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에 놓인 노인의 쓸쓸한 죽음

복지 사각에 놓인 노인의 쓸쓸한 죽음

by 서기선

# 복지 사각에 놓인 노인의 쓸쓸한 죽음


처음 센터장이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기로 작심하였을 때에는 기초 생활보장 대상자이지만 도움의 손길이, 닫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고 한동안 우리는 그렇게 복지 사각에 놓여있는 사회적 빈곤층의 어르신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렇게 찾아낸 어르신들은 대부분 너무나도 힘겹게 생활하고 계셨고 더러는 너무 늦게 찾아내어 생을 마감하신 어르신도 몇 계셨다.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홀로 살고 계시던 석수할아버님을 알게 된 건 석수할아버님의 집주인 할머님의 제보로 알게 되었다.

할아버님은 평소에도 외출하지 않으셨고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본인의 집 마당에 있는 작은 화분에 항상 물을 주며 관리하고 계셨다고 하였다.

집주인 할머님이 석수할아버님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았을 때는 이미 악화한 뒤였고 다급한 할머님은 평소 알고 지냈던 주변 할머님에게 사실을 전달하였으며, 전해 들은 할머님이 다시 센터장에게 제보를 주셨기에 알 수 있었다.

소식을 들은 센터장과 내가 할아버님댁을 방문하였을 때 센터장은 경학 하였지만 나는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 나의 할아버님 모습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방바닥 이곳저곳에 똥칠이 되어있었고 그런 곳에 할아버님이 홀로 누워 계셨는데 모습이 처참하였다.

방문을 열자마자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했으며 마지막 식사가 언제였는지 알 수 없는 허기져 쓰러져 있는 노인의 모습은 마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6·25 전쟁 이후 자료를 통해 배웠던 지난날의 낡은 사진으로 봄 직했던 모습이었다.

몸이 마치 활처럼 둥그렇게 구부러져 쓰러져 계신 할아버님의 머리맡에는 텅 빈 밥그릇이 뒤집어져 있었으며, 바닥 여기저기에 똥칠이 되어있었는데 황토색 물감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린 듯했다.

아마 할아버님께서는 자신의 배변을 치우려고 발버둥을 치신 듯했다.

대부분 치매환자는 짧은 대화가 가능하다.

그런 짧은 대화로 치매 여부를 판단하기엔 사실 무리지만 정상인들은 아니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그런 짧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버님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아니 안 먹었는데]라고 답을 하였을 때 할아버님의 먹지 않았다는 말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물음에 화답하였다는 이유로 정상이라는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석수할아버님 역시 그런 잘못된 오판으로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집주인 할머님은 [그 영감 얼마 전까지 정상이었는데 왜 이러지?] 하며 놀라고 계셨지만 우리는 이미 집주인 할머님이 오판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중증으로 변하는 경우는 없다.

분명 초기증상이 있었을 테지만 본인도 주변인도 관심이 없었거나 무시했을 것이다.

어쩌면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미 경험해 본 나와는 다르게 센터장과 함께 방문을 열었던 주인집 할머님은 당황해하고 있었으며 내가 부엌의 창문을 열기 위해 뒤돌아 보았을 땐 이미 할머님은 달아난 뒤였다.

서둘러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후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간 센터장과 나는 먼저 할아버님의 생사확인을 하였고 다행히 정신은 있으셨다.

묻는 말에 대답은 하고 계셨지만,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었고 정황상 이미 말기 치매환자로 보이긴 했지만 정확한 진단은 받아봐야 했다.

먼저 공단을 통해 등급신청을 해야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센터장은 서둘러 등급신청을 하였고 그사이 나는 청소를 하였다.

먼저 바닥의 똥을 닦아냈으며, 널브러진 밥그릇과 이미 더럽혀진 이불과 할아버님의 옷가지를 벗기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혔다.

이불빨래까지 더해지니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여벌의 이불이 많지 않았지만 다행인 건 여름이라 기온이 차갑지 않아 얇은 이불 하나로도 충분했었다.

주인집 할머님은 자신의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며 소리쳤지만, 우리 역시 할머님의 세탁기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아마 할아버님은 할머님의 세탁기를 빌려 사용했었던 모양이었다.

센터장은 한 달에 한 번 빨래봉사를 하고 있다.

빨래 봉사를 하면 세탁기가 달린 큰 대형트럭이 주민센터 주변까지 방문한다.

빨래 차량이 주차하면 세탁기가 없거나 이불빨래처럼 하기 힘든 빨래를 삼삼오오 가지고 오셨고 대부분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주 이용객이시다.

센터장은 이미 수년째 빨래봉사를 하고 있었기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할아버님의 빨래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일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단에서 할아버님댁을 방문하였고 요양등급 역시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할아버님을 돌봐주겠다는 요양보호사님이 선 듯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할아버님을 간호할 요양보호사님이 필요했지만 이러면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센터장은 급한 대로 사비를 털어 아르바이트로 할아버님을 돌봐줄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고용하였고 그렇게 할아버님을 돌봐 드릴 선생님께서 고용되었지만, 방문 3일째 석수할아버님께서는 임종하셨다.

임종 전 센터장이 사드렸던 미역국을 미쳐 다 드시지도 못하고 석수할아버님은 쓸쓸히 하늘에 별이 되었다.

뉴스를 통해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지만 내 주변에서 나의 이웃이 뉴스 속 주인공처럼 고독사를 당하게 되었고 그런 걸 목격하게 되면 한동안 의욕이 없어진다.

그리고 한동안 지켜 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내 책임 같고 조금만 더 치밀하게 관찰하였으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 우리는 그래야만 하는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자문해 보지만, 결론은 하나같이 똑같다.

복지예산을 늘려 차별 없는 복지와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홀로 사는 노인은 건강과 상관없이 1:1 맞춤서비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걸어 다닌다는 이유로 돌봄 대상에서 제외당하고 병원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역시 제외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르신 중에는 당신이 직접 벌지 않으면 생계가 힘들기에 아프고 힘들지만, 하루하루 파지를 줍고 계시는 어르신들도 많다.

또한 병원비가 걱정되어 몸이 아프지만 참고 견디고 있는 어르신도 계신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등급신청 시 제외 대상이다.

물론 의료복지 1급의 어르신은 병원비가 얼마 들지 않지만, 본인이 그런 대상인지조차 모르고 계신 분도 상당히 많았으며 얼마 들지 않는 병원비조차도 아까워 참고 있는 분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더욱 꼼꼼한 관리가 최선책이긴 하지만 최선이 힘들면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여기서 말하는 차선책이란, 정부에서 행하는 복지 말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관심을 말한다.

이를테면 주변의 복지사 각에 놓인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그들의 어려움을 통감하고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복지기관 등에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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