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게 바로 접니다. 국보 3트 후기
주말 아침에 7시에 일어나 국보 3트를 보고... 앉은자리에서 4시간 동안 후토크한 광기의 이야기
(원래는 새벽같이 국보를 보고 후기를 털며 이동해, 과천 국현의 모네를 보고, 홍경 덕후를 위한 콘크리트마켓을 볼 예정이었으나... 12시간 동안 국보에 홀려 그 얘기만 한 사람들의 이야기임)
1) 가장 인상적으로 변한 타케노에 대한 관점!!!
굉장히 시니컬하고 그저 돌아이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아니 화난 사람이 “너! 다시 말해봐!!”했다고 곧이곧대로 리플레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진짜 헛웃음 나오는 타케노의 태도....) 유일한 키쿠오의 편이고 지지자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뭐야.... 키쿠오를 제일응원하던 건 사실 당신이었나요..? 수준
타케노가 등나무 정령 무대를 보고 처음으로 키쿠오와 슌을 만나러 오는 장면에서 유독 흐드러진 등나무꽃 사이로 딱 타케노가 앵글에 걸린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와중에 등나무꽃 소품 한 땀 한 땀 종이로 만든 걸 발견함ㄷㄷ섬세하게 철사로 꽃잎 테두리를 만들고 잎새볼륨하나하나가 다르게 만들어진 장인의 디테일....)
촘촘하게 관찰하니, 타케노의 표정 변화도 주목할만함...!
처음엔 모진 소리하며 시니컬했지만(사실 이것도 정말 키쿠오가 세상에게 다칠까봐 염려한 마음처럼 느껴짐-주토피아2의 흔적...)
그의 마음이 조금 열린 건, 한지로의 대역으로 선 오하츠의 키쿠오를 보며 (분위기 못 읽는 천치st로) 들떠서 “그가 가문을 잇게 될까요?” 하며 설레발치던 표정
주간지에 키쿠오의 기사가 실려 주역을 맡지 못하게 된 그에게 슌의 소식을 전하러 분장실에 찾아온 타케노가 모두 들으란 듯이, 남들이 지금 키쿠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와, 키쿠오가 한지로의 빚까지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딜리버리해줌ㅠㅠ이 똑똑한 사람아...
반어법이려나 싶은데 키쿠오에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귀신같이 나타나 “元気そうだね~”외치며 손을 뻗던 천진함ㅋㅋㅋ
그리고 좀 감동스러웠던, 인간 국보가 된 키쿠오의 첫 백로 아가씨를 보러, 자리를 지키던 타케노ㅠㅠㅠ
키쿠오에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타케노가 있었던 걸까? 싶은 맴마저 듦
2) 슌스케에 대한 고찰...
제가 미야코좌에서 처음으로 도죠지 무대에선 슌과 키쿠오의 기량차이를 말씀드렸잖아요? 슌은 너무 가벼워 보였다고.
이제 3번을 보고 나니, 재능의 깊이라기 보단 스타일의 차이 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슌스케는 좀 유려하고 유연해서 형태가 없는 바람처럼도, 푸른빛의 물처럼도 느껴졌어요. 언제든지 자유롭고 가볍고 산뜻한?
대조적으로 키쿠오는 묵직하고 파괴력이 강한 불처럼 느껴졌어요.
슌이 이런 말을 해요. “배우는 무대밖에서도 남을 즐겁게 만들어야 해.” 1-2회차때만해도 와 ちゃらい...진짜 가볍다... 생각하고 넘기기 바빴는데
지금은 이게, 예술을 대하는 슌의 자세,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슌은 언제나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줄 알아서(무대 위에서조차 웃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음...)
자신을 만나는 타인들이 행복하길, 나로 인해 감정이 바뀌길 바라는 듯 보였어요. (자신의 연기로 관객들의 눈빛이 변하길 바랐다고 하니까)
그가 믿는 예술의 힘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이니까요.
반대로 키쿠오는 딱 세 번 감정을 드러내는 데(극적인 감정만 카운트), 한지로의 대역으로 무대를 준비하던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과 탄바야 가문을 나오던 슌이 아키코를 이용한 것이냐 따져 묻자 격분, 집을 나온 아키코와 전전하던 나날의 마지막, 어디를 보고 있냐는 아키코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울던 그때.
돌이켜보면 키쿠오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한 적도, 감정이 타인에게 수용된 적도 없었어요. 그렇기에 드러내 본 적 없는 감정들이 그의 안쪽에서 얼마나 뒤섞이고 끈적하게 밀도를 키워내고 있었을까요.
슌처럼 언제든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재능이지만, 키쿠오처럼 철저히 봉인하듯 꽁꽁 감정을 숨겨 닫는 것도 엄청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위한 재능인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 가부키는 탈인간과 몰개성을 갖춰야 완벽해지는 걸까요? 우리가 언뜻 떠올리기에 예술과 가장 멀다고 느끼는 특성들의 결정체...
인간이 아닌 듯 철저히 자신의 감정과 서사를 지우고 정석대로만, 작품이 짜여진 대로만 연기해야 정답인 예술(발레나 클래식 같은 고전예술처럼 개성을 지워야 하는 것, 그렇기에 슌은 그 자유로움으로 다른 예술을 했더라면 더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자유로움과 연약함이 아깝다고 느낌)
그래서인지 가부키 무대가 아닌 일상 속의 키쿠오는 대부분 텅 빈 눈을 하고 있어요..... 아 가슴 찢어짐
나가사키에서 처음 오사카로 오게 된 소년 키쿠오의 눈동자 돌려주세요...
낯선 곳에서 주눅 든 게 1도 없이 이제 막 태어난 듯, 호기심으로 가득 차 맑게 빛나던 그 예쁜 눈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어.... 너무 슬픕니다...
그 자유롭고 거대해 보이던 순진무구한 소년 키쿠오 돌려주세요...
앗... 이 파트는 슌스케 고찰인데... 다시 돌아가서
소년 키쿠오와 슌에서 딱 성인이 된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다음날 아침에 공연이 있는데, 전날 거나하게 술을 먹고 길바닥에서 눈떴다는 슌도련님...
아 얘는 가부키에 진심이 아니구나?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1회차에 했어요. 아마 그가 철저히 회피형 인간이라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키쿠오가 자신보다 더 멋진 연기를 펼쳐도 “어우, 숙취 때문에 실력 발휘를 못했네” 하고 변명할 여지를 남기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요? 그에겐 키쿠오를 앞지를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하니까요. 어우 제법 짠하죠?
그래도 전 계속해서, 보루가 있는 봇쨩의 삶을 좀 질투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슌의 진심을 흐린 눈으로 보거나 애초에 믿질 않았던 것 같은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키쿠오를 보자마자 “외다리로 할 수 있는 배역이 있을까?”하는 저 물음자체가 아...슌도 좀 찐이었구나 싶었어요...
배우로서의 신념이나 예술을 하고 있는, 하고 싶은 마음에 진심은 키쿠오에게 지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결국 다리를 자르고, 남은 한쪽다리마저도 잃게 되기 직전 소네자키의 오하츠를 맡고 싶다고 고백한 것도... 쫌 멋졌어요.
(난 못할 것 같은데... 자존심 상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작품이고 얼마나ㅜㅜㅜ키쿠오 대신 자기가 연기하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몰래 연습해 왔을까요 키쿠오의 대사를ㅜ... 그와 같지 않은... 자신만의 오하츠를 찾기 위해 얼만큼 애써왔는지 가늠도 안될만큼ㅜㅜ벅찼어요ㅜㅜㅜ
오하츠를 준비하며, 자신의 의족이 아닌, 남은 한쪽다리를 보여주고 싶다던가
탄바야 가문의 후계자라던가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당뇨로 다리 하나를 잃었고 이제 그 하나 남은 다리마저 잃게 될 인간으로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
진정한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상관없이 겸허히 그저 타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이 되게... 꼬이지 않은 건강한 예술가란 생각이 들어 멋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인정을 받건 내팽개쳐지던 두려워않고 보여주려고 발을 뻗는 마음 자체가 용기이고
예술 그 본연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 글마다 밸런스 있게 글자수 맞추고 싶은데 넘 어렵고요?
국보 원작소설은 도착했건만,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고요
3회차 후기는 넘버링이 25번까지 붙었어요...
계속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곰방또낋여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