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도둑

10화 (크로노스키퍼와 시간의 구슬)

by 서기선

10화 (크로노스키퍼와 시간의 구슬)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하던지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자의 기세에 눌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내가 말했다.

"혹시 크로노스키퍼님 아니신가요?"

"뭐야! 고얀 놈 어디서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느냐! 그래 내가 크로노스키퍼다. 그러는 고양이 인간 너는 누구냐?"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인간이고 선우라고 합니다. 지금은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인간이에요"

호통치듯 커다란 목소리에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던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기를 서너 번 반복했다.

그러자 쿵쾅거리는 심장이 조금은 안정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그 틈에 서둘러 인사했었다.

다행히 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키퍼 할아버지가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해 주셨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2시간을 도둑맞았어요.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걸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심장 떨림이 잦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떨렸고 무서워서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럼 내가 도둑이란 말이냐?"

할아버지가 또다시 고함을 지르셨지만 처음 들었을 때보다 심장 떨림은 적었다.

"나는 드린 적 없고 내 것이 할아버지에게 있다면 당연히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하잖아요."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평소의 심장으로 뛰고 있었다.

"아주 당돌한 놈이구나! 너의 시간이 내게로 온 것일 뿐 나는 너의 시간을 훔쳐 가지 않았다."

"뭐라고요? 저의 시간이 할아버지에게 스스로 갔다고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래 이 녀석아, 네놈이 지키지 못한 시간을 어째서 훔쳐 갔다고 하느냐?"

"말도 안돼 왜? 내게서 달아났단 말이지?" 혼잣말로 속삭였지만, 할아버지께서 알아듣고 그 물음에 답하셨다.

"이곳으로 오면서 너는 이미 그 해답을 찾았을 텐데.... 굳이 확인받고 싶은 것이냐?"

할아버지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야단치듯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충분히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를 떠난 시간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담담히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동안 째깍이는 말없이 할아버지와 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내가 용서를 구하고 싶다던 말을 할 때 나를 대신해 기회를 달라며 함께 머리 숙여 사과했다.

"키퍼 할아버지 제가 선우와 함께하는 동안 이미 선우가 얼마나 많이 변했고 또 많이 반성하고 있는지 잘 보았습니다. 그러니 선우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째깍이가 납작 엎드리며 키퍼 할아버지에게 부탁하였다.

"하하하! 아주 좋은 모습이구나 서로를 아끼는 모습 참 보기 좋아! 좋다 기회를 주지 그러려면 몇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너희들이 구해줘야겠다."

긴 수염을 어루만지며 키퍼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요?" 내가 물었다.

"아세디우스의 푸른 수정과 시간의 파편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이라면 이미 가지고 있는걸요"

째깍이가 가슴속에 품고 있던 아세디우스의 푸른 수정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시간의 파편도 있어요, 하지만 따뜻한 마음은...." 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라면 이미 나에게 주었으니 됐다. 너의 고양이 친구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면 충분하단다."

푸른 수정과 시간의 조각을 건네받은 크로노스키퍼 할아버지가 잠시 주문을 외우자 커다란 비눗방울 안쪽에서 여러 갈래의 번개가 수정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푸른 수정이 열쇠로 변했고 할아버지가 다시 시간의 조각으로 열쇠 끝에 달린 손잡이를 만들어 주셨다.

그것을 가지고 강물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작은 상자를 가지고 나오시며 말씀하셨다.

"이제야 다 됐구나"

할아버지가 만든 열쇠로 장사의 문을 열자, 주먹만 한 초록색의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의 구슬.png

"여기 있다 너의 시간 이제 이것을 시간의 요정에게 가져가거라"

어느새 키퍼 할아버지가 정겹게 느껴졌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는 키퍼 할아버지에게 건네받은 구슬을 가지고 또다시 시간의 요정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노를 저었다.

그러나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다."

키퍼 할아버지가 가르친 쪽은 그동안 멈춰있던 강물의 끝자락이었다.

"예? 그쪽은...." 내가 의문을 제기하는 동안 멈춰있던 강물이 다시 흐리기 시작했다.

"어라!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나와 째깍이는 다시 한번 키퍼 할아버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방향으로 흘러 내려갔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가 할아버지와 헤어진 지 불과 2분 남짓 만에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왔다.

물론 이곳으로 오면서 나의 시간에게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서둘러 시간의 요정님이 계시는 탑의 상부까지 한걸음에 뛰어 올라갔다.

물론 과거의 시곗바늘을 돌려야 했지만 한번 경험해 본 것이라 망설임 없이 단번에 했다.

상부에 도착한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요정님이 계시는 곳을 빠르게 찾아냈고 요정님을 만나 시간의 구슬을 건네주며 말했다.

"요정님 이제 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나요?"

"그래 고생했다. 이제 너의 시간을 되돌려주마! 하지만 기억해라, 시간은 한 번 흐른 후에는 다시 되돌릴 수 없어. 네가 배운 교훈을 잊지 말고, 앞으로 너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요정님의 말씀에 나는 목이 매여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속엔 벅차오르는 감정과 안도의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아쉬움까지 함께 느껴졌다.

요정님이 시간의 구슬을 하늘 높이 올려 보이며 ‘템포라레 버소’라며 중얼거리셨다.

그러자 구슬에서 빛이 흘러나와 나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어떤 느낌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프거나 따뜻하거나 하는 별다른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빛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 갑자기, 활기를 느꼈다.

정확히 말하면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늘 피곤했던 몸이 가벼워졌으며, 눈앞의 세상이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보였다.

어쩌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2시간을 되찾아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나의 이런 변화를 눈에 담고 있던 째깍이가 말했다.

"어때? 뭔가 느껴져?"

"응 피곤하지도 않고 힘이 생겨난 것 같아. 눈도 좋아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좋아! 하하하!"

너무 기뻐 째깍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째깍아 너 아니었으면...."

"아니야! 나도 선우 너를 알게 돼서 너무 기뻐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하게 선행을 베풀어 준 사람 친구 선우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째깍이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 다시 너의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그건 내가 도와줄 게 따라와"

우리가 기뻐할 때 요정님께서 내 뒤쪽에서 말씀하셨다.

"한 가지 선물이 더 있단다."

"선물 이라고요!" 나와 째깍이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래 받으렴 이건 시틈줄 이란다."

요정님이 내게 작은 고무줄처럼 생긴 빛나는 줄을 건네주며 말씀하셨다.

"시틈줄? 이건 어디에 사용하나요?" 내가 요정님을 바라보며 물었고 요정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시틈줄은 시간의 틈을 다니는 고무줄이라는 말 이란다. 말 그대로 시간의 틈을 찾아갈 때 사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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