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사직서를 내셨다.
퇴근하시던 장미 복지사 선생님께서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사장님! 오늘 백일홍 선생님 그만두셨어요.]
[예! 왜요?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분 입사한 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못하시겠답니다. 전화 와서 빨리 사람 구하라고... 반응이 격하시던데요.]
[무슨 일이지? 그런 분 아니셨는데... 아무튼 장미 쌤 고생하셨습니다]
복지사 선생님을 보낸 후 백일홍 선생님과 짧은 통화를 가졌는데 결국 우려했던 부분이 일어난 것이었다.
채송화 어머님은 의사 선생님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에게 하대 하시거나 인격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자주 하신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셔서 주변 경로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으셨다.
그 때문에 유일한 대화상대는 요양보호사 선생님이지만 그조차도 당신의 오랜 습관 때문에 그만두기 일쑤였다.
[식사하셔야 건강해지시지요. 왜 식사를 안 하세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체 의사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요즘은 입맛이 없어요! 선생님 꼭 밥을 먹어야 사람이 살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링거만 맞고 살아가는 환자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식사를 통해서 영양분을 섭취하시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뒤늦게 시선을 채송화 어르신과 마주한 의사 선생님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일홍 선생님께서 대화 중에 끼어들며 이야기하였다.
[어머님 억지로라도 드셔야지요. 안 그럼 연하골란 생겨요]
백일홍 선생님의 말씀에 화가 난 어머님이 발끈하시며 이야기했다.
[니는 조용히 해라 뭘 안다고 떠드노]
채송화 어머님께서 감정이 격해지자, 의사 선생님이 자제를 부탁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저 분말이 맞아요. 어머님 입맛이 없어도 식사는 하셔야 해요]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창에 내려앉으면 백일홍 선생님께서 출근하신다.
'똑똑똑' [어머님 홍이 왔어요.]
[벌써 9시가?]
[예! 식사 차려드릴 테니 얼른 드세요. 오늘은 안과 가야 한다면서요.]
채송화 어머님은 일주일 평균 4번씩 병원에 가신다.
과한 건강염려증 때문일 테지만 그를 수발해야 하는 선생님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어머님! 서두르셔야 해요 벌써 10시 30분이에요]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맞기는 하는데 그래도 세수를 30분씩 하시는 건... 예약시간 지났어요]
[시끄럽다. 뭘 그리 쫑알대노 조금 늦게 가도 된다.]
휠체어를 끌고 도보로 가야 하는 병원이라 왕복 이동시간 50분을 빼고 나면 3시간 근무하시는 백일홍 선생님의 입장에선 빠듯한 시간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늦어지면 12시 퇴근시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일홍 선생님은 1시부터 또 다른 가정으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여유 없는 하루하루가 늘 불만이었다.
더욱이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휠체어를 끌고 다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고 얼마 전부터 손목이 시큰거리기까지 했다.
[네가 올려놨지! 너 말고는 없다]
채송화 어머님이 잔뜩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물건을 직접 올리기엔 힘든 장소에 손가방이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저 아니에요. 제가 왜 어머님 가방에 왜 손을 대요]
[그럼, 누가 올려놔 귀신이 올려놨나? 미안하다 하면 될 일을 가지고….]
[어머니 진짜 더 아니에요. 왜 자꾸만 사람을 의심해요.]
송화 어머님 입장에선 자신이 올려둘 수 없는 위치에 가방이 올려져 있으니 백일홍 선생님이 그랬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밤에 보호자님께서 올려두셨는데 그런 사실을 잊으셨던 것이었다.
최근 들어 치매 증세를 보이셨지만, 본인은 인정하지 않으신다.
[선생님 집 안 청소가 안 된다고 보호자님께서 연락하셨던데 요즘도 송아 어머님 늦장 부리십니까?]
[예 늘 똑같지요. 화장실도 30분씩 사용하세요. 하하하]
[고생 많으십니다. 보호자님께서 집 안 청소 신경 좀 써달라고 하시네요]
[안 돼요. 병원 가시는 날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늦어도 너무 늦으셔요.]
[하긴 어머님이 늦긴 하시지요. 그래도 보호자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전달은 해야 하잖아요. 죄송합니다. 물론 잘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살펴 주세요]
백일홍 선생님께서는 사직하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말을 잘못한 건가?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선생님은 그냥 힘들어서 그만두신다고 했지만, 보호자의 전달 사항을 전해준 직후라 뭔가 뒷맛이 남는다.
아쉽지만 이럴 땐 차라리 내 잘못이든 어르신 잘못이든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