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27~28 화

by 서기선

[아스베스토스? 그게 뭐요?]

서둘러 본래 자기 재킷으로 바꾸며 물었다.

[말하자면 공기 중에 석면 같은 것이 떠있다고 생각하면 돼]

'칵 퇴' [빌어먹을]

목구멍이 간질거려 연신 침을 뱉던 동석이 말했다.

[어떻게 이런 걸 하고 있지?]

[처음에만 그렇지, 적응하면 괜찮아져! 또 대안도 없잖아.]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걸 사용하십니까?]

[당연히 O2지 자네나 나 그리고 대원들은 모두 O2를 사용한다네]

[설마! 제들도 알고 있나요??]

[아니! 그래서 더 걱정이야. 만약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이들의 칼날은 요원들이 될 테니 말이야.]

어둠의 품에서 조용한 숨결을 숨기던 눈이 천천히 일어나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동석과 동일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을 때 킬링족의 사내가 동일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 족장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요]

[이야기? 무슨 이야기? 말해!]

[아니 여기서 말고 조용한 데서 말입니다.]

그는 동석이 신경 쓰였는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둘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동석이 혼잣말로 말했다.

[그런데 저 자식 얼마 전에 봤던 너털 머리 아닌가?]





[어디까지 가는데... 그만 이야기해!]

[조금만 더 가서 이야기해요.]

사내가 동일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 나가던 사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족장 혹시 하고 싶은 말 없나요?]

[무슨 말? 네가 이야기하자고 했잖아!]

[아니 혹시 우리에게 숨기는 게 있나 해서요]

사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말하자 동일이 사방을 둘러보더니 웃어 보이며 말했다.

[하하하! 오늘이군!]

동일이 큰소리로 웃자, 사방에 숨어있던 킬링족이 밧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바닥에 묻혀있던 그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동일을 삼켜버렸다.




[이봐 신참!]

동석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르는 사내 쪽을 바라보자 멀리서 건장한 사내 3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자네가 확인시켜 줄 것이 있네. 그러니 잠시 우리 좀 따라오게]

동석의 좌우로 한 명씩 사내들이 들러붙어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명이 앞장서 걷자, 이들에게 이끌려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이끌려 따라간 곳엔 얼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케이지가 있었고 그 안쪽에 피투성이가 된 동일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형님!]

동석이 자신의 양팔을 잡고 있던 사내들의 팔을 거세게 밀어내며 게이지 안쪽으로 들어서자, 순간 '철컹'하며 입구가 잠겼다.

[형님! 정신 좀 차려봐요!]

동석이 동일의 안부를 묻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케이지 주변으로 킬링족들이 둘러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동일을 응시하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정신 좀 차려봐요!]

[아직 안 죽었어. 걱정하지 마!]

나직한 소리로 동일이 말하자 그제야 안심한 동석이 '휴~' 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케이지 밖 킬링족을 향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니들 요원이라며]

동석을 이리로 데리고 온 사내중 앞장서 걷던 사내가 말했다.

그 말에 놀란 동석이 머뭇거리다 다시금 소리쳤다.

[그래서! 그래서 뭐! 우리가 너희를 죽이기라도 했나? 오히려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야.!]

[죽여라! 콰야!]

군중에 있던 누군가 소리치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소리쳤다.

[죽여라! 죽여라! 배신자!]

그들이 일제히 소리치자, 소리에 압도된 동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한 체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동석이 어찌할 바를 몰라할 때 동일이 그의 바짓단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그냥 있어! 배신감이 들기도 하겠지]

그 모습에 짜증이 난 동석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구 성군 나셨네! 그리 불쌍하다고 하더니 꼴좋소]

하지만 동석의 비아냥에도 그는 웃고 있었다.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그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과거 일본이 생체실험했을 때 얼마나 많은 비난을 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걸 형님이 한 건 아니잖아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왜곡된 공리주의를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네!]


----- 28화 이어집니다.-----


생각에 잠긴 우식이 경영의 집무실에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쳐 복도 끝 소연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똑' [소연아!]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던 소연이 놀라 소리쳤다.

[잠시만요. 누구세요?]

[나야 우식이 들어가도 돼?]

우식의 말에 화들짝 놀란 소연이 잔뜩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했다.

[아니! 들어오지 마. 잠깐만 기다려]

현관문을 등을 기댄 채 우식이 말했다.

[있잖아! 동일.... 아니! 너의 아버지 말이야]

예상치 못한 아버지 이야기에 바삐 움직이던 소연의 팔이 멈추었다.

[그 사람. 그러니까 네 아버지 아직 요원이래]

[.......]

[그런데 말이야 심경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어! 듣고 있니?]

[어 듣고 있어. 그런데 심경의 변화라는 게 무슨 말이야?]

닫힌 문을 사이에 두고 우식과 소연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단명법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고 동석 씨가.... 그러니까 스파이... 아무튼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알고 있었어! 그건 어디 다치시거나 아프신 데는 없데?]

문 사이로 스며드는 달콤한 향기가 우식의 후각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는 동석에게 미처 묻지 못했던 질문을 소연이 묻자, 후각을 자극했던 달콤한 향을 느끼기도 전에 미안한 감정이 먼저 밀려 들어왔다.

[미안해 그건 묻지 못했어! 그것보다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어]

[뭐? 무슨 말이야?]

[킬링족 말이야! 단순히 단명법만 적용하는 건 아닌가 봐 그것 때문에 행관님 찾아가려던 참이었어]

그 순간 소연의 현관문이 조심스럽게 열렸고 열린 문에서 따뜻하고 습한 달콤한 향이 우식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서둘러 의복을 입어야 했기에 소연이 선택한 건 트레이닝복이었다. 빠르게 입기엔 그것만큼 편하고 좋은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미처 닦아내지 못한 수분이 머리카락 끝에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아직은 몰라 정확한 건 행관님이 아시겠지 어쩌면 네 아버지 뭔가를 꾸미고 계시는 것 같아]




경영이 눈을 감고 목을 뒤로 졌으며 입을 열자 '으아'하며 저절로 소리가 났다.

대원들 앞에서 하는 업무지시가 대부분 자신이 내는 목소리의 전부였던 경영은 오래간만에 자신의 앓는 소리가 낯설어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목덜미를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경영이 커피포트에 물을 보충한 후 책상으로 돌아가 서랍 앞쪽에 있던 커피 병을 꺼내 들곤 다시 걸음을 옮겨 커피를 타려던 그때 '똑똑'하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군지 들어오게!]

들어오라던 경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을 활짝 열어졌으며 소연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 뒤로 우식이 따라 들어왔다.

[어서 들오게 마침 커피를 타려던 참인데 한잔하겠나?]

[아저씨!]

경영의 따스한 배려도 차갑게 식어버린 소연의 퉁명스러운 말씨를 데울 수 없었다.

[왜! 또 뭐가 불만이야. 이 녀석아!]

[아버지 말이에요. 킬링족.... 그러니까.... 아무튼 그 사람들 단명법 말고 또 뭐가 있나요?]

[아빠 말이에요. 요원이라면서 왜? 돌아오지 않는데요. 도대체 뭔데요?]

[요원의 임무 말고 다른 게 있나요?]

말할 틈도 주지 않는 소연의 질문에 경영이 어이없어하며 뒤따라온 우식을 바라보자, 그가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도 소연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와 왜 자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항의성 이야기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경영은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앉아 앉아서 얘기해! 너만 물어보면 행관님은 언제 대답하냐?]

우식이 소연의 양쪽 어깨를 끌어당겨 앞쪽에 있던 의자에 앉히며 꾸짖자, 그녀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으로 '어서 말해 보세요' 하며 압박하는 것처럼 양쪽 눈썹을 위쪽으로 밀어 올렸고 가끔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경영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는 말이지?]

소연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경영이 고개를 돌려 불규칙한 커피 알갱이 몇 알을 작은 컵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아저씨!]

[기다려!]

소연이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자, 경영이 더 큰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그러자 짧게 침묵이 이어졌고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방안을 가득 메운 어색한 공기를 물린 건, 경영이 자신을 위해 타 놓은 커피 향 때문이었다.

'후~'하며 입김을 불어 커피 향을 날려 보낸 경영이 천천히 커피를 마신 후에 입을 열었다.

[대화란 말이다. 듣고 답하는 거야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소연을 꾸짖던 경영이 일전에 그녀가 이야기했던 꼰대 이야기가 생각나 말을 접었다.

그리곤 다시 그녀가 물었던 많은 질문 중 하나를 끄집어내 답을 하였다.

[소연아,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 그것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야 그쯤은 너도 알지 않니!.]

소연은 긴장된 표정으로 경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알지요. 그래도 아버지와 킬링족, 그리고 요원들에 관한 것, 모두를 알고 싶어요. 가족이잖아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경영이 말을 시작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 친구와 난,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선택해야 했지.]

[그중에는 좋은 선택도 있었고, 나쁜 선택도….]

잠시 머뭇거리던 경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중에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들도 있었다]

소연은 혼란스러운 듯 동공이 빠르게 굴러다녔고 그것을 눈치챈 우식이 가볍게 기침하며 둘의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며 이야기했다.

[행관님! 그렇다면 소연이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단명법 말고 있다는 그것이 뭔가요?]

핵심을 사이에 두고 겉도는 경영의 말이 답답했던 우식이 소연을 대신해 물었다.

고민하던 경영이 ''휴우~' 하며 길게 한숨을 내쉰 뒤 손에 든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책상 뒤에 있던 케비넷을 열어 그곳에서 상자 하나를 끄집어내 책상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열어보게]

소연이 서둘러 상자를 끌어당겨 보지만 선뜻 열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경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소연과 눈이 마주친 경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고 그곳엔 짧은 메시지와 킬링족의 산소 재킷이 담겨 있었다.

[이게 뭔가요?]



-----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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