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도둑(7화)

7화 (개으른 영혼)

by 서기선

7화 (개으른 영혼)


강 초입까지 흘러들어온 우리는 머리 위로 흐르는 작은 흐느낌을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째깍이가 물었지만, 그도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게 으스스한데...."

몸을 째깍이 쪽으로 바짝 붙이며 말했다.

"저건 뭐지? 무슨 성 같은데..." 째깍이가 말했다.

성의 모습처럼 보이는 일렁이는 건물이 강물 위로 비쳤지만, 실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강바닥에 있는 건가?"

째깍이가 잔뜩 선 털을 혀로 핥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때 성 주변을 맴돌며 희미하게 빛나는 영혼들이 멀리 물속에서 보였다.

처음엔 아주 먼 거리였는데 어느새 강 위로 떠오라 허공을 날아다니며 울부짖다 다시 성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에 나와 째깍이가 화들짝 놀라 배 뒤쪽으로 달렸고 그 때문에 배가 크게 흔들려 밖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떨어지진 않았다.

"조심해" 내가 째깍이를 보며 소리치자, 째깍이 역시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고마워! 너도 조심해 허둥대면 떨어져, 그러니 되도록 움직이지 마!"

"흐흐흐~"

성 주변에 희미하게 빛나는 수많은 영혼이 떠다니며 슬픔에 젖은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야?"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예전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 있는데 어쩌면 그것들 일지 모르겠네"

째깍이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하였다.

"예전에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시간의 강에는 시간을 너무나도 헛되이 써버린 영혼들이 후회와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셨어! 저들이 그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선생님의 말씀처럼 개으른 영혼들이 아닐까?"

"개으른 영혼?"

"그래 맞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째깍이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또다시 강에서 영혼 하나가 뛰어 올라와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뱅뱅 맴돌다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대들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날 좀 도와주겠나?"

검은 영혼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묻자, 째깍이가 말했다.

"당신이 개으른 영혼인가요?"

"개으른 영혼? 그것이 그대들이 부르는 나의 이름인가?"

째깍이의 말에 영혼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렇군.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나는 아세디우스라고 하네 저들의 왕이었지, 하지만! 나의 개으른 성품 때문에 국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졌지,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탐욕에만 빠져 살았다네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말이야....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그가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내가 도중에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래서 뭘 도와달라는 말인가요?"

내가 단호한 표정으로 따지듯 그에게 묻자, 곁에 있던 째깍이가 흠칫 놀라 나를 '툭' 쳤지만, 아무런 말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나의 백성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저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네 저들에겐 죄가 없어 모두 나의 게으름과 탐욕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지. 그러니 자네들이 도와준다면 난 내 백성들의 영혼에 자유를 주고 싶네! 도와주겠나?"

그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양심은 있는 영혼이군요. 그러게 왜 그렇게 자기 삶을 허비하며 살았어요. 난 당신 같은 영혼 너무 싫어!"

째깍이가 버럭 화를 내며 그를 꾸짖었다.

째깍이가 아세디우스에게 화를 냈지만, 나는 지난날의 내 모습이 마음에 걸려 마치 네게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는지 그자를 돕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내가 묻자, 째깍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모르는척했다.

개으른 영혼이 호수의 중앙에 있는 작은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는 과거의 시간을 정화할 수 있는 고대의 수정이 있네. 그 수정을 인간의 영혼으로 감싸주면 된다네 자네는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니 자네만이 할 수 있네. 도와주게...."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일렁이는 그자의 눈을 바라보던 난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나는 짧게 이야기하고 그가 알려준 작은 섬으로 향했다.

"선우야! 왜 그자의 부탁을 들어준 거야?"

섬을 향해 노 젓던 째깍이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미안해! 상의하지 않아서.... 나도 몹시 개을렀거든 어쩌면 내가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내 시간을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그래서 그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어."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하자 째깍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어 보였다.

"저기 수정이 보인다."

째깍이가 손을 올려 수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섬이라기보다 부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섬이었고 그곳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뾰족이 솟은 수정이 보였다.

우리는 서둘러 배를 대고 섬으로 올라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빠르게 달려 수정 앞에 섰다.

멀리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상부까지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면 쉽게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수정이 있었다.

하지만 계단은 둘이 오르기엔 좁아서 앞서 오르던 째깍이가 몇 계단 오르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 내게 손짓하며 말했다.

"어차피 인간이 만져야 한다니까 네가 올라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째깍이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까닥거리곤 재빨리 단번에 계단 상부까지 뛰어올랐다.

내가 수정에 손을 대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수정에서 강한 빛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수정의 빛이 사방으로 날아가 성 주위를 날아다니는 울부짖는 영혼에 다다르자 검은 영혼이 서서히 밝은 빛으로 변하며 호수 위로 올라 사라졌다.

그 때문에 수면이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빛이 났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세디우스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가 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던 그때 마지막 남은 수정의 빛이 그의 오른쪽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의 영혼도 자네들 덕에 자유로워졌구나! 고맙네. 이것을 받게"

아세디우스가 감사의 표시로 편지 한 장과 손바닥만 한 크기의 푸른 수정 같은 것을 건네주었다.

"이것이 뭔가요?" 하며 내가 물었지만, 그는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크로노스키퍼에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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