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19~20 화

by 서기선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당신 부탁을 들어달라니 말이요? 그게 '말'이요? '막걸리'요?]

동석이 동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역시 네놈도 말뿐인 건가?]

동일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동석을 노려보며 말했지만, 동석은 그의 표정에 동요되지 않았다.

[아니 그렇잖아요. 죽을 수도 있는 부탁을 하면서 아무것도 묻지 말라니... 그러다 죽으면 난 이유도 모르고 죽는 건데 당신 같으면 어떻겠어요.]

동석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동일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뭐가 알고 싶은 건데?]

[최소한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적을 위해 싸울 순 없지 않소]

[아둔한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 내가 왜 아이들을 살려 보내라 했겠나!]

동일이 쏘아보며 말했다.

[그럼, 아군이란 소린데... 왜 이곳에 남아있는 겁니까?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꼭 알아야겠나?]

난감한 표정으로 동일이 묻자, 기가 오른 동석이 단호히 말했다.

[예 알아야겠습니다. 이제부터 한 팀인데 이유는 알아야지요. 난 목숨까지 걸고 당신을 돕는데 그런 나를 위해 사 연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소]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동일이 한참을 뜸 들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요원이란 사람들 말이야 저들은 생존 기간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인간 본연의 삶을 부정하고 있지.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야.]

[저놈들이 100년을 살지 200년을 살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동일은 멀리 보이는 킬링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을 이었다.

[범죄자라는 이유로 단명법.... 훗! 망할 놈의... 아니! 거지 같은 단명법 때문에 저들은 자신들의 삶이 100년에 묶여 버렸네! 얼마나 무서운 법인가.]

[하지만 그것은 저들이 저지른 법에 대한 처벌 이잖아요.]

한동안 듣고 있던 동석이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처벌!!! 그래! 맞지! 하지만, 단명법 이전엔 사형이라는 법도 존재했네! 인권 단체의 끈도 없는 투쟁 속에 유명무실해졌고 끝내 사라졌지만 말이야.]

[단명법 보다 그게 더 무서운 처벌 이잖아요.]

동석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맞아! 하지만 사형을 당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던가?]

[.......]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사면받아 무기가 되고 또 감형되지]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앞과 뒤가 다르잖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동석이 따져 물었다.

[알고 싶다며]

동일이 따져 묻는 동석에게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리듯 노려보며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

[.......]

[수명이 늘어나면서부터 지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어떻게든 포화상태의 지구를 비워야 했지! 타노스의 손가락이 필요했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이고 현실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손을 잡고 마련한 대안이 바로 이곳 B11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네.]

[결국 많은 범죄인을 이곳으로 이주한 탓에 지구가 조금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잖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몰아쉬며 동일이 말을 이었다.

[이들을 이리 보낸 건 단순한 처벌의 문제가 아니야 이들은 과연 지구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몸소 체험하는 중이지]

[이들이 죽을 때까지의 모든 데이터는 지구의 과학자들에게 보고가 된다네]

놀란 동석의 눈이 이전보다 더 켜졌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럼 우리는 저들과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난 무식해서 그런 거 잘 모르겠고 그래서 우리 편이란 말이지요?]

[미안하지만 난 어느 편도 아니야 나조차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아니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요 그 애매한 Position 은?]

동석이 비아냥거리듯 끝말을 흐리며 말했다.

[글쎄….]

[거참 말 어렵게 하시네….]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저들이 불쌍해 돕고 싶어. 하지만 어린아이를 죽이면서까지 돕고 싶진 않다는 말이야]

[아~ 내가 머리가 나쁜 건가... 뭔 소린지 모르겠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씨발 장난하나]

동석의 육두문자가 신경에 거슬린 동일이 동석의 뺨을 후려갈기며 말을 이었다.

[한 번만 더 이런 모욕감을 준다면 넌 남은 산소 써보기도 전에 나에게 죽는다.]

[아! 미안해요! 답답해서 그렇지요. 답답해서]

동일의 잔뜩 찌푸린 미간의 주름이 선명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예전의 법엔 형량만 있을 뿐 목숨을 좌지우지하지 않아서 물론 사형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저들의 시간처럼 200년을 살 수 있다면 형량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저들의 몫이 되어야 하지. 하지만, 단명법이 적용되면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마저 사라지게 되지 않나.]

[모든 범죄자의 수명을 100살로 묶다니... 말도 안 돼... 죄의 경중을 떠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야.]

[그래 듣고 보니 형님 말이 맞는 거 같네요. 하지만 왜? 그것을 형님이 하느냐고요]

어느덧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동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던 동일이 말했다.


[처음엔 집사람을 살리고 싶어 그랬는데... 어느덧 이리되었어]

[형수님이 왜...?]

[그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개인적인 일이야 모른척해 줘]

[알았소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대신 내가 살아 돌아오면 나머지도 이야기해 주셔야 합니다.]

[그런 게 왜? 궁금한데?]

[아니 그냥 뭐 듣다 보니 재미도 있고 또 형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거지요 뭐 하하하!]

[넋 빠진 놈 다치지나 말아라 그리고 아까 말하다 잊은 게 있는데... 네놈이 쉬고 있는 산소는 저들과 다르다 함부로 죄수 들것과 바꾸지 말아라 욕심부리다 뒤진다.]


20화 계속


최진철을 A 구역으로 이끌었을 때 소연이 보여줬던 COREA와 화살표는 요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이어지는 필승의 전략이 되어있었다.

[이쯤에 표시하면 아이들이 볼 수 있으려나?]

이번 출정에 함께한 대원중 가장 어린 주역이 가 말했다.

[설마 거기에만 달랑 하나 써놓을 생각은 아니지?]

지켜보던 우식이 주역이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했다.

[팀장님 저 주역이 입니다. 서 주역이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막내 주역이 가 진철이 A 구역에서 보여줬던 '나 최진철이야 국회의원 최진철이'라며 소리쳤던 상황을 이름만 바꿔 재연하며 너스레를 떨자, 동행한 일행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녀석 재미있네!]

막내의 재롱에 긴장하며 따라오던 소연도 피식하며 미소를 보였다.

[옵니다]

요원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각자 위치로]

[다들 은신하고 대기한다.]

순식간에 굳어진 현장에 적막이 맴돌았다.

'고고고고' 하늘을 날던 비행선이 빠르게 내려와 대지 위를 선회하다 멈춘 뒤 밝은 빛을 대지위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빛과 함께 3명의 아이가 내렸다.

'슈슈슉' 순식간에 사라진 비행선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탄식했다.

[와~ 굉장히 빠르다 대박이지 않냐?]

[쪽팔려 세끼야 조용히 해]

[그 새끼 까칠하긴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냐?]

[아이 멍청한 놈 A 구역 찾아가라잖아. 새끼야]

[그러니까 거기가 어느 쪽이냐고 씨발놈아]

[내가 어떻게 알아 병신아!]

아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하는 동안 요원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뿐 어떠한 액션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어두워질 텐데... 녀석들이 메시지를 빨리 봐야 할 텐데...'

대원들의 머릿속이 모두 같은 생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야! 여기 봐 A 구역 이쪽 이래]

옆머리는 짧았지만, 앞 뒷 머리를 유난히 길게 기른 아이가 말했다.

[뭐야 하하하 글씨 굉장히 못 썼네 하하하]

[그리고 COREA? 야! KOREA 아니냐! 누군지 졸라 멍청하네!]

지켜보던 주역이 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가보자]



주역이 가 남긴 표식을 보며 아이들이 움직이려 할 때 하늘을 비추던 인공태양의 빛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 뭐야]

[뭐야 하나도 안 보이잖아!!!]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놀란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더듬어 잡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뭐냐 갑자기 어두워진다고? 마쳤네! 요기]

[씨발놈아 조용히 해]

[미친놈 쫄았냐?]

아이들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강한 척 험한 말을 쏟아내며 스스로 최면을 거는 듯했다.

어둠이 계속되자 홍채가 넓어지며 가까운 것들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야! 아까 이동할 때 킬링족인가 뭔가 만나기 전에 빨리 A 구역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사람을 죽인다고 하던데....]

[아! 씨발 그러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 빨리 가자]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적외선 카메라로 지켜보던 요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콰야~]

[이게 뭔 소리야?]

뚱뚱한 아이가 겁에 질려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콰야~]

[야! 이게 무슨 소리냐고? 혹시 킬링족인가 하는 그 사람들 소리 아니야?]

[몰라 씨발놈아 그리고 조용히 해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요원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긴 한숨을 토해냈다.

[에효~]



동일의 예상대로 일부 킬링족이 조용한 틈을 타 동석에게 다가와 자신들과 함께할 것을 종용했다.

[이봐 신참 좋은 건수 있는데 우리랑 함께 가자]

[예? 무슨 소리예요?]

[신참 자네 줄 잘 선 거야 이번에 완전 대박이거든 캬캬캬 내가 특별히 챙겨주는 거니까 아무 말 말고 따라만 와]

[대장이 별말 안 하던데... 믿어도 되는 건가?]

[쉿 조용히 해! 어차피 각자도생이야 그러니 갈 거야 말 거야?]

동석이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머뭇거리자 함께 온 사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꼭! 저 녀석을 데리고 가야 하는 거야?]

[족장 하고 대결하는 거 못 봤어? 저 자식은 보험 같은 거야]

옆구리를 쿡 찌르며 어금니를 깨문 체 나지막하게 속삭였지만, 동석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몇 명이나 가는데요?]

[어린아이 3명 잡을 건데 굳이 많을 필요 있나 우리끼리 나눠 갖자고 자네는 정말 땡잡은 거야]

[어린아이요?]

[그래! 족히 50년은 넘을걸 캬캬캬]




우식이 지난번 빨간 머리를 유인할 때처럼 A 구역 반대 방향에서 발을 굴려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우식이 발을 구르자, 아이들이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아아악!]

하지만 놀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 탓에 킬링족에게 위치가 발각되어 더욱 위험에 빠졌다.

[저쪽이다]

우식의 뒤쪽에서 킬링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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