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신경미

마지막 회

by 서기선

Goodbye, Gyeongmi 그리고 Goodmorning, My Life


경미의 목소리가 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지만 기쁨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경미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이제야 온 거야?”

반가움에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지만, 맥없이 축 늘어져 밑으로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경미를 느꼈고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해후였다.

“경미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순간 당황한 내가 울먹이며 물었지만, 나의 대답에 답 한 건 경미가 아닌 그녀의 오빠였다.

“경미가 마지막으로 선경 씨를 보고 싶어 했어요! 흑흑! 의사 선생님들도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동생이 마지막 소원을 이뤘으니 행복할 거예요”

“무슨 말씀이에요? 마지막이라니? 뭐가 어떻게 된 건데요? 경미야~ 야! 신경미~”

앞으로 걸어 나가려 했지만, 책상이 길을 막고 있어 순간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쓰러진 경미를 찾기 위해 바닥을 기어 기어이 쓰러진 경미를 찾아낸 내가 그녀의 처진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경미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미가 뇌종양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오랫동안 마음을 나눴던 친구의 집도 몰랐다는 자책 속에 살았는데 뇌종양이라니... 더욱이 경미가 부모 없이 보육원을 나와 오빠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녀가 생을 마감한 후에나 알았다.

짧은 시간 살다 간 내 친구 경미의 마지막 소원은 나를 안아 보는 것이었다고 했다.

한동안 자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메일을 한 통 받았다.

무심하게 다이얼을 돌리자 익숙한 기계음이 메일을 읽어주었다.

이선경 고객님, 안녕하세요, [BLH] 고객 관리팀입니다.

먼저 저희 제품을 오랜 시간 동안 애용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께서 구름빵 제품을 즐겨 드신다는 말씀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객님의 메일을 통해 시각장애인으로서 겪고 계신 불편함과 점자 포장 도입에 대한 제안을 읽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의 독립적인 쇼핑 환경과 제품 접근성 향상에 대한 욕구는 저희에게 큰 교훈이며, 이러한 관점은 저희 제품 개발 및 포장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고객님의 제안은 이미 관련 부서에 전달되었으며, 점자 포장 도입의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나, 고객님의 제안이 저희의 서비스 개선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고객님의 말씀처럼 포용성과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여 모든 고객님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후 진행 상황에 대해 고객님께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중한 의견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BLH]의 제품과 서비스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1월 14일 [BLH] 고객 관리팀

그간의 결실을 거두는 듯 기뻤지만, 한편으론 이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은 경미가 없다는 것이 헛헛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BLH의 메일을 듣고 있을 때 어머니가 방문 밖에서 물으셨다.

“선경아! 오늘도 안 나올 거니? 그러지 말고 나와라! 뭐라도 먹어야지!”

엄마의 물음에 잠긴 문을 열고 나오며, ‘엄마 배고파 밥 줘’라는 어리광으로 은둔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비록 선경이가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상품의 점자표기라는 마지막 퍼즐을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세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날아오를 것이다.

Goodbye, Gyeongmi 그리고 Good morning, My Life


작가의 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빛과 어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소리와 침묵 사이의 경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주인공 선경이 에게 세상은 늘 어둠 속에 존재했지만, 그 어둠이 그녀의 밝은 마음까진 삼킬 수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는 색을 느끼고, 빛의 온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언제나 경미가 있었습니다.

경미는 선경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햇살처럼 따스했고, 웃음은 별빛처럼 빛이 났습니다. 그런 경미가 있었기에 선경이는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마침이 있고, 모든 빛은 결국 어둠에 흡수되듯. 경미의 빛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뇌종양이라는 예기치 못한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켰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야기의 끝을 어둠으로 장식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닫힌 문을 스스로 열고 나온 선경이 처럼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빛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같지만 다른 세상이 아닌 같은 세상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추가해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퇴고 과정에서 이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때문에 서둘러 종영시켰습니다. 이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금까지 내 친구 신 경미를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구독자님 감사합니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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