰는 사람 보다 좋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써야만 하는 사람. 


작가의 이전글 이 글을 읽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