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도둑

4화 ( 노숙자 씨와 다람쥐)

by 서기선

4화 (노숙자 씨와 다람쥐)


"아, 네가 선우구나! 아까는 미안했다."

"아뇨,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고?! 그거라면 시계탑으로 가야 할 건데..."

"시계탑이요?"

"그래, 그곳에서 시간의 요정을 만나 부탁해 봐야 해. 시간의 요정이라면 네가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줄 수 있을 거야."

아저씨가 앞발로 길게 뻗은 콧수염을 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마을을 빠져나와 시계탑으로 향할 때였다.

길가에 하얀 배를 드러내며 자고 있는 다람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앗! 다람쥐다. 째깍이가 달려들겠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째깍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옆을 스쳐 지나쳤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내가 물었다.

"째깍아, 조금 전 다람쥐 못 봤니?"

"봤어. 그런데 왜?"

"대부분 고양이가 쥐를 보면 쫓지 않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아마 그럴 거야. 보통은 그런데, 저 녀석은 제외야."

"뭐? 왜? 저 녀석은 제외야?"

예상치 못한 째깍이의 반응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 늙은 다람쥐, 매력 없어. 무엇보다 삶을 포기했거든. 그런 녀석은 매력 없어."

다람쥐를 잠시 바라보던 째깍이가 다시 고개를 돌려 무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야? 난 가끔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 아까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러네..."

그러자 째깍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건 네가 어려서 그래."

예상치 못한 녀석의 말에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뭐! 나더러 어리다고! 하하하! 누가 봐도 너는 새끼 고양이인데, 껄껄껄!"

내가 소리 내어 웃자, 째깍이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모르는 소리! 너는 아직도 외모로 판단하는구나. 우리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야. 그리고 나는 꽉 채운 1살이야. 고양이 나이 1살이면 인간의 나이로는 15살이라고. 선우 네가 9살이니까 나보다 6살 어린 거야."

째깍이가 으쓱거리며 말했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1살이 15살이라는 거야? 그 계산대로라면 평균 수명이 225살이어야 말이 되는데."

나는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이해해! 하지만 우리 고양이는 2살까지 빠르게 성장해서, 고양이 나이 2살이면 인간 나이로 24살이 돼. 다음부터는 인간 나이 기준으로 1년에 4살씩 먹는단다."

나는 째깍이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녀석의 모습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그렇다 치자. 그런데 '삶을 포기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 다람쥐에게 했던 말 말이야."

내가 묻자, 녀석이 가던 길을 재촉하며 말했다.

"응, 그건 희망 없이 사는 동물을 말하는 거야. 인간 중에도 있잖아."

"그래? 난 아직 모르겠어. 인간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째깍이가 말했다.

"얼마 전에도 봤는걸,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면서 하루하루 의미 없이 보내는 사람 말이야... 선우, 너희 학교 가기 전에 지하도에서도 봤어."

째깍이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

"혹시 노숙자 아저씨 말이니?" 하며 내가 물었다.

"지하도에서 술에 취해 자는 사람의 이름이 노숙자야? 난 그런 건 모르지만, 네가 말한 사람과 내가 말하는 사람이 같다면, '노숙자 씨' 맞아!"

"하하하, 노숙자는 이름이 아니야."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째깍이는 웃지 않았다.

"됐어, 난 그런 사람 이름 따위는 궁금하지 않아. 그 사람이 노숙자 씨건 아니건 말이야. 결론은 같잖아! 저 다람쥐나 그 사람이나 둘 다 매력 없어."

나는 째깍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후로 몇 번 더 다람쥐에 관해 물었지만, 째깍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어. 그래서 그런 동물을 보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라며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전 03화시간의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