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화
[왜! 나도 죽이려고? 이 살인자 새끼야!]
귀걸이가 눈을 부라리리라며 비아냥거리자, 경훈이가 '닥쳐' 하며 또 한차례 주먹질을 했다.
[그만하라고 이 개새끼야!]
경훈이가 매서운 눈으로 씩씩거리며 다가서자 놀란 귀걸이가 뒷걸음질 치다 자기 발에 걸려 뒤로 넘어졌고, 경훈이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성을 잃은 듯한 경훈이가 귀걸이의 배 위에 올라앉아 마구 주먹을 휘두르며 이야기했다.
[그만하라고 새끼야. 사고였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고]
경훈이의 매서운 주먹질에 한차례 정신을 잃었던 귀걸이가 경훈이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사고! 사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누가 사고를 계획하고 친다던? 네가 계획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니?]
[.......]
[역겨운 자식 네가 무서워서 모른 척한 줄 알아 SJG전자 아들이라 참은 거라고 병신아!]
귀걸이의 말에 경훈이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어쩌다 이런 새끼랑 엮여서... 캬악 퇴]
귀걸이의 말에 화가 난 경훈이가 또다시 달려들어 귀걸이를 때리기 시작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허어억!]
갑자기 낯빛이 변하더니 경훈이가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그 시각 소연의 총구를 벗어난 탄환이 킬링족 사내의 왼쪽 어깨를 파고들었다.
[으악!]
들고 있던 아이의 시신이 땅에 떨어지자 다시 그것을 방패 삼아 몸 위로 올려보지만, 한 손으로 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어떻게 아이를 상대로 그럴 수 있지? 당신 같은 사람은 이곳에 보내기도 전에 죽였어야 했어.]
또다시 총성이 울렸고 이번엔 사내의 오른쪽 종아리를 파고들었다.
[악 아악! 살려줘!]
[뭐? 살려달라고? 저 살자고 어린아이까지 죽인 놈이 살려달라고?]
어둠 속 어딘가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내가 울부짖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아이의 시신 옆으로 빼꼼히 들어서 난 사내의 머리를 향해 소연히 또 한 번의 총성을 울렸다.
[소연아! 지금 어디야?]
꺼진 전원을 다시 켜며 소연에게 무전을 해 보지만 그녀는 응답하지 않았다.
[소연아! 응답해!]
우식이 GPS를 켜 소연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순간 슬픔에 잠긴 소연의 목소리가 무전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죽었어]
그 소리에 놀란 우식이 다시 무전을 받으며 물었다.
[뭐! 죽었다고! 몇 명이나? 다 죽었다는 거야? 또 그놈들이야?]
[아니! 한 아이만 살았어]
[.......]
우식은 침묵했고 소연은 나직이 흐느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우식의 무전으로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너는? 너는 어떤데?]
[걱정하지 마. 다친 덴 없어!]
[아니! 그거 말고 네 마음은 어떠냐고?]
[.......]
[힘들면 기대어도 돼!]
어린아이 하나가 A 구역으로 들어와 포털로 이동했다.
이제부터 자신이 생활하게 될 어쩌면 남은 생까지 가장 안전이 보장된 공간으로 이동이라 기뻐하는 것이 통상의 반응이었지만 그런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저 아이가 유일한 생존자란 말인가?]
멀리서 축 늘어진 어깨를 하며 걸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던 경영이 물었다.
[예!]
짧게 대답한 우식은 '후~'하며 긴 한숨만 할 뿐 더는 대답을 이어가지 않았다.
[어쩌다 어린것이.... 저 아이의 잘못된 행위는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도 우리가 함께 묻고 반성해야 할 문제일 텐데.... 보고 있자니 나도 한숨이 나오는구먼.]
포털로 들어가는 아이의 귀에서 '반짝'하며 빛이 일어났다.
26화 이어집니다.
어둠을 틈타 동석이 동일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간 거야?]
투덜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동석이 지프차 타이어를 등에 대고 히죽거리고 있던 너털 머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족장 어디 갔나요?]
[몰라! 그걸 왜 나에게 물어?]
히죽이 던 너털 머리가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동석이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신참이라고 무시하는 거요? 자신 있으면 한번 붙어보던가]
너털 머리가 오른손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족장이 예뻐하니까 세상 다 네 것 같지? 그 새끼 너무 믿지 마!! 켜켜켜]
그때 차량의 문이 벌컥 열리며 족장이 밖으로 나왔고 그 모습에 놀란 너털 머리가 뒷걸음질 치다 자빠지며 말했다.
[조.... 족장! 그게 아니고... 겁주려고.... 그러니까... 뭔 소린지 알지요?]
동일이 너털 머리 쪽으로 걸어가 녀석의 왼쪽 귀를 잡아끌며 말했다.
[뒷 담화 하지 말라고 했지.... 어디 나! 싫어하는 놈이 너뿐이겠냐! 그래도 또 그러면 아예 네놈의 주둥이를 영원히 벌리지도 못하게 할 테니 그리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굽신거리던 너털 머리가 뛰어나가다 동석과 눈이 마주쳤지만 못 본 척 시선을 돌린 채 지나쳤다.
[너는 왜? 나를 찾는 거야? 아이들은 살렸고? 설마 공치사하려고 찾는 거냐??]
[두 명이 죽었수]
동석의 말에 화가 난 동일이 미간에 주름을 잔뜩 만들더니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을 어떻게 했길래 2명이나 죽여!]
[미안하게 됬수다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요!]
[그럼 저절로 죽었단 말이냐?]
동일이 동석의 멱살을 잡아채며 말했다.
[아, 이 손 좀 놓아요! 당신이야말로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아휴~]
[뭘! 뭘 말이야!]
동일이 따지듯 덤벼들며 또다시 동석의 멱살을 잡으려 하자 동석이 뿌리치며 말했다.
[도청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에요. 그 녀석들 말고 또 있었다고요]
동일이 손에 힘을 빼며 놀란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동석이 말을 이었다.
[처음 접근한 녀석들은 모두 제거했는데 그 녀석들 말고 또 있더라고요.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주먹을 움켜쥔 동일이 '이 녀석들이' 하며 걸어 나가자, 동석이 그의 양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저 많은 녀석 다 죽이려고요? 불쌍하다면서요?]
동석의 말에 동일의 주먹이 바르르 떨었다.
[따님이 있다면서요]
동일이 화들짝 놀라며 동석을 쳐다보았다.
[그리 볼 것 없소 만나진 못했고 목소리만 들었수다. 소연이라던가….]
[.......]
[왜? 아무것도 묻지 않소?]
[엄마 닮아서 붙임성도 있고 잘 지낼 거요]
[사람들 말로는 아빠를 닮아 묻는 걸 엄청나게 싫어한답디다.]
동석의 말에 동일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내내 감춰왔던 치아 몇 개를 드러냈다.
[허! 참! 아빠 닮았다는 말이 듣기 좋은가 봅니다.]
동석의 말에 그는 다시 평정심을 찾고 평소 근엄했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만은 컨트롤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어쩌다 그리됐어?]
소연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 동일이 애써 화제를 돌렸다.
사실 화제를 돌리긴 했지만, 그 또한 궁금하긴 했었다.
[우리.... 그러니까 함께 갔던 녀석들 말이요 그 녀석들 말고 또 다른 놈이 도청했나? 놈이 도청을 했나 봅디다. 먼저 도착해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니까요.]
[그래서 그 녀석에게 당한 거야? 몇 명이나? 되던데?]
[발견한 건 한 놈이고 따님이 죽였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소연의 이야기에 또다시 동일은 침묵했고 동석은 그런 그의 행동을 짐작이라도 한 듯 서둘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 놈은 그리 됐는데... 다른 아이는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 한 놈이 산소응집 장치를 고장 냈나 봅디다.]
[.......]
[하나는 고장 나서 버렸고 하나는 여기 있소]
동석이 내민 손에 승건이의 산소 재킷이 들려있었다.
쭈뼛거리던 동석이 한참을 뜸 들이다 힘겹게 말을 이었다.
[혹시…. 이거.... 내가 가져도 됩니까?]
그 말에 동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저들은 자기 죗값 말고도 B11에서 살 수 있는지 실험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난번에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동석이 따져 묻자, 동일은 그가 가지고 있던 산소 재킷을 빼앗아 동석의 재킷에 연결하며 물었다.
[어때?]
'위우 위우'
[전 대원에게 알립니다. 지금부터 30분 동안 침실 내 산소응집 장치에서 산소를 보충하십시오.
30분 후 개방된 산소 보충 장치는 잠깁니다]
'위우 위우'
[다시 한번 알립니다. 지금부터 30분 동안 침실 내 산소응집 장치에서 산소를 보충하십시오.
30분 후 개방된 산소 보충 장치는 잠깁니다.]
[또 시작이군.]
배회하며 이야기 중이던 대원중 한 명이 말했다.
[까라면 까야지 용빼는 재주 있나? 살려면 해야지 하하하!]
[그거야 그렇지만 귀찮아서 그러지 한번 줄 때 빵빵하게 주면 안 되나... 이것도 은근히 귀찮아서 말이야..]
[귀찮으면 킬링족이 쓰던 거 쓰던지 하하하!]
[아이고! 그러려니 차라리 귀찮고 말겠네! 어휴~]
동일이 아이가 하고 있던 재킷을 연결하자 답답하고 무거운 산소가 한꺼번에 몰려와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
[B11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스베스토스가 다량으로 존재하지, 때문에 순수산소 O2만을 취하고 있는 지구인들은 그것을 흡입했을 때의 다양한 부작용등의 검증이 필요했던 것이야 그리고 그 검증을 저들이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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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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