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봤다고 이렇게 감정이 호떡 뒤집듯이 바뀐다고??
두 번을 보고 나서야 겨우 이해하게 된 혹은 신경 쓰이게 된 포인트가 있습니다. 넘버링이 14번까지 줄지어 섰는데요?
가장 크게 변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1) 최초로 슌스케의 마음을 조금 아주 조오오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달까요!
첫회차에서는 정말... 이 봇쨩(도련님) 같은 게.. 어디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나??? 아픈 것도 그냥 동정? 환심? 받고 싶어 그런 척하는 거 아녀!!! 할 정도로 험상궂은 감정선이었습니다만
두 번을 보고 나니, ‘난 아직 괜찮은데 더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 야속함, 억울함
그럼에도 어디 하소연할 수 없고 원망하고 싶은 상황에도 엇나가거나 망가지지 않고 자신이 해내고 싶은 것, 몰두할 무대에 정진하는 마음이
제법 멋지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미어지는 가슴이고 막 그렇습니다.
너도 진짜 키쿠오만큼이나, 아니 혹시 그보다 더 많이 애써왔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측은지심의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게 됐달까요!
태어나보니 가부키 명문가의 아들이었고 출처도 모를 동갑내기가 집안에 들어와, 자신의 소중한 걸 하나 둘 빼앗아가는 서러움, 그보다 더 컸을 공포.
똑같은 것을 배워도 늘 자신보다 앞선 키쿠오의 재능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 같아요. 거듭되는 그의 좌절과 여기서 시작된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단 열망
또 하나 슌스케와 키쿠오의 간극에 가슴 무너진 장면은,
“진짜 배역 얻으려고 아키코 이용한 거야?”하고 묻던 부분인데요.
첫회차의 저는 슌에게 ‘뭔데! 무슨 자격으로 키쿠오를 꾸짖냐!! 네가 뭔데! 도망자 놈이!!’하며 아주 분노를 느꼈습죠.
근데 2회 차에선 슌스케의 마음속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진짜 그렇게까지 한다고? 제발 아니라고 해, 도대체 왜 거기까지 가?’ 키쿠오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 더불어 그를 믿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도대체 왜 그가 그렇게까지 무대에 집착하는지’ 슌스케는 영영 알 수 없겠죠.
그에게는 언제나 준비된 무대, 자신의 이름과 가문을 말하면 최후의 최후엔 어떻게 해서든 설 수 있을 거란 마음의 보루가 늘 존재했을 테니까요.
아니 마음의 보루라고 조차 떠올리지 않았겠네요.
간절하게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 말한 그이지만, 슌스케에게 간절한 무대가 키쿠오의 간절함과 같은 무게일리가 없으니까요.
도망쳐 가문을 버렸다 하더라도 결국엔 돌아온 것처럼요.
하지만 슌의 태도에 키쿠오는 또 아연해지고 맙니다. 진짜니까요.
정말로 키쿠오는 아키코 마저 이용하지 않으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주연으로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될까 봐.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에게 있어 가장 거대한 두려움은 무대에 영영 서지 못하게 되는 것뿐이니까요.
이렇게나 둘 사이엔 건널 수도 섞일 수도 없는 거대한 강이 흐르는데, 그저 청소년기부터 긴긴 시간을 함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묶일 수 있는 걸까? 친구라는 이름으로 감히 묶을 수나 있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2) 첫회차에서 눈에 띈 컬러들은 가장 진하던 블루, 화이트, 레드였는데요. 2회 차 감상에는 유난히 어머 이거 왜 이렇게 무섭지?
어머 뭔데 저 얼굴 저렇게 섬뜩하지? 하고 간담이 서늘해져 아리송할 지경이었습니다. 곰곰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정답은 블랙이었습니다.
유독 이번엔 검은색이 가장 크고 가깝게 보였기에 ‘무섭다’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검정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일단 눈에 띈 검정은, 짙은 머리칼과 날카롭게 그어 만든 눈썹,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눈동자와 콧구멍, 굳게 다물어 검게 드리워진 입매의 마주 닿음까지
제일 처음 키쿠오가 선보인 ‘세키노토’라는 무대에서 소년 키쿠오의 화장과 천천히 움직이는 애티튜드가 전부... 너무 무서워서 이걸 무서워하는 제가 의아했다고나 할까요?
처음 보는 세계에 대한 공포인지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인지, 그저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말투와 속도에서 온 감각인지...
그저 생김새로부터 온 공포인지...(의아함 더블은 처음엔 어머 소야 너무 예쁘다! 하고 생각한 나 자신입니다..ㅎ)
슌스케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키쿠오가 연기한 온나카타를 보고 “뭐든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다. 바닥이 없는 것 같아 무섭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제가 느꼈던, 서술된 키쿠오의 이미지가 정말 새-카만 블랙이었어요. 키쿠오 자체가 검정처럼 보이고 느껴진 순간이랄까요!
키쿠오가 처음 본 하나이 한지로와 슌짱의 사자절벽? 무대도 아 진짜 무서웠어... 뭘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섬뜩함은? 첫회차의 나와 지금의 내가 뭐가 변한 걸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또 처음 봤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키쿠오가 철저히 ‘혼자’인 걸 알아차리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혼자 애써왔기에 홀로 누릴 수 있는 영광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절망도 모두 자신만의 것이란 걸 알게 하는 지점들이 있었달까요!)
분명 똑같은 무대인데 노란빛으로 가득 차있다가 검은빛으로 찼다가를 반복하는 공간이 마치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한지로 상의 대타로 처음 선 무대에서 막이 내려온 후, 상대 배우가 정말 잘했다며 칭찬한 그 순간이 멎은 것처럼 멍하니, 선 그는 완연한 혼자였습니다.
그 영광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도 좋을 만큼 행복했을까요?
혼자였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요?
이것과 묶이는 순간이 아키코와 지방의 연회장에서 공연을 하다 주취자들에게 얻어맞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을 보며 ‘제발 누가 좀 도와줘ㅜ얼굴 다치게 하지 말아 줄래?ㅠ 그 사람 몸이 재산이거든?? 제발!’ 하고 빌었지만 결국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어요.
완벽하게 그의 인생이 혼자만의 것이란 게 뼈저리게 실감 났답니다. (비단 키쿠오의 인생만은 아니겠죠? 여러분 인생 모두 혼자입니다... 본인이 가장 귀해요... 스스로를 가장 사랑해 주세요.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 주시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느껴졌습죠)
+수리부엉이 문신을 새기는 장면을 보여줄 때 새빨간 염료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던 것(아니 부엉이에 저런 새빨강을 써야 되는 부분이 어딨어? 하고 와중에 생각함) 그리고 프러포즈 새벽에 하루에가 키쿠오의 등 위에 손을 얹고 있었는데 거기에 네일컬러가 새빨강이었던 것... 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수리부엉이와 빨강의 조합이 유행인 거냐고요...
+죽음이 임박한 슌스케의 무대에서 클로즈업된 슌의 얼굴의 컬러가 반반으로 나뉘어 보였던 것, 왼쪽 얼굴은 파랗게 오른쪽 얼굴은 빨갛게 쪼개져 보였던 것
흠 이쯤 되면 컬러에 감정 이름표 붙여서 봐야 하는 게 아닝교!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소년 키쿠오의 검은 눈동자 안에 새하얀 하이라이터가 가득 맺혔다가 점점 사라지고 빛이 거둬져 가는 느낌, 너무 좋았음
3) 또 처음엔 시각적인 것, 컬러에만 잔뜩 몰입이 됐는데 이번엔 좀 다른 감각기관도 자극이 됐습니다.
청각
분명 아직도 무대엔 빛이 내리고 박수소리도 끊임없이 존재하고 있을 테지만, 막이 내린 다음 순간은 마치 어둠처럼 빛이 멎고 소리가 모두 멎어 공허하고 적막한 무의 순간이 찾아왔던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유난히 pause 되는 지점들이 많아서 우리들은 요즘 얼마나 소리가 많은 세상에 살고 있나 절감함
소네자키 공연을 마치고 쏟아지는 박수소리가 빗소리와 연결되며 인생진짜 모르겠다... 모드가 됨...
내가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성공을 거두는 이 순간에... 나의 연인은 내 친구와 사랑의 도피를 한 다뇨,,, 동네사람들!!
영영 무대 위의 순간이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를 이어가고 싶은 키쿠오의 마음이 십분 느껴지는 순간이었달까!
촉각
온다카타의 몸을 채우는 흰 젯소칠 붓도 컬러보단 그게 몸에 닿을 때의 온도마저 느껴졌어요. 부르르 몸을 떨어낼 정도로 서늘한 촉감.
내가 아닌, 아마도 평생 알 수 없는 다른 성별에 대한 거리감, 아무리 평생을 연기해도 영원히 이해할 수도 온전히 알 수 조차 없는 타인의 삶에 대한 거리와 온도를 보여주는 듯했어요.
4)그리고 엄청 임팩트 있게 바뀐 생각은, 제가 키쿠오의 감정선이 좀처럼 와닿지가 않았거든요? 감정이 없는 거니..? 싶은
물론 그는 너무 인간계가 아니라, 무척이나 강인해서 그랬을 수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까운 모든 이와 뿔뿔이 흩어져, 홀로 낯선 곳에 오게 된 열다섯 소년이! 저렇게 의연하고 듬직할 수가 있는겨? 완전 혈혈단신인데? 하던 의아함이 조금 누그러진 게 후지코마와 나눈 대화에서였어요.
“나가사키는 따뜻해서 좀처럼 눈을 볼 일이 없겠네!” 하고 묻는 그녀에게
“눈을 보는 일은 드물지”하고 답하는 키쿠오가 ‘아 저 소년... 일부러 아버지가 죽던 날의 회상을 피하고 있구나.
필사적으로 그날의 장면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거구나’
처음엔 눈 내리던 풍경과 아버지의 죽음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환상처럼 그저 도망치게 하는 장치일까?
모든 순간이 믿기지 않아 그저 지워버린 기억이라 그토록 쾌활할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윽고 문장을 다시 지어보니, 참으로 현명하게 자신을 지키며 그날의 기억과 널 분리해 냈구나. 기특하다. 에 이르렀습니다.
모른 척한 게 아니라 충분히 직면했고 아버지의 복수까지 결심했었고, 이미 거기까지 발을 내디뎌본 사람의 다음 스텝이었던 거구나.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히 하려고!! 네이놈ㅠ
감정이 무뎌서가 아니라 너무 촘촘해서 가까스로 그날을 떼어낸 거 구나, 오늘을 살려고ㅜ광광광하며 그의 서사를 이해했습니다...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다정한 키쿠오라구요.... 그래서 수리부엉이 새긴 건데ㅜㅜ부어엉ㅠㅠ
5) 덧붙여 키쿠오는 모든 걸 잃었는데 어떻게 그토록 강할까? 왜 아름다울까?
그건 그의 노력과 더불어 역시 예술의 힘이겠지 싶었어요.
3대 이름을 물려받는 자리에서도 말했지만,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어준 사람이 있었고 눈앞에 모든 것들이 반짝였겠죠?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고 몰두할 수 있는 세계가 있었기에 그리 튼튼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랄까? 키쿠오의 삶을 관통했으나 우리가 가부키의 화려함에 잠시 잊었던 큰 그림...
! 아버지의 복수! (전 진짜 완전.... 새카맣게 잊어버렸습죠..)
시간을 뛰어넘은 듯, 키쿠오의 아버지와 처음 만난 그날
그 자리로 돌아간 듯 “복수하라”고 말해주는 한지로센세가ㅠ 말도 못 하게 감동이었어요...
예술은 총보다 검보다 강하다고
(그러니까 네가 걸어온 이 길이 물론 네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닐지라도 머뭇대지 않고 걸어낸 이 발자국들로 충분히 복수해 낼 수 있다고 응원하고 안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몽글 포근해졌습니더)
또 인간 국보 만기쿠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키쿠오를 부르셨던 장면에서 주관사 사람이 중얼대잖아요?
인간 국보였다 하더라도 예술만 남기고 떠날 테니까.
하.. 진짜 (험한 말) 예술은 뭘까요?
덧없고 무상하나 한 사람의 삶을 일으키게도 무너뜨리게도 만드는
양날의 검일까요?
6) 수리부엉이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마지막 백로 아가씨 무대가 엄청 협소하게 느껴진 감각도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스승님 무대에선 그렇게 안 보였는데 뭘까? 고민해 보니, 그 문신의 의미처럼 사람을 잊지 못하니까 참 많은 걸 짊어지고 산 키쿠오기에 무대가 좁아 보이는 걸까?
사람이 그토록 귀한 이인데, 가부키를 더 잘하게 해 주세요. 그거 하나 이루기 위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다짐하는 게 가슴 저미게 슬펐어요.
이제 사람보다 무대에 서는 게 더 소중해졌구나.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무엇보다 귀하게 여긴 하루에도, 자신을 거둬준 한지로 선생님도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슌의 이름을 찾고 그의 손을 잡아버렸으니.
더는 마음이 접히고 부서지고 배반하는 인간보다 무대를, 나 같아도 선택하고 말 겁니다...
(함께 복수를 꿈꿨던, 첫 세키코토 무대 섰던 그 친구는 어디 갔을까? 겐아저씨, 한지로 선생님, 슌스케, 하루에, 뭔가 키쿠오가 죽기 전에 편지를 쓴다면 누구의 이름이 나열될까 궁금해졌어요.
상대방은 키쿠오를 만났는지 조차 기억 못 할 것 같은데 뭔가 키쿠오는 고마움 하나하나 잊지 않고 품고 있을 것 같달까)
사람이 아닌 무대를 택하며 무정하게 많은 것들을 버려내며 부채감이 있었을 그에게 찾아온 딸, 아야노의 말이 너무 사무쳤어요.
진짜 순수하게 “아버지 정말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가 되셨네요.”
평생 받고 싶었던, 늘 기다려왔던 그 빈자리에 꼭 맞는 꽃다발 같은 문장이었다ㅠ 이걸 딸이 해주네... 엉엉
당신의 무대를 보면, 당신이 연기하는 걸 보면 새해를 맞이한 것처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아니 이런 찬사는 또 어디서 온 걸까요..?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게 무엇보다 필요한 게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생 그게 전부 아닌가요?
어서! 내일이 왔으면! 하고 설레며 기대하고 꿈에 부푼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마음 같은 것들이 가장 중요한 건데ㅜ그걸 준답니다 키쿠오가ㅜㅜㅜ동네사람들ㅜㅜㅜㅜ내 새끼가 성공했데유ㅠㅠㅠ
아직 7번부터 14번까지 미저리처럼 적은 글이 남았어요...
투비 컨티뉴...
아 글 쓰는 거 너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