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시간 요정의 정체)
시계탑 상부는 마냥 넓은 옥상 같았다.
하지만 그곳엔 요정은 고사하고 자그마한 구조물조차 없는 그저 깨끗하기만 한 넓은 공터였다.
"뭐지? 아빠가 분명히 있다고 했는데..."
째깍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작 실망한 건 째깍이보다 내 쪽이 더 컸지만 나는 애써 표정을 감춰야만 했다.
내가 만약 운다던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이곳에 확실히 있다고 호언장담한 째깍이가 미안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어쩌면 모험을 통해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때 또 한 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째깍이의 말(마음의 눈으로 보라던)이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시간 요정이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째깍이가 나를 툭 건들며 물었다.
"선우야! 뭐 해?"
"네가 그랬잖아.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해서 상상하고 있어"
그때였다. 지난번에 째깍이 마을을 볼 때처럼 감은 눈 뒤로 밝은 빛이 보이더니 푸른색 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푸른색 점이 점점 옅어지면서 탑 주변이 삽시간에 푸른 숲으로 변하더니 커다란 귀를 가진 시간요정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인다."
내가 너무 기뻐 큰 소리로 소리치자, 째깍이도 요정님도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요정님과 눈이 마주친 나는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요정님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건 그곳엔 요정님을 포함해 우리 세 명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우라고 합니다. 시간 요정님 맞으시죠?"
내가 묻자, 요정님이 놀란 눈으로 본인의 뒤쪽을 힐끗 쳐다보다 다시 시선을 내게 가져오시며 물었다.
"설마 나 말이니?"
"예 맞아요!"
"너 지금 날 본 거니?" 요정님의 눈이 이전보다 훨씬 커지며 말씀하셨다.
"예! 그런데 왜? 그리 놀라시지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요정님이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뒤로 젖히자, 이끼로 장식한 금색 머리띠가 흔들렸다.
그러자 요정님이 양손으로 머리띠를 감싸며 물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더군다나 넌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간인데... 왜? 인간이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말하자면 길어요."
나와 요정님이 대화하고 있는 동안 째깍이가 물었다.
"요정님을 만났니? 어떻게 만났어? 어디 계셔?"
나는 째깍이의 말에 '넌 여전히 눈으로만 보는구나?' 하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째깍 이가 입을 삐죽이 내밀며 눈을 감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어! 이제 나도 보인다. 하하하! 요정님 안녕하세요. 저는 째깍이에 요"
"그래 안녕! 고양이라면 그럴 수 있는데 인간이 나를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참 놀랍구나"
요정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요정님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내가 도둑맞은 시간을 찾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우선 너의 시간을 가져간 건 내가 아니라 크로노스 키퍼 (Chronoskeeper)라는 고약한 노인이란다."
"크로노스 키퍼? 그분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나요?"
내가 요정님 앞으로 다가서며 묻자, 요정님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씀하셨다.
"그러길래 시간을 잘 간수하지! 그랬니 그 노인네가 성질은 고약해도 이유 없이 시간을 가져가진 않을 텐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가는 길에 잘 생각해 보렴"
요정님이 짧은 조언과 함께 크로노스 키퍼 할아버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다.
"시간의 강 끝자락으로 가면 그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시간의 강은 탑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가면 나온단다 그자를 만나 너의 구슬을 가지고 오렴"
우리는 요정님과 짧게 인사하고 다시 탑 아래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선우야! 이쪽이야 여기 물줄기가 보여" 앞서 달리던 째깍이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저 배를 타야 하나?"
째깍이 뒤로 보이는 배를 가리키며, 말하자 째깍이가 다시 뒤 돌아 배를 확인하곤 시선을 돌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가 봐" 째깍이가 배 위로 폴짝 뛰어올랐고 나도 따라 폴짝 뛰어올랐다.
"이제 제법 고양이 같은 걸 하하하"
내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던 째깍이가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