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23~24화

by 서기선

오히려 동석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우식은 당황했다. 하지만 애써 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사실 잘은 모릅니다. 당신이 우리와 같은 요원이고 킬링족의 족장인 동일을 감시하기 위해 그곳에 보내졌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

[그런데 우리 통성명은 했었나요? 그것조차 생각나지 않네요. 저는 우식이라고 합니다.]

말없이 듣고만 있던 동석에게 우식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지만 그는 우식이 내민 손을 쳐다만 볼뿐 잡아주지 않았다.

[난 동석이요. 성은 없고 그냥 동석이요]

우식이 내민 손을 막 거둬들이려 할 때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그가 손을 잡았다.

[미리 말하는데 성이 왜? 없냐는 둥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경고했소!]

예상치 못한 동석의 말에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지만 묻지 않았다.

[아... 예...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지요? 아! 맞다 족장에 관해 뭘 좀 알아내신 것이 있나요?]

당황한 우식이 주변을 맴돌던 정신을 서둘러 불러들이며 물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던 동석의 눈엔 그가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예... 뭐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긴 합니다만 정확한 건 그는 여전히 요원의 임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동석의 말에 놀란 우식이 놀라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가 아군이란 말입니까?]

[예!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아직은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리 보였소 그는 단명법에 굉장히 반발을 하고 있었으며 킬링족이 불쌍하다고도 했소]

동석이 말하는 동안 우식의 시선이 초점을 잃어가고 허공을 배회했다.

[뭘 그리 생각하시오?]

동석이 짜증스럽게 묻자 놀란 우식이 배회하던 초첨을 서둘러 불러들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요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건 아닐 거요. 아이들을 살리라고 날 이리로 보낸 게 바로 동일이었으니 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소연이에겐 뭐라고 말을 하지...]

또다시 생각에 잠신 우식이 혼잣말로 말했지만, 동석이 그의 말속에서 낯선 이름을 발견하고 다시 물었다.

[소연? 그가 누구요?]

[몰라도 됩니다.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순간 동석이 낯빛이 붉어지며 어이없다는 듯 '허~ 허허' 하며 웃자 우식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동일의 딸입니다. 그녀도 요원이고 지금 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앗! 그 사람에게 딸이 있었나요! 다행이다.]

동석이 저도 모르게 나온 다행이라는 말에 우식이 반응했다.

[다행이라니요 뭐가 다행이란 말입니까?]

우식의 반응에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린 동석이 짓궂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몰라도 됩니다. 그런 게 있어요]

우식은 그의 행동으로 조금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멋쩍은 듯 '허허허' 하며 웃어 보였다.

[동일족장 말이요 묻는 것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좋은 구실이 생겼으니 조금 더 속을 알 수 있지 않겠나 해서 해본 말입니다.]

[아~ 소연이가 아빠를 닮았군요 그 녀석도 자신에 관해 묻는 걸 엄청 싫어하거든요.]

[하하! 하하하!]




그 시각 소연은 GPS속 아이들을 향해 뛰고 있었다.

뛰고 걷기를 반복하던 그녀의 적외선 안경에 드디어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위치가 파악되자 소연은 아이들의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혹시 모를 반갑지 않은 킬링족의 출몰에 대비했다.

[녀석들 잘 찾아가는데.]

멀찍이 아이들을 바라보던 소연이 웃어 보이며 혼잣말로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소연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투닥거리는 아이들 뒤로 음산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형이 고르지 못한 탓에 간혹 움푹 파인 구덩이가 있었다.

그곳은 마치 외부앞력에 의해 폭파당한 뒤의 지형 같았다.

그곳 중심에 킬링족의 사내가 잔뜩 몸을 움츠리려 은신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개미귀신같았다.


24화 이어집니다.


[이 기분 뭐지...]

소연이 적외선 렌즈 속 아이들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소연이 아이들 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거리를 좁혀 나갈 때였다.

[아악]

귀걸이를 하고 있던 아이가 중심을 잃고 움푹 페인 구덩이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지만 킬링족이 숨어 있던 구덩이는 아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소연이 짧은 탄식과 함께 달려 나갔다.

[설마!!! 이런 재기랄]

당장이라도 뛰어가면 닫을 거리였지만 소연은 거리를 유지했다.

[야! 내 손 잡아]

경훈이 왼손에 체중을 실어 균형을 잡고 다시 허리를 구덩이 쪽으로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체중을 지탱하던 왼손이 미끄러지며 경훈이 또한 구덩이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아악!]

순간 경훈이까지 구덩이 속으로 사라지자 공포에 질린 아이가 그 자리에 주져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얘들아~ 아래 있니? 모두 괜찮아?]

[그래 우리는 괜찮아! 어디서 밧줄 같은 것 좀 구해봐]

[밧줄? 그런 게 이곳에 있을 리 없잖아.!]

[어떻게 좀 해 보라고~]

경훈이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구덩이의 벽을 타고 하울링을 만들며 올라왔다.




개미귀신처럼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아이들이 구덩이로 떨어지길 기다리던 킬링족의 사내가 자신이 은신 중인 구덩이 주변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분명 자신이 있는 곳으로 떨어질 거라 확신했지만 주변을 떠도는 목소리만 들릴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초조해했다.

[분명 올 건데... 나가볼까!...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때 구덩이로 아이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아아악!]

[그렇지 하하하]

아이의 비명소리에 누런 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던 사내가 뒤춤에 차고 있던 정글도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으으으...]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의 등 뒤로 걸어가던 사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다 꼬맹아! 와 하하]

[으으으...]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신음하는 아이를 일격에 처리한 킬링족의 사내가 아이의 산소응칩 자킷을 벗기며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하하하! 역시 족장 뭔가 있을 줄 알았어 하하하]

[3일 굶으며 기다린 보람이 있구먼. 하하하! 족장 이 배신자 새끼 캬캬캬]

[두 명만 더 잡으면 더 이상 사냥 안 해도 되겠네 하하하]

새로 장만한 자킷을 입어보며 연신 싱글벙글하던 사내의 머리 위로 돌멩이가 날아들며 소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 개새끼야~]

그 소리에 놀란 사내가 몸을 움츠리며 죽어있는 아이의 시신을 들어 자신의 모리를 감쌌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짐승만도 못한 자식]

화가 난 소연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자 마치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공포스러웠다.

[누구야 나와~]

두려운 마음을 컨트롤하기 위해 소리 질러보지만 여전히 목소리가 떨리고 불안하게 흔들렸다.




[승건아~, 야! 이승건~]

밧줄을 구하러 간 친구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경훈이가 말했다.

[아~ 이승건 이 새끼 오기만 해 봐]

[조금 전 비명소리 승건이 목소리 아니야?]

귀걸이가 물었지만 경훈이는 듣지 못했다며 잘라 말했다.

[몰라! 나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그때 소연의 목소리가 어둠 사이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었다.

"야! 이 개새끼야~", "짐승만도 못한 자식"

[들었지?!]

귀걸이가 경훈이의 양팔을 잡아끌며 물었다.

[들었냐고?!]

[들었는데 어쩌라고 병신아!]

경훈이 양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역겨운 새끼 센척하기는]

[뭐야!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경훈이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발끈하며 귀걸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잡아달랬어? 잡아달라고 했냐고~ 시바 잘난 척하지 마 역겨워]

그 말에 격분한 경훈이 귀걸이의 오른쪽 뺨에 주먹을 날렸다.



-----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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