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43~ 44화 무너지는 권력

by 서기선

인권운동가 김인자 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밖에 있는 회원님들은 어떻게 된 거지? 죄송해요. 공연히 우리가 찾아와서.... 저희 때문에 위치가 알려진 거 같아요.]

하지만 동석이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들을 다독였다.

[공연히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그쪽에서 찾아올 정도면 이미 저들도 알았을 거예요. 그리고 영상을 올리면 IP주소가 나오는데 들키는 건 시간문제잖아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것보다 밖에 회원님들이 계시는데 그것이 더 걱정이네요]

동석이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민간인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그러진 않을 거예요.]

사다은 님이 이야기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허 팀장이 동석과 요원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전투 자세! 군인들과의 충돌은 피하려 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겠어요. 팀을 두 개로 나눠서 대응합시다.]

팀장의 말에 동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팀장님은 전투에서 빠지세요. 어찌 보면 이번 일과 무관하신데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야! 자네 무관이라고 했나!]

허 팀장이 화를 버럭 내며 동석에게 따져 묻자, 동석은 그런 허 팀장을 끌어안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형님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아시잖아요. 부모·자식 간 인연 끊고 살아왔다는 거 저는 형님에게 아버지의 정을 느끼면서 자랐어요. 그런 분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발 부탁이니 의견 따라주세요.]

동석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진 허 팀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허 팀장이 급히 고개를 돌려 뺨을 따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소연 씨라고 했지요! 나하고 여기 여사님들과 함께 뒤쪽 출구로 대피합시다. 동석아! 무리하지 말아라 그리고 여러분 우리 아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 팀장의 말에 동석은 명치 위로 시작해 목젖 아래까지 올라오는 뜨거운 사랑을 느꼈다.

그 때문일까? 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병력이 은신처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은신처 안에선 요원들과 군인들 사이의 격렬한 교전이 시작됐다.

보통의 경우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진입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이었지만 밖을 지키고 있는 인권 단체의 반발로 최소한의 둔기류만 소지한 채 진입하였다.

[당신들은 허가받지 않은 영상을 무단 살포하여 대중의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더욱이 아직 검사 중인 상태로 탈출했으니 다시 복귀하시오.]

[저항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진입을 시도하던 군인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이야기했다.

이미 입구를 지키고 있던 요원들 몇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터라 그들의 말이 진실해 보이지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를 위한 군대인가? 검사라는 이유로 우리를 불법 감금하고 도청하고 그것도 모자라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하게 만든 건 그쪽이요 우리는 권리를 찾아야겠소]

동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질 급한 두 명의 군인이 동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먼저 행동한 군인이 동석의 머리를 겨냥해 곤봉을 휘둘렀지만 크게 빗나가면서 중심을 잃었고 그 틈을 파고든 동석이 옆구리에 잔뜩 성이 난 오른쪽 주먹을 꽂았다.

[헉!!!]

[이 자식이...]

뒤늦게 도착한 또 다른 군인이 그것을 보더니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곤봉을 휘둘러 동석의 왼쪽 어깨를 후려쳤다.

그러나 동석은 아픈 기색 없이 곤봉을 잡고 있던 그자의 팔을 거머쥐며 앞쪽으로 끌어당기더니 그자의 얼굴을 머리로 받아버렸다.

'컥' 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쏟아지는 코피에 겁이 난 병사가 코를 부여잡고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고하는데 누구든 우리를 건들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

동석이 소리치자, 뒤쪽에 있던 군인 중 누군가 수군거렸다.

[저 사람 HID 출신 인간병기 똥석이 아니야?]

[그러게... 그 꼴통 맞는 거 같은데!]

동석이 그 소리에 크게 화를 내며 목소리를 내질렀다.

[누가~ 똥석이레... 꼴통이라고 한 새끼 나와~]

동석이 포효하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그래봐야 혼잔데 지가 어쩌겠어!]

뒤쪽에 있던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나서자, 앞쪽에 있던 군인들이 길을 가르며 사내를 맞이했다.

[네가 똥석이냐!]

덩치가 소리치며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네가 죽고 싶구나!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것을 보니... 그래! 많이 떠들어라 다시는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해 줄 테니!]

덩치가 손에 들고 있던 곤봉을 바닥에 내던지며 동석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무게중심을 앞쪽에 두고 양 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러 봤지만 동석이가 조금 더 빨랐다.

한 발짝 거리를 유지하며 덩치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가며 빠르게 움직였다.

덩치가 거리를 좁히면 짧은 펀치로 덩치의 관자놀이를 공격하였고 빈틈이 보이면 여지없이 옆구리를 가격하였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관자놀이를 맞자, 정신이 혼미한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때 동석이 체중을 실어 녀석의 배를 걷어 찾지만 덩치가 자신을 걷어차고 돌아가려는 동석의 다리를 붙잡아 올리며 힘을 썼다.

[아자차~]

동석이 중심을 잃자, 덩치가 동석을 번쩍 들어 바닥으로 팽개쳤다.

[크헉!]

동석이 허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지만 덩치가 또다시 동석을 집어 들고는 또다시 바닥으로 팽개쳤다.

[아흑!]

동석이 꽤 고통스러운지 이리저리 대굴대굴 굴렀다.

그때 동석에게 코뼈가 부러져 나뒹굴던 군인이 재빨리 몸을 굴려 동석의 머리에 곤봉을 휘둘렀고 동석은 또 한 번 고통스러워했다.

[이 개자식아!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여전히 코피를 흘리며 욕지거리했지만 더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고통을 참고 일어선 동석이 몸을 날려 녀석의 주둥이를 걷어차자, 그 길로 실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덩치가 또다시 동석이를 잡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동석이 자신을 잡고 있던 녀석의 팔을 부러뜨리며 거세게 저항했다.

[악! 팔팔 팔]

덩치가 소리쳤지만 동석은 '어쩌라고'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양팔을 모두 부러뜨렸다.

그리곤 고통스러워하는 덩치의 뒤통수를 빠르게 걷어차 그를 기절시켰다.

그 모습에 경악한 군인들이 더는 다가서지 않았다.

[오지 마! 분명히 경고했다]

동석이 군인들을 향해 소리치고는 뒤쪽에 있는 요원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세요]

그러자 우식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도 참!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어차피 우리는 한배를 탔는데 나 살자고 도망가라니.]

[형님! 하하! 삼촌보다는 듣기 좋구먼!]

동석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들은 승리한 듯 보였지만 퇴로를 비롯해 남아있는 요원들 주변으로 삼삼오오 군인들이 집결했으며 어느새 아지트는 군인들로 가득 찼다.

[형님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일단 퇴로를 뚫고 뒷문으로 후퇴합시다.]

우식이 사방을 흘러보며 말했다.

[소용없어! 최대한 시간을 버는 수밖에 어차피 퇴로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잡힐 거야 이제부터는 소연 이에게 모든 걸 거는 수밖에 없어 그 녀석이 안전해야 할 텐데….]



----- 44화 이어집니다.-----



[하! 하! 하!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가요]

인권 단체 회원 중 권유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럴 시간 없어요. 군인들이 금방 들이닥칠 거예요.]

소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 조금만... 조금만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의 권유리가 양쪽 무릎 위에 양팔을 올려놓고 거친 호흡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아~ 미치겠네!]

소연이 한쪽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답답한지 하늘을 향해 크게 호흡했다.

[그래요.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가요 조금만 더 가면 내가 타고 온 자가용이 있을 거예요.]

호식이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얼마나 가야 하나요?]

권유리가 물었다.

[멀지 않아요. 저쪽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 밑에 도로가 있는데 그곳에 주차했어요, 조금 늦게 왔더니 위쪽은 주차 공간이 없더라고요.]

호식이 어머니가 크게 호흡한 뒤 이야기했다.

[그러면 바로 이동하시지요.]

권유리가 허리를 움켜잡으며 이동하기 위해 일어서자, 호식이 어머님이 '유리 씨! 괜찮겠어요?' 하며 물었다.

[예! 조금 참아볼게요. 저 정도 거리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리가 앞장서며 걸었고 일행이 뒤따라 걸었다.


1시간 후


[여기서 좌회전이요]

[오른쪽에 아치형 문 보이시지요. 거기가 우리 집이에요]

변경자가 말했다.

[따라들 오세요.]

변경자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쪽이에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바닥의 나무상자처럼 보이는 작은 입구였는데 마치 옛날 외국 영화에 나올법한 오래된 구조의 지하실이었다.

[들어오세요.]

변경자가 앞장서며 말했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상부의 지붕이 목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입구 쪽 상판을 지지하고 있는 Y자 보양의 대들보가 인상적이었다.

아담한 크기의 지하창고였는데 입구 오른쪽에 모아둔 농기구를 보아 정원을 관리하기 위한 창고로 사용된 듯 보였다.

[어때요? 이래서 봐도 여기에 컴퓨터도 연결되어 있어요. 비록 사양이 뛰어나진 않지만 쓸만할 거예요. 제가 정원관리 하다가 글감이 생각나면 뛰어 들어와 사용하던 곳이에요]

변경자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좋은데요 좋아요. 아담하고 인원도 많지 않은데 굳이 넓을 필요도 없잖아요. 더욱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시고 나면 아저씨 하고 저하고 둘만 남는데요. 뭐 하하하!]

소연이 사방을 둘러보다 변경자와 시선을 교환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하지요? 계획은 있나요?]

권유리가 묻자 소연이 답했다.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요... 어차피 IP는 노출될 것이고 그리되면 또 도망 다녀야 하잖아요.]

소연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먼저 이 동영상을 회원님들께서 복사하시고 그것을 다른 분에게 전달해 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언론에 알릴 때 동시에 여러 곳에서 보내는 거예요. 물론 각기 다른 언론에 보내야 하겠지요.]

[왜? 왜 그래야 하는데?] 허 팀장이 물었다.

[생각해 보세요. 한 곳에서 보내면 추적당하기 쉽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면 어느 곳이 진짜인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처음엔 100명이 1시간 후엔 200명이 또 한 시간 후엔 400명이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추적하기 힘들 걸요]

소연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때요?]

[좋은데요! 소연 씨 똑똑하다~ 역시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우리랑은 다르네!]

호식 어머님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 소연 씨 말대로 해 봐요. 먼저 다른 나라의 인권위에 작전을 통보하고 그들이 연대한다면 효과가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각국의 모든 IP를 모두 검사할 수 없잖아요. 하하하]

그리고 또다시 3시간이 흘렀고 소연이 말한 처음의 100명이 각국에서 선발되어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7시가 되자 100명이 동시에 언론사에 동영상을 전송하였고 또다시 한 시간이 흘러 8시엔 각국에서 지원자들을 상대로 200명이 동시에 동영상을 배포하였다.

12시가 되자 3,200명까지 회원이 늘어났으며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B11의 인체실험을 규탄하기 위한 시위가 시작되었다.

라이언의 군대가 이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군중을 대상으로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라이언의 잔인한 행동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국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여 라이언의 범죄를 조사하고 심판하기로 결정되자 눈치 빠른 라이언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이미 세계인이 등을 돌린 터라 어딜 가도 그의 도주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검거인지 자진 출두인지 어정쩡한 검거가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서 앞 대로변에서 경찰서로 방향으로 걸어오다 순찰 중인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기 때문이었다.

라이언의 체포 소식은 삽시간에 주변 국가로 번져 자국 언론이 정식 발표를 하기 도전에 이미 세계 곳곳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라이언은 국제형사재판소(ICJ)에서 재판받게 되었고, 그의 잔인한 행위는 오랫동안 세계사에 남게 되었다.

그의 형이 집행되던 날 소연과 우식이는 공원을 걷고 있었으며, 동석은 헬스장을 빠져나와 소연과 우식이를 만나기 위해 자가용을 몰았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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