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29~30화

by 서기선

친구에게

이건 조금 전 내가 잡은 킬링족의 산소 재킷일세.

자세히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것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띠고 있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병든 아내를 구하기 위해 이 위험한 장소에 자원해 들어왔네.

하지만, 이런 오염된 재킷을 그녀에게 줄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드네.

때문에, 아쉽게도 나는 자네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할 것 같네.

자네가 나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있네.

자네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구먼.

물론, 이렇게 결정한 것에 대해 나는 후회하지 않네.

앞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날 테지만, 자네는 자네의 일을 하시게.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겠네! 그동안 고마웠네, 친구여. 부디 건강하시게.


아버지의 편지를 읽은 소연의 눈에서 그리움이 그렁거리다 굴러 떨어졌다.

[네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신 거야]

[오염된 재킷이 무슨 소리인가요?]

울고 있는 소연을 대신해 우식이 물었다.

[궁금하면 착용해 보게]




[야 의리도 없는 놈들아, 그동안 족장이 너희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의리? 고생? 무슨 의리? 혼자 산소 독차지하고 마치 권력인 양 휘두른 의리? 고생? 저 자식이 위치를 알려주면 잡는 건 언제나 우리 몫이었는데 무슨 고생? 파 하하!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이 스파이 녀석들아]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이 미련한 놈들아]

동석이 뒤돌아 동일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님!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콜록콜록' [이게 뭐야]

우식이 재킷을 집어던지며 이야기했다.

[아스베스토스가 다량 함유된 산소다.]

[그게 뭔데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 지구의 건설 현장에서 발견되었던 발암물질 중 하나야 석면 같은 거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네!]

[왜 이런 걸 하고 있나요?]

우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B11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스베스토스가 다량으로 존재하지, 그 때문에 순수산소 O2만을 취하고 있는 지구인들은 그것을 흡입했을 때의 다양한 부작용 등의 검증이 필요했던 것이야 그리고 그 검증을 저들이 하고 있는 거야 그걸 처음 알게 된 사람이 동일이고.]

[인체 실험이라니... 너무 비인간적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왜? 동일이... 아니 그러니까 소연이 아버지가...]

우식이 소연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물었지만 경영 또한 소연이 신경 쓰여 선뜻 말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더는 숨길 수 없음을 직감한 경영이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시선을 울고 있는 소연에게 고정한 체 조심스러웠다.

[아픈 몸으로 B11로 오게 된 소연이 어머니가 걱정되어 그 친구는 요원을 자원했지!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 생활이 그리 녹녹지 않지 않은가?]

[어쩌면 그녀가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지키기 위함이 시작이었을 거야]

경영의 말에 화들짝 놀란 우식이 또 한 번 소연을 힐끗 쳐다보며 나직이 물었다.

[아니! 어쩌다 어머님이....]

[사고였어! 억울하게 누명을 쓰신 것이고 물론 무죄판결로 다시 지구로 돌아가긴 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고생하셨지 하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어!]

흐느끼며 듣고 있던 소연이 대화 도중 끼어들며 이야기했다.

[맞아! 네 아버지는 죄인들의 산소가 오염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산소 재킷을 어머니 것과 바꾸셨어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요원들의 재킷엔 남은 생을 충분히 살 수 있는 만큼의 산소가 저장되어 있었어 하지만 그 일이 벌어진 후 요원들의 산소는 한 달만 생존할 수 있도록 하였고 매월 보충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지]

[굳이 그렇게까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우식이 말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험 대상이 된 그들이 불쌍했던 동일이는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산소를 부인을 통해 그들에게 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이 무죄판결을 받아 지구로 돌아가면서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던 거야 더욱이 그맘때 동일이 산소를 빼돌린다는 것을 알게 된 지구에서 동일의 소환이 결정됐지만, 그 친구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지.]

'와~'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우식이 말했다.

[그래서 산소 빼돌릴까 봐 한 달씩만 주는구먼... 나쁜 놈들]

[꼭! 그 때문은 아니네! 만약 그 사실을 킬링족이 알게 된다면 유혈사태를 피하긴 힘들 것이고 그리되면 이곳의 요원들 안전 역시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일세]

[제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누가 말하지 않는다면...]

우식이 소연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지만, 소연은 그런 우식의 태도에 반응하지 않았다.

[모르는 소리! 지금껏 우리는 저들과 여러 차례 교전했었네! 물론 대부분 요원이 이기긴 했지만, 우리 쪽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 많은 요원이 목숨을 잃었네! 다행히 요원들에겐 산소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킬링족이 더는 우리 요원을 죽이지 않았을 뿐 만약 충분하다면 언제고 요원들을 죽이려 할 거야.

게다가 산소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겠지]

경영의 말에 소름이 돋는 듯 우식이 바르르 떨며 말했다.

[와~ 무섭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지요?]

소연이 물었다.

[하긴 뭘 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건 비뚤어진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야 너희들은 그냥….] [아저씨! 내 아버지와 우리 미래의 일이기도 해요]

[.... 그래 소연이 너의 말이 맞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지켜보자꾸나?]




케이지가 열리면서 7명의 젊은 사내가 정글도를 들고 들어왔다.

오랜 기간 동일과 동고동락했던 동일의 측근이기도 했던 젊은이들이었지만 눈매가 매서웠다.


----- 30화 이어집니다.---


케이지 안으로 들어온 일곱 명의 청년이 천천히 동일에게 다가가자, 케이지 밖 킬링족이 함성을 질렀다.

[죽여라! 죽여라!]

낄낄거리며 웃는 사람들 속엔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의 사람들도 더러 보였지만 단지 표정으로 느낄 뿐 그들이 진짜 안쓰러운 마음에 쳐다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형님! 이대로 죽을 거요? 어서 일어나요!.]

그러나 여전히 동일은 자리에 앉아 다가오는 청년들을 바라볼 뿐 달리 싸울 의지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동일과는 다르게 동석은 잔뜩 올라간 승모근과 한껏 거머쥔 주먹으로 보아 당장이라도 젊은 청년 몇은 때려죽일 것만 같았다.

[형님은 그리 사시오. 나는 이 잡것들 모두 때려죽이는 한이 있어도 아니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형님처럼은 단 하루도 못 살겠소]

동석이 못마땅한 얼굴로 동일에게 소리치며 뒤돌아 젊은이들을 맞이했다.

[자~ 누구 먼저 죽여줄까?]

동석이 머리를 양쪽 어깨 쪽으로 번갈아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청년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하하하 재미있네! 이봐요 아저씨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으니 너무 원망은 마시요!]

터벅터벅 걸어 나간 청년이 동석을 향해 정글도를 휘두르며 낄낄거렸다.

그러다 순간 표정을 일그러뜨리다 발길질을 했지만, 애송이 같은 청년의 발길질에 쉽사리 당할 동석이 아니었다.

크게 한번 휘두른 칼을 다시 되돌려 머리 쪽으로 가져가던 순간 동석이 빠르게 달려들어 녀석의 다리를 걷어찼고 '악' 소리와 함께 치켜든 정글도를 의미 없이 하늘에 그었다.

중심을 잃고 주춤거리던 사내의 왼쪽 옆구리를 빠르게 파고든 동석의 주먹에 청년은 그 자리에 쓰러져 호흡조차 힘들어했다.

[이봐 머리가 비었잖아!]

[크허헉!]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있던 청년의 머리를 걷어차며 동석이 말했다.

[자~ 한 놈은 정리했고, 다음.]

동석의 도발이 이어지자 지켜보던 녀석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지만, 어찌 된 일인지 2명의 청년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4명의 청년에게 둘러싸인 동석이 또다시 도발을 이어갔다.

[좋아 먼저 달려든 놈이 먼저 뒤진다.]

그 말에 청년들이 주춤거렸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동석의 주위를 빙빙 돌던 녀석들 중 뒤쪽에 있던 녀석이 또다시 칼을 내리쳤지만 이미 예상했던 동석은 녀석의 칼을 유유히 피하며 녀석의 턱에 또다시 주먹을 명중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동석은 팔을 타고 내리는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하아! 하아! 자~ 이제 3명]

거친 호흡을 유지하던 동석은 그의 팔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가 거머쥔 주먹 사이 틈으로 파고들고서야 팔이 베인 걸 눈치챘고 그는'씨발'하며 포효했다.

[3명? 왜 3명이야?]

청년들이 케이지 입구 쪽을 바라보자 2명의 청년이 입구에서 여전히 관망하고 있었다.

[씨발 개새끼들아, 뭣들하고 서 있어 빨리 안 튀어와~]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관망할 뿐 싸움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때 유난히 머리를 길게 기른 녀석이 말했다.

[이런 개새끼들]

순간 동일이 동석의 머리 위를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동석아 엎드려!]

소리치는 동일의 목소리에 놀란 것인지 하늘을 날아오른 것 같은 그의 행동에 놀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청년들이 당황해 우왕좌왕했고 동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땅에 내려앉은 동석이 앞으로 구르며 지나가자 3명의 젊은이가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평생 다리 전다.]

동일이 쓰러져있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곤 케이지 앞 청년을 향해 걸어가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생민아! 존아단! 이리 와]

동일의 말에 거침없이 걸어오는 청년들이 부담스러웠던 동석이 옆으로 비켜서자 두 명의 청년이 동일을 끌어안았다.

[저 자식들은 뭐야?, 저놈들도 배신자다. 저 녀석들도 죽여라.]

케이지 밖의 사람들이 요란하게 소리쳤지만 아무도 그 소리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케이지 밖 무리 중에 있던 명교수가 소리쳤다.

[저 자식들 모두 한통속이다. 싹 다 죽이자]

그 소리에 성난 군중이'와~'하며 케이지로 몰려들어 케이지를 마구 흔들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케이지속 사람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떵떵 떵떵 떵' 너무 늙어 지금 당장 쓰러져 죽을 것만 같은 남루한 노인이 쇠꼬챙이로 케이지 외곽을 끌며 걸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노인에게 쏠렸다.

모두의 시선이 노인에게 몰리자 남루한 노인이 소리쳤다.

[그만둬 지네들 실수하는 거야 뒷감당 어쩌려고 그래]

그 소리에 콧방귀를 뀌며 명게수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노인은 밀리지 않았다.

[썅 뭐라는 거야?]

[멍청한 놈]

[뭐요! 이 노인 내가 미쳤나!]

명게수가 다가오자, 노인이 쇠꼬챙이를 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허공을 가를 뿐 명게수에겐 어떠한 상처도 주지 못했다.

노인이 다시 한번 쇠꼬챙이를 치켜들며 명게수에게 소리쳤다.

[저분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오신 분이야 바보 같은 놈아]

노인이 소리치는 순간 명게수가 달려들어 쇠꼬챙이를 빼앗으며 말했다.

[이놈의 미친 노인내가 뭐라고 떠드는 거야?]

노인이 긴 한숨을 토해내며 오른손을 들어 케이지 안쪽의 청년들을 가리키며 명게수에게 말했다.

[저기 저놈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기 몇 명 더 있을 건데.... 어서들 나와봐요. 저분 아니었으면 진작에 죽었을 거야]

[저분? 족장 말이요?]

노인이 쇠꼬챙이를 빼앗기자, 주먹으로 명게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소리쳤다.

[그래! 이 미련한 놈아!]

그리곤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봐요. 이렇게 저분 죽일 작정이요. 아무리 죄를 짓고 왔다지만 도리는 지켜야지.]

노인의 말에 군중을 뚫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소리쳤다.

[여기 있습니다.]

[여기도 있습니다.]

[이쪽에도 있습니다.]




-----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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