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기 고양이)
이 이야기는 시간을 허투루 사용해 2시간이 달아나 남들과 달리 22시간을 살아가는 9살 선우가 잃어버린 2시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선우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여정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1화 (아기 고양이)
"선우야, 그만 자고 일어나. 학교 가야지."
"아앙, 졸려. 10분만 더 자고 일어날게요."
"안 돼, 벌써 8시가 다 되어가는걸."
"뭐! 8시라고!"
나는 너무 놀라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지만, 늦게 일어난 탓에 엄마가 차려놓으신 아침밥을 음미할 틈도 없이 서너 젓가락 먹다 말고 학교에 가야 했다.
"왜 이리 졸릴까? 잠이 부족한가? 너무 피곤해!"
"분명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나는 9살이다. 올봄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나의 하루가 다른 아이들보다 2시간 짧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하루는 24시간인 것이 당연한데, 나의 하루는 22시간뿐이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고, 나조차 왜 그런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조차 2시간이 짧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 '째깍이'를 만난 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째깍이'를 만나기 전 나의 모습은 늘 피곤한 아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졸리고,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난 잠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고, 왜 이렇게 피곤한지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딩동댕!"
"자, 오늘부터 방학이니 친구들 좋은 경험 많이 하고 너무 놀지는 말아요! 그리고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예~"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나는 방학을 하였고 친구들과 헤어져 돌아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구름이 낮게 내려왔다.
비가 오려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 밤 어머니가 비가 온다고 귀띔해 주시며 우산까지 챙겨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예상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어머니께서 전날 미리 준비해 주신 우산이 있어 조급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반 아이들 중에는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거나 비를 맞으며 뛰는 친구들도 보였다.
호기롭게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하던 내가 길가 벤치 옆을 지날 때였다.
비 소리를 뚫고 고양이 소리가 들려 이리저리 찾던 중, 벤치 아래 비에 흠뻑 젖어 떨고 있는 점박이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오른쪽 눈 주위에 검은 털이 마치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가면 같아 보였다.
"야옹"
"어라! 아기 고양이가 있네."
길고양이가 비에 흠뻑 젖어 쓸쓸히 앉아 있었다.
나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우산 아래로 아기 고양이를 불러들였다.
"괜찮아, 이리 와. 이제 비 안 맞아도 돼."
고양이는 흠칫 놀라 주춤했지만 달아나지는 않았다.
녀석이 잠시 나의 눈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기 고양이를 만져 보았다.
비에 젖어 축축한 털 때문에 생각처럼 부드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녀석을 안으려고 들었을 때는 갈비뼈가 만져져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맑은 눈은 너무나도 예뻤다.
처음부터 아기 고양이를 만질 수는 없었다. 내가 손을 뻗자 처음에는 내 손을 요리조리 피했지만, 어느새 폴짝 뛰어 내 손을 다시 잡아끌며 장난치더니 그제야 마음이 열렸는지 몸을 허락해 주었다.
"어라, 내가 무섭지 않은가 보네. 하하하, 그래,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
나는 왼손으로 녀석을 품에 안고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어 집으로 왔다.
아파트에 도착한 내가 우산을 접기 위해 들고 있던 우산을 아래로 내릴 때, 우산과 함께 고양이도 함께 팔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경비실 쪽으로 뛰어가 몸을 숨겼고,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야옹아! 어디 있니?"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나를 보던 경비원 아저씨께서 궁금하셨는지 내게 물으셨다.
"꼬마야, 뭘 찾니?"
"아기 고양이를 찾고 있어요."
"고양이?"
"네, 아저씨 계신 곳으로 갔는데 안 보여요."
"기르는 고양이니? 이름이 뭐니?"
"길고양이예요. 길에서 만났는데 사라졌어요."
"그래? 그러면 아저씨가 찾아볼 테니 너는 어서 들어가거라. 찾으면 꼭! 연락할게."
"감사합니다. 1004호로 연락 주세요."
하지만 그날 밤늦게까지 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눈이 감기지 않았다.
낮에 본 고양이 생각 때문이 아니라, 잠자려고 누웠지만 게임 생각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판만 더 하고 자야지, 어차피 방학인데 뭐 어때!"
그때, 방문 앞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내가 귀를 쫑긋 세우고 문 쪽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문 뒤에서 조용하고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 선우..."
나는 깜짝 놀라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무서워하지 마, 나야. 야옹이. 우리 낮에 만났잖아!"
그 소리에 더욱 놀란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
내 목소리에 놀란 부모님이 방으로 달려와 나를 안아주었고, 그렇게 그날의 악몽 같은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내가 자려고만 하면 누군가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 통에 부족한 잠을 더욱 설치고 말았다.
"아아아~ 피곤해. 오늘도 나타나면 어떡하지?"
"그러지 말고, 누구냐고 물어보지 그래. 혹시나 부모님이 장난치는 건지?"
학교 친구 우식이에게 그간의 일을 이야기하자, 아무렇지 않은 듯 우식이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 그래볼까?"
우식이의 말에 용기를 내어보기로 하고, 또다시 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