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신경미

2화: 소리를 만지는 사람

by 서기선

소리를 만지는 사람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쓴다라는 표현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쓰고 있었다.

다만 종이 위에 글을 쓰지 않았을 뿐 나름대로 열심히 좌판을 이용해 글을 썼다.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을 정리해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쓰기 위해 단말기가 늘 곁에 있어야 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동안 이미 처음의 생각들은 왜곡되어 갔다.

날것의 생각들을 담고 싶었던 나에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가능해야만 글을 전송한다던가 늘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해야만 했다.




“아악! 미치겠네! 진짜!”

내가 화가 나 소리치면 언제나 엄마가 제일 먼저 반응하신다.

“왜? 선경아! 무슨 일 있니?”

“전원이~ 아! 미쳐 전원이 또 나갔어요! 엄마! 신경 좀 써달라니까!”

물론 내가 체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또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미안해 다음부터 신경 쓸게”

엄마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신경질을 내면 사과부터 하셨다.

차라리 나를 혼내셨으면 마음이 덜 무거울 텐데 어머니의 사과는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엄마! 나 도서관 가야겠어.”

나는 안정이 필요하면 도서관에 간다.

그곳에 가면 복지사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한 목적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도서관까지 가려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고 준비하는 과정과 가는 동안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조금 전의 버릇없었던 행동을 사과할 수 있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왜! 이리도 사과하는 것이 힘든지 모르겠다.

친구 경미에게는 잘하는 애교도 엄마나 아빠에게는 힘들다.

이제는 경미가 없으니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것이 힘들다.

“우리 딸 오늘은 뭘 입혀주지..... 이거 이쁘다. 원피스 어때?”

보이지도 않는 나에게 이쁘다는 말은 너무나도 추상적으로 들린다.

물론 의미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몰라 아무거나 골라줘”

의도하지 않았지만, 또다시 퉁명스럽게 말했다.

도서관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가까운 거리지만 늘 복잡한 교통 때문에 필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에게 교통체증이란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의 그리 나쁘진 않다.

“엄마! 아까 화내서 미안해요! 요즘 들어 왜 그런지 모르겠네....”

“왜? 무슨 걱정이라도 있니?”

“막상 글을 쓰려니 생각이 나지 않아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건데? 소설? 에세이? 장르가 뭔데?”

“소설을 쓰고 싶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감이 없다는 거예요 공연히 글을 쓴다고 해서...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랬어.”

차가 막혀 움직이지 않는 건지 신호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차분해진 공간에서 말을 건넸다.

“선경아! 엄마는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설령 못하면 어때서 그런 건 흉이 되지 않아. 자신감? 그건 네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의 문제지 재능하고는 무관하지 않을까?”

차분하지만 격조 있는 엄마의 목소리는 언제나 따스했다.

“아니야 엄마 재능 중요하지! 다른 사람들이 쓴 소설을 읽어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지 너무 대단하다는 그저 감탄만 나오거든 그런데 나에겐 그런 것이 없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 딸이 얼마나 재능이 있는데 네가 아직 너의 매력을 몰라서 그래 선경이 너에겐 다른 사람들에겐 없는 특별한 무기가 있잖아”

“특별한 무기? 그게 뭔데?”

예상치 못한 엄마의 말에 귀를 쫑긋거리며 물었다.

“우리 딸은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잖아! 그건 아주 특별한 무기야 아무나 가지고 있는 흔한 재능이 아니거든.”

소리를 만진다? 엄마가 말씀하셨던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 어떤 것일까?

이동하는 내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장애를 뜻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지만, 그조차도 추출일 뿐 정확한 답이 되진 않았다.

엄마에게 묻고 싶었지만, 어느새 도착해 분주한 엄마를 붙잡고 묻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12월 15일 3화에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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