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바다에 닿다

순전히 제목만 보고 선택한 영화

by 윤석화


극의 마지막에서 인물들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연달아 재생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를 관통한 그 시선의 끝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던 걸까?


오랜 시간들을 「빨리 감기」로 감아, 연속된 순간이지만 사진처럼 박제되어 버린 그들의 기억을 보여주는 듯했다. 사진으론 절대 해낼 수 없는 그것.


순간을 입체적으로 이어주는 영상의 힘을 믿은 스미레처럼.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둘러싼 빛과 바람, 소중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가 아닌 캠코더를 들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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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된 테이프가 감기고 멈추는 소리를 반복하는 장면에서 시간과 기억이 물성을 가져, 무게를 지닌 존재로 공간을 차지한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또 “우리는 이 세계의 단면밖에 보지 못해”라고 말하며 아름다운 바다를 등진 채 촬영하는 스미레의 행동을 통해 모든 사건은 사물, 사람을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결코 평면이 아니라 입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

상실을 관통할 때 시점을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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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가 사라진 2011년 3월에 멈춘 마나지만, 그녀가 자신을 잡아준 머리끈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스미레의 눈으로 카메라의 눈으로 피사체를 담아내고 있었지만, 또한 피사체의 눈으로 바라본 스미레도 관찰되며 또 다른 프레임에 머물게 된 것처럼.


마나가 오늘 방문한 손님들의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선택하듯 음악 또한 흐르는 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만의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처럼.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과하고 손녀에게 닿았던 그 선율이 시간을 뛰어넘어 매번 새로워지는 파도 앞에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화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 청자로서 새로이 이야기가 쓰이고 있는 지금처럼.


물방울이 된 스미레가 마나의 정원에 존재하고 있는 식물이 되어 그 익숙한 내부를 들여다보며, 마나가 일상에서 늘 바라보는 그 장면의 일부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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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는 것.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 내내 바다 또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방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고 모두 상호작용하며 입체적으로 생동한다.


그리하여 이윽고 바다에 닿을 것이다.

원제 “やがて海へと届く”에서 やがて는 “머지않아 곧”, 이란 시간에 대한 뜻뿐만 아니라 나에겐 “즉, 결국은”이란 뜻으로 와닿는다. 결국엔 서로의 바다에 닿고야 말 거라고.


그 바다는 함께했던 시간일 수도 지나쳐버린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계속 바라볼 테니까.

내 시선은 영영 멈추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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