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도둑

5화 (시계탑의 수수께끼)

by 서기선

5화 (시계탑의 수수께끼)


우리는 처음 지나왔던 시간의 숲을 다시 방문했지만,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물론, 조금이라도 빨리 시계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시간의 숲을 빠져나온 나와 째깍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이 솟은 거대한 시계탑을 발견했다.

"저기야."

째깍이가 서둘러 그곳으로 달렸고, 나도 녀석을 따라 달렸다.

시계탑에 가까이 갈수록 거대한 ‘척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시간이 지나갈 때 나는 소리야."

녀석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뭘 찾아?"

"입구 말이야. 예전에 아빠 따라서 한 번 와본 적이 있는데, 혼자는 처음이거든. 앗! 물론 너를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야. 아빠 없이 혼자라는 말이야. 오해하지 마!"

사실, 째깍이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는 녀석의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를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잠깐이었지 오래가진 않았다.

"찾았다. 이쪽이야, 확실해!."

녀석을 따라 돌계단 몇 개를 폴짝 뛰어올랐다.

처음엔 째깍이처럼 폴짝 뛰어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나도 째깍이처럼 폴짝거리며 뛸 수 있게 되었다.

시계탑의 ‘척척’ 거리는 소리가 마치 심장박동처럼 느껴졌다.

"여기는 또 어디야?" 나는 입을 벌리며 말했다.

"여기가 입구야. 이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해. 이 시계탑의 정상에는 요정님이 있다고 했어. 너도 아빠가 하는 말 들었잖아."

째깍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둘은 그렇게 시계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복잡한 기계 장치와 무수히 많은 시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앙에는 큰 문이 하나 있었고, 그 문 앞에는 세 개의 시계 판이 있었다.

왼쪽에는 '과거', 중간에는 '현재', 그리고 마지막 오른쪽엔 '미래'라고 적혀 있었다.

"세 시계의 시간을 맞춰야 문이 열린다고 했어. 하지만 나도 듣기만 했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은 없어."

째깍이가 뒤돌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몇 시로 맞춰야 하는 건데?"

"미안, 나도 그것까지는 몰라. 생각나는 시간 없어?"

째깍이가 대답했지만, 도무지 생각나는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나는 일단 과거의 시곗바늘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끼리릭'하고 시곗바늘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현재와 미래의 시곗바늘이 함께 움직였다.

"뭐지?" 나는 바늘을 돌리다 말고 놀라 손을 뗐다.

그때 현재를 가리키는 시곗바늘 앞에 작은 영상이 나타났는데,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이었다.

화면 속의 내 모습은 새벽녘까지 핸드폰 게임을 하는 모습이었다.

새벽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창문 뒷모습이 어둑해 있었고 무엇보다 벽에 걸려있던 시계가 01:13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 이건 내가 학교 들어가기 전 모습인데..."

내가 그런 말을 할 때, 문득 과거의 시간을 돌려 현재를 맞추라는 째깍이 아버지의 말씀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다시 과거의 시곗바늘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현재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었다.

그때 문득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져 돌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시선을 그곳으로 천천히 돌려보았다.

하지만 미래의 모습은 어찌 된 영문인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왜 미래의 모습은 없는 거야?"

내가 투덜거리자, 째깍이가 물었다.

"뭐가? 무슨 말이야?"

"이 시곗바늘 말이야. 내가 과거의 바늘을 돌리면 현재의 모습이 여기 화면 좀 봐. 이렇게 바뀌거든. 그래서 미래는 어떤가 하고 보려는데, 미래는 이런 영상이 없네..."

그때 째깍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영상? 무슨 영상?"

"여기 이 영상 말이야."

내가 손가락질하며 현재... 아니, 지금은 과거의 영상을 가리켰지만, 째깍이는 영상을 보지 못했다.

"거기에 영상이 보인다고? 난 안 보이는데..."

"앗, 그럼, 뭐야? 내 눈에만 보이는 거야?"

내가 그런 말을 할 때, 째깍이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시무룩해 있었고,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에 몹시 미안함을 느꼈다.

나는 손으로는... 아니 앞발로 과거의 바늘을 돌리며 눈으로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서 시곗바늘을 천천히 돌려보았다.

그때 지금의 내 모습이 화면으로 보였다.

그러자 잠시 후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잘했어" 째깍이가 칭찬했지만, 여전히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심드렁했다.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은데?"

"별일 아니야 미래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그래"

내가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자 째깍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지금 날 놀리는 거야? 난 그런 화면 보지도 못했거든.... 그리고 미래는 현재의 내가 만드는 것인데 그런 것이 뭐가 궁금해! 네가 어떤 모습을 상상하던 현재의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까 그 다람쥐처럼 말이야."

나는 녀석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한 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다시 찾고 싶다며 서둘러"

계단을 오르던 째깍이가 재촉하며 말했다.

째깍이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서 녀석이 했던 '미래는 현재의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그러자 지난날 게임을 하며 지냈던 시간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목표가 생겼지만 내가 잘해 낼 수 있을지 고민도 함께 들었다.

어느새 탑의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지만 시간 요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없잖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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