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도둑

마지막 회 (째깍아! 안녕 그리고 에필로그)

by 서기선

11화 (째깍아! 안녕 그리고 에필로그)


"그런데 이걸 왜? 저에게 주시나요?"

"글쎄! 나도 왜? 너에게 주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를 처음으로 본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니면 여행을 잘하고 온 기특함에 대한 보답? 뭐 그렇게 생각하렴 싫으면 돌려줘 받든 말든 그건 너의 선택이니까!"

요정님이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사용하나요?" 내가 몸을 획 돌려 등을 보이며 물었다.

"간단해 시틈줄을 잡아당기면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영상으로 보일 거야 그 지점에서 잡았던 줄을 놓으면 그곳으로 대려다 줄 거야 비록 3초이지만 호호호"

3초면 너무 짧다. 나와 째깍이가 입을 삐죽 거리며 말했다.

"싫으면 그만둬" 요정님이 손을 내밀어 시틈줄을 달라는듯한 손짓을 보냈지만 난 돌려주지 않았다.

"혹시 미래로 갈 수도 있나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요정님도 웃으며 말씀하셨다.

"물론이지! 시틈줄을 잡아당기고 과거의 시간에서 3초가 지나기 전 잡고 있던 반대편 고무줄을 놔 버리면 너의 미례로 이동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단번에 어른이 될 수도 있단다. 왜? 어른이 되고 싶니? 어떻게 사용하던 그건 내 몫이니 알아서 사용하렴. 참! 그건 3번만 사용 가능하니 신중하게 써야 한다."

하지만 막상 시틈줄을 받긴 했지만 딱히 어디에 사용해야 좋을지 몰라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안갯속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음성들이 생각났다.

시틈줄 .png

"저~ 쓸게"

나는 망설임 없이 시틈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내 앞쪽에 영상이 떠올랐지만 요정님이나 째깍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영상은 잡아당긴 길이에 따라 빠르게 바뀌었는데 짧게 당길수록 최근의 모습이었고 길어질수록 오래전 내 모습이었다.

"그래 어디로 돌아가보고 싶니? 말했듯 고작 3초란다. 물론 네가 미례를 선택한다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호호호!"

요정님의 웃음이 그칠 때쯤 나는 시틈줄을 잡아당겨 우리가 여행했던 안갯속 영상에 멈춰 세운 후 고무줄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랬더니 과거의 시간을 빠르게 날아 단숨에 안갯속을 떠다니던 우리의 모습에 다다랐다.

나는 준비한 메시지를 과거의 나에게 남겼다.

"두려워하지 마! 이것들은 모두 허상이야.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러니 힘내."

메시지를 전달하자 이번엔 반대 시간으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 되돌아왔다.

되돌아온 나에게 요정님이 빙굿 웃으시며 이제 너의 기억 속에 조금 전 그 메시지가 남을 거야 라고 하셨다.

요정님의 말이 끝나자 기억 속에 내가남긴 메시지가 남아서일까 안갯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들었던 새로운 기억이 떠올랐다.

"어? 뭐지? 이 기억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요정님이 말씀하셨다.

"우리의 일상은 반복된단다. 지금은 현제의 너이지만 과거의 네 모습도 같은 공간에 존재해. 다만 현제의 시선으로 과거나 미례의 모습을 볼 수 없을 뿐이지."

"감사합니다. 이거면 충분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래요"




시간 요정님의 도움으로 나의 시간은 다시 24시간이 되었다.

막상 잊어버리고 나니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마치 새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하루가 매일 시작되었다.

사실은 매일 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은 색달랐다.

어쩌면 되찾은 시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찾은 시간도 중요했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런 마음을 선물해 준 째깍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전보다 가벼워진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잠들기 전 집안을 둘러보며 오랜만에 느끼는 집안의 따스한 공기와 포근함을 느꼈다.

오랜 여정이었지만 피곤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학교에 가기 전에 모처럼 일찍 일어났다.

방학이었지만, 여전히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친구들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침햇살이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매일 마주하는 아침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앞으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사실 시간을 되찾기 전 이미 다짐했던 것이었는데 다시 한번 확인했었던 것이었다.

평소처럼 엄마의 아침은 분주했다.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하는 손길이 유난히 그래 보였다.

그런 엄마를 위해 오늘부터 내가 할 일은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선우야! 우리 아들 웬일이야~ 벌써 일어났어?"

엄마가 일찍 일어나 세면장으로 향하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엄마 오늘부터 일찍 일어나 내가 할 일은 내가 할게요."

어른스러운 말을 하고 싶었지만 생각나지 않아 그냥 그렇게 말 한 뒤 서둘러 욕실로 달아났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달라진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어찌 된 영문이냐며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난 째깍이와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째깍이를 처음 만났던 학교 앞 벤치에 도착했을 때 녀석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벤치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에 있던 째깍이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뭘 찾아? 혹시 나 찾아?"

째깍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뭐야! 왜? 울어?"

"어쩌면 널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어."

내가 오른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그렇다고 그렇게 울면 어떻게 해!"

"뭐? 틀린 말이 아니라니 무슨 말이야?"

내가 째깍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너하고 여행하면서 느낀 건데 어쩌면 너처럼 시간을 잊어버린 인간이 어딘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 그래서 이제부터 그런 사람들을 찾아 너에게 했던 것처럼 도우며 살려고 해"

예상치 못한 째깍이의 말에 당황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거 받아" 나는 주머니에서 시틈줄을 꺼내 째깍이게 주었다.

"어라! 이건 시틈줄 이잖아! 이걸 왜?" 째깍이가 뒷말을 흐리며 물었다.

"아직 2번 남았어 너 또다시 시간여행 할 거라며 그래서 주는 거야 나보다 네가 더 필요할 테니 말이야"

"고마워 선우야! 그런데 이제 나 좀 내려줄래? 다른 고양이들이 보면 비웃는단 말이야...."

"앗! 미안해! 째깍아, 고마워, 네 덕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어."

내가 웃으며 이야기하자 째깍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너는 스스로 그 시간을 찾은 거야. 나는 그저 도와준 거지."

녀석의 어른스러운 말투에 또 한 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도, 네가 없었다면 못 했을 거야. 정말로 고마워."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내가 먼저 "안녕"하며 째깍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째깍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여느 고양이들처럼 행동하다 뒤돌아 걸었다.

나는 째깍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END)


작가의 말


우리는 시간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태어날 때부터 모두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선물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 모습이 바뀐답니다.

선우가 다시 찾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선우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제 믿음이 맞는다면 선우는 틀림없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보세요.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에는 빛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우리는 눈 깜짝할 시간 혹은 '찰나'라고 부릅니다.

찰나의 시간조차 헛되이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끝까지 힘이 되어준 구독자님 감사합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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