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21~22화

by 서기선

어느새 우식이 있는 곳까지 다가온 킬링족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어떻게 하지요?]

우식과 함께했던 요원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일단 조용히 하고 대기한다. 아이들은?]

[달아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우리도 이곳을 빠져나간다. 따라와]

우식은 아이들이 달아난 방향에서 90도가량 꺾어 현장을 벗어났다.

그러면서 그는 주기적으로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허험!]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었지만 따라오던 요원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자꾸만 헛기침을 하시는 겁니까?]

함께한 요원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묻자, 한심한 얼굴로 그런 요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우식이 말했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아니요! 일부러 우리 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건 알겠는데 그러면 우리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 겁니까?]

[.......]

[만약 저들과 교전이라도 일어나면....]

[걱정하지 마라 소연 팀장이 우리를 엄호하고 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과연 이번엔 쏠 수 있을지...]

[뭐야!!!]

우식이 버럭 화를 내며 가던 길을 멈춰 섰다.

하지만 그 역시 불안하긴 매 한 가지였다.

그때 어느 틈에 우식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킬링족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콰야~ 하하하!]

놀란 우식이 요원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뛰어!]

하지만 놀란 요원은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뭐 해? 빨리 뛰지 않고]

[발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놀란 우식이 가던 길을 되돌아와 요원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콰야~ 어라 뭐야? 아이들이 아니잖아!]

먼저 따라붙은 킬링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야기했지만, 요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이런 빌어먹을... 이 자식들이 유인했구나! 에잇]

화가 난 킬링족의 사내가 가지고 있던 정글도를 내리치자, 우식이 요원의 머리를 감싸 안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자의 정글도가 우식의 몸에 닿기도 전에 '헉'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먼저 쓰러졌다.

쓰러진 사내 등에 손도끼가 박혀 있었다.

[뭐지?]

우식이 의아해 주위를 둘러볼 때 또 한 명의 킬링족이 그 애가 다가왔다.

잔뜩 겁에 질린 우식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뒷걸음질 처 보지만 그리 멀리 가진 못했다.

[가만히 있어 봐요]

어둑한 어둠 속에 동석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 쫌 가만히 있어 보라고요]

동석이 거리를 유지한 채 다가서지 않고 멀리서 이야기했다.

[당신은!!!]

순간 무언가 생각난 우식이 깜짝 놀라 손을 허공에 흔들며 소리쳤다.

[쏘지 마!, 쏘지 마!]

우식의 행동에 놀란 동석이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물었다.

[저격수가 있습니까!]

[예! 그러니 가만히 계세요]

[소연아! 내 말 들리지?]

[어! 그래 말해! 뭐야? 지금, 이 상황]

[스파이야 우리 쪽에서 심은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러니 쏘지 마]

[뭐!!! 그럼 킬링족에 있단 말이야?]

놀란 소연의 목소리가 수신기 너머로 들렸다.

[그쪽으로 갈게]

흥분한 소연이 합류 의사를 밝혔지만, 우식이 만류했다.

[아니야 오지 마 아이들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이제부터 그 일은 네가 맡아]

[무슨 소리야 궁금한 게 얼마나 많은데....]

[알아!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야 이건 이번 임무를 맡은 팀장으로서 명령이야.]

[뭐야!]

화가 난 소연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식은 동요하지 않았다.

[직위는 네가 높지만 이번 임무의 책임자는 나야 그러니 내 말을 들어]

[야! 최우식]

소연의 목소리가 수신기가 아닌 육성으로 들리는 듯했지만, 이번에도 우식은 침착했다.

[이상 통신 끝]

이후 우식은 수신기의 전원을 off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소연은 화가 났지만, 우식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현장에 투입된 요원의 책무였기 때문이었다.

[아악! 나쁜 놈]

화가 난 소연이 악을 쓰며 욕을 했다.

그러다 순간 아이들이 생각나 서둘러 적외선 카메라를 착용해 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참!!! 어디로 간 거야?]

소연은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졌다.

[쥐콩만 한 녀석들이 뭐가 이리 빨라!]

사방을 둘러보던 그녀가 무너진 잔해를 발견하고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22화 이어집니다.


[같이 가 새끼야!]

[와~ 씨발 졸라 무섭네 소리 들었냐?]

아이들의 발걸음이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달리며 이야기했다.

[그러게, 나도 처음 듣는 소리였어 와 ~ 소름 돋아]

[그런데 이길 맞냐?]

[몰라 씨발 그냥 뛰어]

허리를 움켜쥐고 뛰던 아이가 잠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야! 조금만 쉬었다 가자]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아이들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호흡을 했다.

[하악 하악!]

왼쪽 귀에 은빛 귀걸이를 하고 있던 아이가 재킷 안쪽의 빨대를 뽑아 물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이제야 살 것 같네!]

[나도 물 좀 줘]

누워있던 아이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네 것 마셔 병신아]

[허 그 새끼 졸라 치사하게 구네 알았다 씨발아!]

그 소리에 은빛 귀걸이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시비를 걸어왔다.

[이 새끼가 잘해주니까 기어오르네! 뒤지려고... 야! 깝죽거리지 마! 새끼야 그러다 뒤져]

[뭐야!]

서로 격한 반응을 보이며 으르렁거릴 때 조용히 앉아있던 아이가 안경을 벗어 안경알을 닦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앉아]

그 소리에 귀걸이가 발끈하며 말했다.

[이 새끼가 먼저 시작한 거야]

[아니야 저 새끼가 졸라 치사하게....]

또다시 서로를 지적하자 안경을 닦던 손을 멈추며 두 아이를 올려다보는 경훈이의 눈매가 매서웠다.

그이의 눈을 의식한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경훈이 안경을 쓰고 달려온 방향을 돌아보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한 뒤 이야기했다.

[이쪽이야]

경훈이의 지시에 두 아이는 아무런 댓 구도 없이 경훈이 가리키는 쪽으로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달릴 때와는 다르게 걷고 있었지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주변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경훈아! 그런데... 그쪽길이 맞는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어떻게 확신을 해? 뭘 믿고?]

뒤따라오던 아이가 물었다.

[COREA 보통은 K로 시작하지 그런데 낙서에는 C로 표기했어 아마 의도한 것일 거야]

[하하하 의도는 무슨 졸라 멍청해서 그런 거지]

[훗! 멍청한 건 네 쪽일걸 두고 봐]

뒤따라 걷던 귀걸이가 대화 도중 끼어들며 눈치채었다는 듯 말했다.

[아이 재수 없어 잘난 척은]

투덜거렸지만,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아 그들의 걸음은 침묵 속에 이어졌다.




한편 아이들의 행방을 뒤쫓던 소연이 GPS를 껴 아이들의 위치가 A 구역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둘러 고글을 적외선 모드로 전환한 소연이 아이들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식이 신경 쓰여 뛰는 동안 우식을 향해 통신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우식이 전원을 꺼둔 탓에 통신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나쁜 놈아 전원을 켜]

소연이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감사합니다.]

우식은 동석을 단번에 알아봤지만, 동석은 우식을 알아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엔 뒷모습만 보여주시더니 오늘은 다 보여주시네요 하하하]

뒤늦게 생각난 동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따라 웃었다.

[아! 예~ 하하하]

[제법 잘 어울리십니다.]

지나가는 가벼운 인사였지만 동석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 킬링족의 사내들처럼 보인다는 말 같아 유쾌하진 않았다.

[옷도 그대 로고 사람도 그래론 데 뭐가 잘 어울린다는 말이오?]

동석이 따지고 들자, 당황한 우식이 멋쩍은 듯 뒷머리를 극적이며 말했다.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요 헤헤! 그나저나 저자는 왜? 죽인 겁니까?]

상황을 모면하려고 말을 돌린 것이지만 처음부터 그것이 궁금하긴 했었다.

[내가 손도끼를 던지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갸웃거리는 우식을 의식한 동석이 쓰러져있는 킬링족의 머리를 가르치며 말했다.

[여기 있네요. 범인]

우식은 동석의 시선을 따라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리에 총상흔을 발견하였다.

총상흔을 확인한 우식이 입가에 미소를 유지한 체 동석에게 물었다.

[몇 명이나 더 옵니까?]

[나까지 3명입니다. 한 명은 내가 처리했으니 이제 더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 상황이 웃깁니까? 사람이 죽었는데!]

동석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물었지만, 우식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그럴 일이 있습니다. 죄송해요.]

[여긴 오래 있을 곳이 못 되는군요. 다들 이상해~ 차암 독특해~]

동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당신들만 오시나요? 평소보다 더 적은데?]

[나도 그럴 일이 있수다]

[킬링족 족장에 관해 좀 알아보셨습니까?]

이미 자신의 임무를 알고 있다는 듯 물어오는 우식의 물음에 당황한 동석이 오히려 되물었다.

[당신 도대체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물어보는 거요?]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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