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내부로 들어온 요원들이 경영을 사이에 두고 깊은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연합을 하자는 말이었지만 킬링족과는 다르게 요원들의 사정은 그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물러설 곳이 없는 킬링족은 전원이 찬성하였지만 요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맞아요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요 우리가 무슨 인원 운동가도 아니고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하고 싶진 않아요.]
반대입장에 있던 요원들이 목맨 소리를 하였다.
[자네들 말이 모두 맞네. 그렇기 때문에 자율에 맡기겠단 말일세. 일부러 눈치 보며 행동하지 않아도 되네.]
[자네들 생각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내 판단은 조금 달라 이건 인권에 문제이고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반듯이 바로잡아야 하는 악행이라고 생각해 때문에 나는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말이야 그렇지만 자네들이 만약 내 눈치를 본다던가 하지는 않았으면 하네 이건 생사를 가르는 문제이거든]
경영이 단호하게 답 했지만 요원들은 여전히 껄끄러워했다.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해요]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자리에서 일어선 경영이 바닥에 무언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자리를 비우지, 이건 지하에 있는 비행정 열쇠야 당연히 세팅값은 지구일세 자네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누구든 스타트 버튼만 누르면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갈 수 있네 나는 1시간 후에 이곳에 다시 들어올 생각이야 그때까지 결정하고 돌아가고 싶은 요원은 돌아가도 좋다.]
경영이 더는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걸어 나온 경영이 철망 쪽으로 걸어가 다시 한번 동일과 마주했다.
경영의 모습을 확인한 동일이 마른침을 삼키며 "어찌 되었나?" 하며 물었다.
[자네가 묻고 싶은 것이 요원들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
[너무 걱정하지 말게 저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소연이는 무사할 테니]
그제야 동일이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고맙네 친구 정말 고마워!]
어느덧 1시간이 흘러 경영은 처음 모임을 가졌던 장소로 이동하였다.
입구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경영이 강당의 문을 슬며시 밀며 들어섰다.
[아이 머리야! 여기가 어디야?]
소연이 이마에 손을 가져가며 혼잣말을 하였다.
반쯤 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소연이 깜짝 놀라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손목에 걸려있는 링거 바늘이 거슬렸다.
[뭐야! 아빠!]
소연이 소리치자 머리 쪽에 있던 출입구가 황급히 열리더니 우식이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괜찮아?]
[여긴 어디야?]
[비행정이야 지구로 가고 있어]
우식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자 소연이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진정해!]
[진정? 지금 진정하라는 말이 나와? 아빠는? 아저씨는?]
[B11에 남아계셔]
[뭐!!! 그런데 지금 나더러 진정하라는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돌아가야 해!]
소연이 팔에 있던 링거를 제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우식이 그녀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소용없어 자동설정이라 바꿀 수 없어]
[수동으로 바꾸면 되잖아!]
[수동으로 바꾸면 누가 비행할 건데? 네가 할 수 있어?]
우식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뭐라도 해야지 해 봐야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우식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지만 우식은 단호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네 아버지와 아저씨의 부탁이었어]
[뭐?]
[나도 처음엔 거절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다니? 뭐가? 아버지와 아저씨가 죽을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었다니?]
[나도 처음엔 너처럼 이야기했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하지만 네 아버지의 말씀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
우식이 소연을 잡고 있던 팔에 힘을 풀어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뭐라고 하셨는데?]
[총칼을 잡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이 아니다. 너희는 지구에서 사실을 폭로하고 알리면서 저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
우식의 말에 소연은 목놓아 울었다.
[흐흑! 이제야 만났는데 또다시 해어지다니.... 안아보지도 사랑한다고 말도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
우식은 소연이 우는 동안 곁을 지키며 그녀가 마음을 가라앉힐 때까지 곁을 지켰다.
[이제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저항할 것입니다.]
경영이 말했지만 아직 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 몇 명의 대원들이 그의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
[당신을 어떻게 믿지요?]
[이 친구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나는 어때요?]
동일이 이들의 대화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을 걸었다.
[족장이라면.... 믿어야지요!]
잠시 머뭇거리던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 친구는 제가 요원으로 있을 때 나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입니다. 그러니 믿어도 됩니다.]
동일이 의심하던 킬링족의 일원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기회를 엿보던 경영이 앞쪽으로 걸어 나오며 "이런 것이 여러분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혹시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경영의 말에 시선이 집중될 때 그가 다시 말했다.
[먼저 여러분의 산소 재킷을 정화된 것으로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탄성을 지르며 앞쪽의 사람들이 뒤쪽의 사람들에게 그의 말을 전달하였고 킬링족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 짝짝짝!]
그러자 경영이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박수소리를 잠재며 말했다.
[하지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산소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을 교체 시실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들이 그런 마음이라면 우리는 이미 교체된 것과 같소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야 더 살아봐야 뭣 하겠소 어린이들 먼저 챙겨주시오 그러면 고맙겠소]
처음 의문을 제시했던 사람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는 한 팀입니다.]
경영이 웃어 보이며 말하자 킬링족의 사람들이 "콰야~" 하며 소리쳤다.
킬링족이 내지른 '콰야~'라는 들짐승의 소리가 유난히 기쁘게 느껴졌다.
그렇게 군중의 분노가 하나의 결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38화 이어집니다.-----
킬링족과 요원들은 연합 후 철탑 아래에서 손을 잡고 하나가 되었고, 언제 닥칠지 모를 공습을 대비하였다.
라이언이 사라지기 전 피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를 한 탓에 모두 긴장된 마음으로 공습대비를 하였다.
그리고 경영이 약속한 산소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거기 아저씨 뒤로 빠져요 아이들 먼저 바꿔준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쳇! 목숨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딨다고 나도 오래 살고 싶다고 나도 인간이야 이것들아!]
젊은이들 사이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족히 80은 돼 보이는 사내가 적발되자 구시렁거리며 늘어선 줄에서 이탈하며 말했다.
[행관님!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남기로 했던 요원중 한 명이 경영에게 다가가며 묻자 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던 경영이 힘겹게 일어서며 말했다.
[아휴~ 이제는 일어서는 것도 힘드네!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하하!]
[이젠 지구로 돌아간 팀 들이 잘해줘야 하겠지 소식을 기다려 보자고]
경영이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자 동일이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소연이 그 녀석 지낼 닮아 아주 영리해 바르게 잘 컸어, 그러니 믿어봐! 그 녀석이라면 분명 잘 해낼 거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명게수가 끼어들며 말했다.
[먼저 지구의 언론에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범죄자이지 실험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도....]
[물론이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믿어봅시다.]
동일이 웃어 보이며 명게수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멋쩍은 듯 고개를 숙이며 등을 돌려버렸다.
그리곤 등을 돌린 채 동일에게 물었다.
[족장은 내가 밉지 않습니까?]
[밉지요! 미워서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지요. 하하하! 그러나 당신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었어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니 너무 날 피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동일이 웃으며 말하자 명게수가 또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용서해준다는 말입니까?]
[용서라니요 처음부터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용서를 해준다는 말입니까. 말했잖소 당신 입장에선 그럴만했다고]
[고맙습니다.]
[고마워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 예전처럼 지냅시다.]
[예전처럼 이라면 내가 당신을 미워했을 때 그때 말입니까? 하하하]
명게수가 웃어 보이며 농담을 하자 동일도 따라 웃었다.
[뭐요! 이 사람이 파하하]
한편 지구에 도착한 일행이 비행선에서 내리기 위해 한 줄로 섰을 때 소연 옆으로 동석이 바짝 다가오며 말했다.
[내 뒤에서 따라와라]
[뭐예요 아저씨?]
[오빠라고 불러! 어딜 봐서 아저씨야! 그리고 이거 네 아버지 부탁이니까 그런 줄 알아. 아주 고약한 양반이야...]
동석이 뒷말을 흐리며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아이 비좁아! 이 아저씨 진짜 뭐야!]
소연이 툴툴거리며 말하자 동석이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오빠라고 부르라고 아저씨 아니야.]
투닥거리는 사이 비행정의 문이 열렸고 동석을 필두로 53명의 요원들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곳을 빠저 나오는 순간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몇몇의 군인과 기자들이 보였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원천 봉쇄한 군인들 때문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수송용 드론에 올라타 근처 병원까지 빠르게 날아갔고 그곳에서 멸균실에 갇힌 체 꼬박 24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무렵 요원들과 킬링족은 지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철탑의 꼭대기에 설치된 통신 장비를 활용하여 지구의 모든 방송망에 접속, 그들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워낙 먼 거리라 단순히 전파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무리였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명게수가 말했다.
[글세요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네요]
경영이 생각에 잠긴 채 무성의하게 댓 구를 했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라즈가 지구로 보낼 메시지를 완성했다며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이런 내용 어때요? 우리는 더 이상 희생양이 아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울 것이다. 깔끔하지 않아요?]
[깔끔하기는 한데 뭔가 기계가 적은 글처럼 들려 인간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아]
망설이며 말을 아끼던 동일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자 라즈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인간냄새가 나는 건데요?]
[우리는 더 이상 바다의 표류물이 아니다. 우리는 파도를 가르는 배가 될 것이다. 이건 어때?]
잠시 고민하던 동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만, 쏟아지는 비난에 빠르게 사과했다.
[에이 아저씨 그게 뭐예요 하하하! 살짝 단어만 바꿨을 뿐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그리고 너무 올드해요 하하!]
[미 안 해 그냥 네가 적은 걸로 하자]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었다.
전파만으로 메시지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도는 해 봐요.
그리고 마침 인공태양도 떴으니 이참에 빛을 이용해 모호스 부호로 같은 메시지도 보내봅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들은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혹시 모를 지구의 방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응답은 뜻밖에 것에서 왔고 그것 때문에 또다시 긴장하게 만들었다.
라이언을 형상화한 홀로그램이 또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구는 당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필요로 합니다.]
웃음기 없는 라이언의 표정이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다시 온건 당신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거래?]
경영과 동일이 동시에 같은 말로 중얼거렸다.
[B11은 석면이 많은 행성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인간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신들의 산소재킷에 의도적으로 석면을 넣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허울이고 내가 당신들과 거래하고 싶은 건 따로 있습니다.]
[그것이 뭣이요?]
[석면 속 액티놀라이트(actinolite): Ca2(Mg, Fe) 5 Si8 O22(OH) 2를 체취해 주는 것입니다.]
[액티놀라이트? 그게 뭔가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이곳의 석면은 쌍정형 석면으로 이루어져 여러 가지 광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에서 액티놀라이트(actinolite)를 추출하려 합니다. 그것을 당신들이 도와준다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주겠소]
[그것이 어디에 사용됩니까? 그리고 당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요?]
[액티놀라이트는 자체만으로는 무용지물입니다. 그것을 이용해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고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치료제가 된다는 말인가?]
동일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치료제는 아니고 마치 백혈구처럼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 질병이 생긴 곳을 파괴하는 의약품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
[어차피 당신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차고 있는 재킷 속 산소가 충분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라이언의 말에 군중이 술렁거렸다.
[약속만 해 준다면 당장 이곧의 사람들이 편히 숨 쉴 수 있는 맑은 산소를 넣어 드리겠습니다.]
킬링족과 요원들은 사이에 고요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들은 라이언의 말에 동의해야만 산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조건이 있다. 산소 공급은 정화된 것으로 바뀌어야 하며,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충분한 휴식시간과 별도의 보상을 요구한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동일이 라이언을 향해 소리쳤다.
[별도의 보상? 그것은 무엇인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수용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먼저 주었으면 한다.]
이번에도 동일이 모두를 대표해 말하였다.
그러자 라이언이 고개를 그 덕이며 말했다.
[좋다 지금부터 생각할 시간을 하루 주겠다. 그리고 당신들이 동의한다면 이쪽에서도 안전장치정도는 말련하고 싶다.]
[안전장치란 무엇인가?]
[당신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나는 이런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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