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벌어지는 요양보호사의 실제사례

권력화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by 서기선

# 권력화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자신이 의료 1급 대상자임에도 사실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얼마 되지 않는 자부담금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거부하는 노인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자신의 처지를 충분히 발휘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사실 이럴 때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봉사가 직업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얼마 전 겪었던 복기 할아버님의 경우이다.

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착신번호가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왔는데 대부분 요양보호사 선생님이나 보호자, 사회복지사 혹은 다른 센터의 번호나 센터 자장의 전화번호까지 모두 저장이 되어있었지만, 그들 중 누군가의 전화였다면 저장된 이름이 표기되었겠지만,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러면 광고성 전화이거나 신규 상담문의일 가능성이 가장 많다.

그렇게 복기 할아버님과 처음으로 통화하였고 우리는 알려주신 연락처로 방문 약속 후 찾아가 만났다.

복기 할아버님은 이미 다른 센터를 이용하고 계셨지만, 현재 자신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센터를 바꾸려 하신다고 말문을 여셨다.

하지만 이건 상도의 문제인지라 센터장이 센터를 옮기기 전 그곳 센터를 통해 다시 한번 요양보호사를 바꿔보라고 권하였지만, 완고하셨다.

[그냥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왜 이래라 저래 라야!] 너무나 완고하셔서 더는 권하기조차 미안해져 버린 상황이라 다시는 권유는 하지 않았다.

성격이 참으로 급하신 분이구나 하며 속으로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아버님은 어떤 선생님을 원하시는데요?] 센터장의 물음에 복기 할아버님은 반응은 시큰둥하시며 [그보다 뭘 해줄 건데?] 하며 오히려 센터장에게 반문하셨다.

당황한 센터장이 [예? 무슨 말씀이신지...] 하며 말끝을 흐리자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느냐고?] 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그제야 센터장이 알았다는 듯 [아버님은 뭘 원하시는데요?] 하며 힘겨루기를 시작하였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양쪽의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되었고 이러면 대부분 승자는 센터장이었지만 복기 어르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번 센터에서는 5만 원 줬는데 너는 얼마 줄 수 있느냐고? 젊은이가 말 길을 못 알아듣니?]

할아버님의 물음에 센터장은 당황할 법도 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겪어보았기에 담담하게 자신의 소신과 이야기를 또박또박하고 있는 센터장이 대견해 보였다.

대견이라고 한 것은 그간 마음이 약해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던 소심한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또박또박 끊김 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센터장의 모습은 마치 성장한 아들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간 단단해졌구나 하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차였다.

[아버님 그건 불법이에요!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아버님 5만 원 이 필요해서 그러시는 거면 차라리 그쪽 센터를 계속 이용하세요,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온 힘을 다해 아버님을 돕겠습니다.]

[하나도 안 준단 말이야?] [예! 그런 건 불법이거든요 저희는 불법하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온 힘을 다할 건데?] [그런 걸 어떻게 말로 합니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쳇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네] [그런 건 아니고요 이를테면 병원동행이라던가 명절에 선물 같은 건 당연히 드리겠지만 그런 건 다른 센터도 다들 하는 기본적이라 특별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 사소한 서비스를 어떻게 일일이 다 이야기하느냐는 말이지요.]

[선물? 뭘 주는데?] [아마 그쪽 센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랑 같을 거예요 대부분 협회에서 공동구매하거든요] [그래! 아무것도 안 주던데?] [특별히 다른 걸 준비하는 센터도 있으니 그건 센터마다 달라요 분명 무언가 받으셨을 겁니다.] [아무것도 안 줬다니까!]

[헉! 그래요 그런데 꼭 줘야 한다는 의무는 없으니 잘못된 것도 아니지요 센터마다 운영하는 방법이 다르니 나무랄 수도 없네요...]

짧았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센터장이 긴 한숨을 내쉬며 [너무들 하네! 그러면, 안되는지 빤히 알면서 어떻게 돈으로 영업하지...] 하며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혹시 모르지 그냥 떠본 걸 수도 있잖아!] [아니야 얼마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떠돌긴 했거든.]

[불법이라며!] [그러니까 말이야 저런 분들은 돈 말고는 방법이 없어 그렇다고 나도 줄 수는 없잖아!] [그렇게는 하지 말자!] [안 하고 싶은데 기존에 계신 분 중에서도 이탈자가 생기니까 문제는 문제야] [뭐!!! 그럼 우리 쪽 어르신들에게도 접근한단 말이야?] [응 한 분 가셨어.]

[미쳤다! 거기 어디 센터인데?] [알고 싶지 않아 싸워본들 발뺌하면 그만인걸] [센터만 나무랄게. 못 되는 게 요즘은 기초 생활보장 대상자분들이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계셔서 먼저 거래를 하자고 제안하시거든.] [하하하 웃기지도 않네 도대체 뭐라고 제안하시는데?]

[방금 봤잖아! 얼마 줄래? 뭐 해줄 수 있는데 어느 센터는 뭐 준다던데 넌 나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줄 테냐 대부분 그런 거지 뭐] [거참 무슨 장사 하나? 뭐 벼슬이야?] [더하신 분도 많아!]

[어쩌다 이렇게 됐냐? 누구는 쪽방에서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죽어가는데... 저분들은 뭐가 다르다고 아파트에 주거지원금까지 받아 가면서 어쩌면 저레...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복기 할아버님이야 자기 밥그릇 자신이 챙기지 못했으니 벌어진 경우고...]

[에이! 더는 이야기하지 마! 듣고 있으면 욕할 것 같아.] [어쩌겠어. 그러니 당신도 자기 밥그릇 잘 챙겨]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의 권리를 이용하려는 사람과 자신의 권리조차 찾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 어디쯤 걸쳐진 마음이 아슬아슬 줄타기하고 있는 듯했다.

이틀 후 복기 할아버님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고 우리는 다시 한번 복기 할아버님댁을 방문하였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말씀을 하실까 기대라는 말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으며 걱정이 현실이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복기 어르신은 4등급으로 오른쪽 다리와 오른쪽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초인종을 누르면 현관문을 열어주는 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초인종을 눌렀을 때 누구냐고 소리치지 않았으면 아무도 없는가 보다 하고 돌아가기에 십상이다.

문을 열기 전 이미 인사를 했던 터라 우리는 어르신이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렸고 잠시 후 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들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찾아오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혹은 안녕하세요 같은 약속된 인사라는 것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복기 어르신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리에게 가벼운 인사도 없이 본론을 말씀하셨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욕, 한 달에 한 번 병원, 반찬거리는 네가 알아서 사주고 됐냐?]

[아버님! 반찬거리 알아서 사달라는 말이 돈 달라는 말이랑 뭐가 다른데요?]

[야! 그것도 싫으면 그만둬라. 아주 공짜로 먹으려 하네...]

[아버님! 지금 장사하십니까? 어떻게 그런 걸 흥정을 하세요 정확한 거 아니면 저도 싫어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센터장을 탐탁지 않으셨는지 아니면 당돌함이 어이가 없어 그랬는지 잠시 우리 쪽을 바라보시더니 혼잣말로 [나쁜 년] 하시면서 [계약서는 가지고 왔느냐?] 하시며 계약 의사를 밝히셨지만 그런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우리 쪽이었다.

보통 이쯤 되면 하던 곳에 계속할 테니 너희는 가라고 하는 것이 보통 대부분인데 복기 어르신의 계약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진심이 통해서 마음을 열었다고 자평했지만 복기할 아버님은 어디 얼마나 잘하길래 그리 큰소리를 치는가 보자 하는 심정으로 계약하셨다고 훗날 전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하긴 했지만 새로운 걱정이 생겨났다.

저런 성격의 아버님을 돌봐줄 요양보호사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택에 거주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화장실도 문밖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복기 어르신은 나라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고 계신다는 장점 때문에 그나마 희망을 품어 보지만 요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어렵고 힘든 일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이제부터 세로들일 선생님과의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일반주택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접근성도 힘들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기피대상이지만 아파트는 접근성 하나만 보더라도 아주 큰 장점이다.

또한 정부지원 아파트는 비슷한 처지의 노인분들이 함께 모여 거주하기 때문에 여유시간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한 번 더 할 수 있기에 선호도 또한 나쁘지 않다.

다행히 그런 것이 호재가 되어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구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지 못한 사례이긴 하지만 그나마 복기 어르신은 센터장에게만 deal 할 뿐 요양보호사에게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복수의 어르신들이 요양보호사님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주변에 파지를 주워 달라 요구한다든가 가족들이 먹을 김장을 요구하시는 분도 계셨으며, 겨울에 차가운 물에 손빨래를 시키시는 등 상식 밖의 요구들도 상당하다.

너무 재미있는 통계는 이런 불공정 사례들은 기초 생활보장 대상자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었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 구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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