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서둘러 걷는 나와는 다르게 뒤에서 쫓아오던 집사람의 양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검정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와 가던 길을 돌아와 손을 내밀었다.
"그것도 이리 줘!"
"괜찮아! 안 무거워!"
"나도 알아 그러니까 빨리 줘" 시크한 척 말해봤지만, 집사람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진짜 안 무겁다니까! 그리고 들 손도 없구먼. 됐어! 내가 들 테니 빨리 가서 차나 가지고 와"
"누가 당신 무거울까 봐 그런데! 내 마음이 무거워서 그러는 거지"
"아이 닭살돗아! 당신은 그런 말 연구해? 어쩜 그러냐, 낯 간지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